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철 비서관 현장 소통 시도…정책 의도 이해, 입장차 좁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강소형 조직 재정비와 관련해 정책 핵심 입안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 과학기술인들과의 대화에 나섰다. 연구 현장에서의 정보 부족으로 인해 정부 정책에 대한 오해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소형 출연연 개편 대책이 지난 5월부터 기관장과 연구소 간부 차원에서 본격 논의된 이후 공식적으로 현장 과학기술인과 같이 마련한 소통 기회는 이번이 첫 번째다.

임기철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은 28일 오후 4시 한국연구재단 대회의실에서 '과학기술계 출연연 선진화 추진방안 설명회'를 열었다. 30분 정도는 출연연 선진화 방안에 대해 설명했고, 나머지 70여분은 격의없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석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정책조정과장도 참석, 대화에 동참했다. 회의실에는 출연연 과학기술자 150여명이 모였다. 임기철 비서관은 이날 27개 출연연의 선진화 추진방안으로 강소형 조직 재정비 대책을 발표했다. 출연연은 국민을 위해 지식을 창출하는 집단으로서, 자율적으로 조직을 강소형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내달 10일까지 각 연구소는 국과위에 정비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어찌됐든 이번 출연연 개편 조치는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대책을 내놓은 모양새가 됐다. 청와대와 국과위는 지난 5월 24일과 30일 산업기술연구회와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27개 출연연 기관장들과의 회동을 통해 강소형 조직 재정비 대책을 내놓으며 출연연 개편 논의에 불을 당겼다.

이어 6월 15일 출연연 선임연구부장들과 만나 설명회를 가졌고, 22일에는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관계자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가 추진하는 출연연 개편에 대해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차가 크다는 데 의견들이 모아졌다.

현장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 논의 자체가 출연연 구조조정 논란으로까지 발전하는 형국이었다. 현재 개편 논의 추진상황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청와대 측은 현장과의 소통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번 설명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임 비서관은 강소형 조직 재정비의 근본 취지를 설명하면서 "우리 연구원은 어떤 기관인지 스스로 사명을 정하고, 조직에 어떤 명칭을 붙일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며 "예시적으로 말씀드리면 200~300명 규모면 연구소라고 붙이고, 100~150명의 조직이면 연구센터, 50명 내외의 경우 연구단 정도로 정하는 등 스스로 그림을 그려달라"고 제안했다.

임 비서관은 "이번 개편 과정은 절대 구조조정 작업이 아니며 출연연 3.0 시대를 맞기 위한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일환"이라며 "출연연을 위해 앞으로 안정적 연구비 70% 이상 확보와 65세 정년연장, 블록펀딩 등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비서관은 정책의 장기적 철학성 부족과 기존 부처 기득권 체제에서의 바람직한 개혁이 나올 수 없다는 비판에 "출연연 스스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 진정 출연연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과학기술인은 국가적 영웅이 아니며, 큰 그림에서 보면 많은 국민 중의 하나다. 균형잡힌 큰 틀 속에서 과학계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과학기술인들도 명분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설명회에서는 전반적으로 최고 과학정책 입안자들이 연구원들과 소통을 가졌다는 자체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다행히 그동안 가졌던 의문점들을 일정 부문 해소했고, 청와대 측의 정책 의도를 이해하는 연구원들도 적지 않았다.

출연연을 무턱대고 흔들려 하거나, 못살게 하려는 것 같지는 않은 진정성을 느꼈다고 털어놓는 과학자도 있었다. 물론 일부에서는 톱다운(Top-down)식 일방적 정책 추진에 대한 회의감과 출연연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 평가가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거꾸로 청와대와 국과위 관계자들이 현장의 어려움을 좀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되지 않았나 관측하는 연구원들도 있었다.
 

▲강소형 출연연 개편에 대해 연구 현장과 소통에 나선 임기철 비서관(사진왼쪽)과
이석래 국과위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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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 전문 Q. 강소형 개편 제출하면 또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한다. 3년간의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정년연장 등 소프트웨어 주겠다고 했는데 기관 전체에 주겠다는 건가 아니면 강소형 출연연에만 주겠다는 건가. "출연연 3.0시대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다음 정권 들어서도 출연연이 상당히 큰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앞으로 스스로 조직 재정비 기회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사실 연구기관 조직은 기관장과 연구소의 구성원들이 알아서 추진하는 것이다. 이사회가 승인하고 승인받고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조치라고 보는데 지금까지 다소 미흡했을 수도 있다. 앞으로는 이번을 계기로 자율성을 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차기정부에서 할텐데 왜 지금하느냐고 볼 수 있지만 변화는 늘 있다. 개인도 조직도 변화한다. 늦었다는 생각은 현 정부 임기의 2/3가 지나간 상태라는 점을 의식하는 것이겠지만 출연연이 정부하고 문 닫는거 아니지 않는가. 그건 정치인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우리 모두 늦었다는 생각하지 말자." Q. 강소형 출연연에만 혜택을 주는 건가. "출연연을 평가해 첫번째 통과된 조직부터 하게 되겠지만 결국 모든 출연연 다 해당되리라고 본다. 중복되는 연구에 대한 컨설팅은 있을것이다. 그러니까 두번째 컨설팅에는 통과되리라 본다. 하지만 기관장이 핵심연구기관으로 가겠다고 하면 가능하다. 기관장이 인센티브를 차별화해 가는것 자체가 차별화된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으로 바람직하다." Q. 강소형으로 가더라도 현존 기관장은 계속 존재한다는 말인지. "이미 얼마전에 부임한 기관장들도 있고, 9월 초에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데 새로운 기관장의 경우 크게 푸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민감한 사안이지만 임기 만료 기관에서는 부서장들이 주축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궁극적으로 현재 27개 기관장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된다. 현 체제하에서 그대로 유지하고 대신 융합기술 연구원을 법인 하나로 하자는 등의 안이 있는데 그렇게 할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교과위와 지경위 법개정도 필요하다. 법 개정은 보통 힘든게 아니다. 몇 년 동안 걸리고 게다가 언제될지도 모른다. 현 체제 하에서 원하는 인센티브나 다름없는 SW를 줄 수 있는 방안이 이 시스템이다. 연구원들이 생각할 때 SW받으려면 강소형으로 변화해야겠구나 생각하면 편하실 것이다. 기관장 27개 그대로다. 없어지는 게 아니다." Q. 부설연구소처럼 기존 제도하에서도 가능한데 강소형으로 하는 이유는 뭔가. 향후 연구조직이 더 많아지는 것인가. "언제 이뤄질지 모르지만 하나의 대안일 수는 있다. 미래 수년 후 또는 10년 후를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그런 의도는 없다." Q. 개편안 첫 페이지에 구조개혁이란 문구가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구조개혁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순수하게 믿고싶지 않은 것 아닌가. 정부 내에 많은 공사, 공공기관이 있다. 이들의 선진화 과정을 보면 상시적으로 변화한다. 그런게 구조개혁이란 표현이 없으면 정부를 설득하는 측면에서 부족하다. 그리고 이는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법개정되면 출연연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믿고 싶은거만 믿는 해석은 하지 말아 달라. 저의가 있지 않느냐 해석하지 말아달라. 구조개혁을 단순히 구조조정으로 해석하면 안된다. 거버넌스 차원이다. 국회 법 통과 등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한다는 차원이다." Q. 27개기관을 컨설팅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1차에 안되는 곳은 조언 후 2차 평가를 한다고 했는데 결국 27개 기관체제를 모두 바꾼다는 의미인가. "기관장이 핵심조직을 두개 또는 하나를 정해서 소장도 임명하고 기본연구사업도 알아서 기획해 연구하라고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다. 그러나 경영철학이나 연구철학이 없는 연구소는 2차 안을 다시 내도록 할 것이다." Q.자율성을 강조했는데 지난해 하반기 출연연 거버넌스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고 국과위를 중심으로 출연연을 이관했어야 한다. 국과위는 옥상옥이 아니라고 하지만 일부 있다고 말했다. 출연연들이 여전히 지경부나 교과부로 소속이 나뉘어 어려움이 있다. 단일법인화 추진했는데 논란이 많아 법 제정이 어려운 상태다. 이제는 출연연의 중요한 융복합연구를 외부 차원에서 또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는 식이다. 청와대에서 이를 직접 설명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출연연에 혼란을 주고 있다. 임기가 2/3 남았었도 해야한다고 했지만 경험에 비춰보면 미완의 출연연 개혁이 진행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칫 열심히 준비한 내용들이 당장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있다. 첫째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 또다른 힘이나 여론에 의해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크다. 차라리 현장에서의 난상토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7월 12일까지라고 제시했는데 출연연도 정부에서 내놓으라는 개편안 내놓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혼란 을 바로 잡으려면 조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정부에서 끝내야겠다는 생각보다 출연연 개혁이 아닌 현장 실패를 재점검하는게 먼저 아닌가. "왜 시급히 추진하는지  기획부서 관계자는 알것이다. 이는 출연연을 위한것이다. 내년 예산부터 블럭펀딩으로 예산 반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 시스템을 보면 7월말까지 끝나서 기획재정부로 넘어가야 한다. 그래서 일정을 그렇게 잡은 것이지 그냥 졸속이 아니다. 출연연에 몸담았던 이들로부터 검증받고 연구원의 입맛에 따라 스스로 가라는 것이다. 의심하지 말아달라. 우리사회에 신뢰가 떨어졌다. 믿고 싶은것만 믿는 게 아니고 진심으로 믿어달라. 정부예산 쓰기 쉽지 않다. 스테피에 재임할 때 정년 60세였다. 하지만 정년 연장에 대해 한마디도 못했다. 과학기술쪽을 해주면 다른 부서도 다 요구가 올라 온다. 그래서 선별적인 정년 연장이 나온것이다. IMF위기시에도 출연연만 당한게 하니다. 옆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앞날도 모르는데 조직의 앞날을 어찌 알겠는가. 조직개편 아닌 조직재정비가 맞는 말이다. 향후의 갈 길을 그림으로 그리는 작업은 지금까지 수없이 해왔다. 진정 출연연 위한 최선의 길임을 이해해달라. 이를 믿으면 풀릴 것이다. 과학기술 연구인들도 정부 예산 쓰는 국민중 하나다. 큰 틀에서 그림 그려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한 그림을 자율적으로 그리자는 의미다." Q. 진정성의 문제보다 현장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블럭펀딩하면 내년예산 반영되고 내년에 50~60개로 강소형으로 전환이 다 완료 된다고 보느냐. 현재 정부부처 산하에서 강소형 연구조직이 가능한지. 국과위 체제에서 할건지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속된 말로, 새 제도 나오면 먼저 찾아먹는게 장땡이라는 말이 있다. 단기간에 재촉하다보면 출연연 기존 기득권과 충돌 우려있다. 장기적으로 보고 드라이브 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연구소 입장에서 보면 현재 기득권안에서 갈수 밖에 없다. 장기적 비전이 필요하다고 보는데.(ETRI) "근본적으로 PBS완화하고 정년연장하는 차원인데 조건이 있어야 한다. 성과목표를 제시했으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연구 조직을 만들어 가야 한다. 재정 당국 등에 우리의 노력한 모습을 보이기위한 것으로 강소형 조직이 나올 수 있다. 현장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올 2월 논의가 잘 진행됐는데 국과위에서 솔직하게 말했다. 함정을 스스로 팔지도 모른다고 말했는데 주위 여건을 살피면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가야하는게 조직의 논리다, 이게 국가를 위한 윈윈이라고 설득했으나 원활치 못했다. 그게 2월말까지 상황이다. 그럼에도 출연연이 원하는 내용을 확보하기 위해 모델을 바꾼 것이다. 설득 명분이 필요하다. 명분이 있어야 다른 부처가 가진 것을 내놓을 수 있다. 정책 가운데 최선책은 막상 현장에서의 적용이 어렵다. 보통 차선책이 채택된다.  이해관계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최선책을 알지만 차선책으로 가자는 것이다." Q. 블럭펀딩이 어느정도 준비과정 거쳐 도출된건지. 또 업무수행형 조직으로 특성화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27개 출연연에서 내세우는 작명 중복성, 지금의 출연연 과제 중복성 평가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예를 들어 태양광을 여러 연구소에서 하는데 이를 묶어 블럭펀딩할 것인지 나눌 것인지 고민 중이다. 블록펀딩에 대해 27개 기관 시안 받았고 미션 보고 받았다. 총 1조 규모의 블럭펀딩으로 출발한다. 내일 정도 부처에 리스트 갈 것이다.  물론 반발이 예상된다. 예산을 풀어가면서 논의될 것이다. 부처와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확보될지 미지수다. 초기에는 국과위가 출연연을 괴롭힐 수도 있다. 그건 현황을 파악하기위해서다. 그리고 출연연이 원하는 바를 풀어주고 연구활동 자율적으로 해주기 위해 하는 것이다. 절대 옥상옥이 아니다. 1, 2년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강소형 전환에서 중복되는 부분은 14일부터 2~3일간 이를 조정한다. 해서 태양광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에 대해 한 기관을 총괄 기관으로 정하고 다른기관은 참여기관으로 할 수도 있다. 안되면 네트워킹 시스템이라도 만들 것이다. 보고서 몇개 그룹핑하고 대안 마련하겠다." Q. 2004년 보고서는 핵심역량 키울 연구소로 가자는 안이었다. 이번에도 시험은 아니고 스스로 방향성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출연연의 방향성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큰 그림으로 역할론을 말해달라. "출연연 흔들지 말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스스로 그림을 그리라는 건 기존에는 피동적이었다면 이제는 능동적으로 몸을 흔들어 춤추자는 것이다. 출연연의 큰 그림은 미래를 위한 과학기술에 대한 준비다. 출연연이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할수 없고 대학이 접근할 수없는 분야를 연구해야 한다. 해양 우주 등이 출연연의 연구 분야다. 이번 그림을 그리면서 기업으로 갈 수 있는 것은 보내고 연구 역량을 집중하자. 혼란스럽다 혹은 흔들지말라는 표현보다 변화하는 모습을 담고 답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갈 길이다." Q. 평가에 대해 묻고 싶다. 3년마다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시기와 적용방법이 관건이다. 기관장 취임시기 다 다른데 지금처럼 절대평가는 안될 것 같다. "출연연 절대평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재정당국은 예산을 부여할 수 있는 공정한 잣대가 필요하다. 적용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 앞서 소프트웨어 개선 방안등은 협의를 통해 구체적 합의를 도출해야 가능하다. 정년연장도 몇% 해줄지 협의 중이다. 이 대목도 합의가 필요하다. 기관평가도 부처에 따라 의견이 다르다. 그래서 먼저 그림을 그려야 한다." Q. 개인적 의견이다, 이일을 하면서 왜 오해를 받는가. 한꺼번에 하려니까 생긴 문제다. 단계적으로 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 아닌가. "3년 안에는 다음과 같은 강소 조직 3개 그다음 5개 하겠다는 것이 로드맵이다. 담당자는 두려워하지 말고 타당하게 조직과 경영 기획안 만들면 된다. 올해 초에 한 게 타당하다면 그대로 내도 된다. 그래서 조직 재정비다. 개편이나 개혁이 아니다. 여성연구원들도 목소리 담아달라. 행복한 연구 조직을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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