KAIST, 29일 부산 부경대 부두서 컨테이너 상·하역 시연 성공
곽병만 단장, "정부 예산 지원 불투명, 지속적 관심 당부"

"무조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제품을 가지고 사업화 할 수 없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지요. 싫어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왜 어려운 걸 굳이 하느냐는 반응이었어요. 실효성 논란으로 힘들었을 때에도 오기로 버텼습니다.'나중에 두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 독하게 일했습니다. 오늘과 같은 결실을 맺기까지는 정말 많은 분들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습니다."

장장 2년만의 결실이었다. 해상물류의 새로운 장인 모바일 하버(Mobile Harbor). '움직이는 항구'가 29일 부산 앞바다에서 컨테이너 상·하역 시연에 성공하자, 곽병만 모바일 하버 사업단장의 머리 속에는 성과를 내기 위해 밤낮없이 일에만 몰두했던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는 "2007년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시작됐던 모바일하버 사업이 2년 만에 큰 결실을 보게 됐다"며 스스로 감격해 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서남표)는 29일 부산 부경대학교 부두 앞 해상에서 선박 간에 안전한 도킹을 한 후 컨테이너를 상·하역하는 모바일하버 신기술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모바일하버 사업은 지난 2009년 '대형 화물선이 부두에 접안하지 못하는 경우 하역 기능을 가진 선박이 다가가서 화물을 처리하자'는 역발상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KAIST는 지난 2009년부터 모바일 하버의 핵심기술인 안정화 크레인 기술과 로봇암 자동도킹기술 등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교내 해양 수조에서 축소 모델을 통해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이번 시연 성공을 통해 KAIST가 지난 2009년부터 미래 성장동력 사업으로 야심차게 추진해 온 모바일 하버의 상용화 가능성과 안전성 및 신뢰성 등이 확보됐다는 평가다. 아울러 원천기술을 대형 기계시스템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이와 함께 개발된 기술의 상용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모바일 하버가 주목받는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선박의 대형화 추세를 이유로 들 수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의 출현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기존 항구에서는 수심과 하역 용량 제한 등으로 대형 컨테이너선을 점차 수용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 제일 큰 이유다. 동남아 해상 물류의 중심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선 대형 컨테이너선의 접안이 가능한 또 다른 항만 구축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 하버는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역 운반 효율성도 더욱 높여가야할 처지다. 지금은 시간당 30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하고 있지만 하역의 대형화에 따라 컨테이너 운반 효율성도 그에 맞춰 높아져야 한다는 것.

곽 단장은 "모바일 하버에 장착되는 크레인을 고속 운반하도록 디자인해 운반 효율성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며 "컨테이너 선박 대형화와 하역 운반 효율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보인 시제품은 해상 플랜트, 군수보급, 특수크레인, 해난 구조 등 실제 분야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그는 "항만을 신설하거나 증설하지 않고 컨테이너를 수송할 수 있는 국내 독자 기술인 모바일 하버에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대에 부응해 모바일하버가 여러 분야에 파급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이날 시연회에는 브라질과 독일 등 5개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모바일 하버의 시연을 직접 지켜봤다.

◆ 1시간 내 약 30개의 컨테이너 작업 진행, "파도 위에서도 끄떡없다"
 

▲도킹 한 후, 컨테이너를 상·하역하기 위해 크레인을 작동하고 있다. ⓒ2011 HelloDD.com

시연이 시작되면서 시제품으로 제작된 모바일 하버 크레인이 해상에 정박된 컨테이너에로 접근했다. 이후 도킹시스템이 가동됐다. 도킹시스템의 로봇암은 파도와 바람에 의해 운동하고 있는 컨테이너선 외판에 흡착 패드를 접근시켜 진공 흡착한다.

이때 로봇암은 두 선박 간 상대 운동을 흡수하도록 설계 돼 있다. 접근시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주의가 요구된다. 흡착이 잘못될 경우 컨테이너의 상·하역에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흡착패드가 부착되면 윈치로 케이블을 당겨 두 선박간 병렬 계류를 체결하게 된다.

도킹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로봇암은 컨테이너선의 움직임에 대응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도킹을 종료할 때는 흡착패드의 진공압을 해제해 빠르게 컨테이너선으로부터 분리된다. 동시에 로봇암과 윈치를 제어해 모든 장비를 원 위치로 되돌릴 수 있다.

모바일 하버와 컨테이너선의 도킹이 완료되면 안정화 크레인으로 컨테이너를 옮길 수 있게 된다. 컨테이너 상·하역을 위해 각종 장비 상태를 체크하고 본격적으로 안정화 크레인을 가동하게 된다.
 

▲크레인에 부착돼 있는 다단 트롤리(노란색). ⓒ2011 HelloDD.com

크레인에 매달려있는 가로 축의 거대한 대를 붐이라고 부른다. 크레인 붐에서 전후·좌우·상하 흔들림을 제어하는 다단 트롤리가 컨테이너선의 목표 지점으로 이동하게 된다. 컨테이너를 잡기 위해 스프레더가 내려오면 비전 카메라를 통한 실시간 컨테이너 추적은 물론 레이저 스캐너를 이용해 컨테이너 적재 형상 인식과 경계가 구분된다.

다단 트롤리 운동방향과 수직 축방향의 상하 흔들림을 억제할 수 있는 장력제어기가 작동해 스프레더의 자세를 안정화시킨다. 컨테이너를 체결해 모바일 하버로 옮기게 되는데, 이때 스프레더가 컨테이너에 정확하게 착지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위치를 보정하는 지능형 스프레더가 3축 구동을 통해 컨테이너를 체결할 수 있다.

모바일 하버를 도입할 경우, 2∼3m의 파도 위에서도 1시간 내 27∼29개 가량의 컨테이너를 옮길 수 있다. 컨테이너를 들고 왔다 갔다 하는데 약 2분 가량이 소요된다. 이날 모바일 하버는 총 670톤의 컨테이너들을 상·하역하는 데 성공했다.

곽 단장은 "사실상 이제부터가 문제다. 지난 2년 동안 정부 예산으로 350억원을 지원받았다. 총 176개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음에도 앞으로의 예산 지원이 불투명하다"며 "예산이 끊긴다면 모바일하버 사업때문에 뭉쳐진 최고의 두뇌들이 와해돼 버리고 만다. 일개 대학에서 이만큼 짧은 시간에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원천기술 확보 차원에서 모바일 하버에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 모바일하버의 핵심 기술, 안정화 크레인과 로봇암 자동도킹시스템
 

▲  로봇암(왼쪽)과 크레인의 다단트롤리(오른쪽 맨 위), 지능형 스프레더(오른쪽 가운데),
장력제어기(오른쪽 맨 밑).
ⓒ2011 HelloDD.com

모바일하버의 핵심 중 하나인 안정화 크레인 기술은 파도와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고 원하는 위치에 내려놓는 기술이다. 컨테이너선에 촘촘히 쌓여있는 컨테이너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상·하역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된다.

크레인의 전후·좌우·상하 흔들림을 제어하는 새로운 개념의 다단 트롤리(trolley)와 컨테이너에 정확하게 착지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위치를 보정하여 컨테이너를 체결하는 지능형 스프레더(spreader)는 기존 육상 크레인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기술들이다.

다단트롤리 기술은 기존 크레인이 할 수 없는 실시간 자세 안정화 및 위치변화를 보상하는 신개념 기술이다. 실질적으로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는 스프레더의 흔들림 제어와 위치 보정기능, 다단 트롤리의 위치 보정 시 발생하는 기구적 보정이 가능하다. 스프레더 역시 지능형이다.

공간상에서 3축 구동을 통해 컨테이너 체결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개념의 스프레더다. 회전과 병진운동으로 선박간 상대 움직임 보정과 컨테이너간 체결을 위한 자동 위치제어가 가능하다. 이와함께 각종센서와 카메라, 레이저 스캐너 등을 통해 스프레더와 상대 선박 움직임을 측정하고 실시간으로 컨테이너를 추적할 수 있도록 모바일 하버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와 신호처리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항구의 수심이 낮아 항만에 접안할 수 없는 대형 컨테이너선의 하역작업을 위해서는 안정화 크레인 기술과 함께 먼 바다에 떠있는 컨테이너선에 모바일 하버가 다가가 측면에 밀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박간 자동도킹 기술이 필수적이다.

파도와 바람의 영향으로 끊임없이 운동하는 두 선박간에 안전하고 신속하게 도킹해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고난이도 기술로 알려져 있다. 사람이 로프를 주고 받아 계류하는 기존 방식은 사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대형 선박간 해상 도킹은 지금껏 거의 포기 상태였다.

KAIST는 이를 감안, 모바일 하버를 통해 해상에서 두 선박의 상대운동끼리 대응이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로봇암을 설계했다. 파도 치는 해상에서 부착할 수 있도록 유연한 동작이 가능한 스프링 장착 형태로, 총 4개의 관절로 구성돼 상·하·좌·우 운동에 대응이 가능하다.

로봇암에 부착돼 있는 진공흡착패드는 로봇암이 도킹유지 시간동안 두 선박의 상대운동에 순응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고난이도의 유압제어와 도킹시스템 통합제어기술로 이뤄져 있으며, 흡착패드의 고무 실 최적화로 충격 흡수가 가능하고, 하중에 의한 응력 집중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