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대 과총 회장 "50개 연구단 발족보다 중요한건 훌륭한 리더 찾기"
"과총, 과기뿐 아니라 정치·경제적 측면까지 영역 확대할 것"

"연구에 평등은 없다. 하나의 톱만 있을 뿐이다. 때문에 기초과학연구원은 잘하는 사람을 쫓아가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좋은 시설보다 좋은 사람이 모여야 훌륭한 연구가 가능하므로 기초과학연구원에서 탄생할 50개 연구단 출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연구를 이끌어가는 단장, 원장을 고르는 일에 먼저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박상대 햔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이 생각하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성공 핵심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 위원이면서, 기초과학연구원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누구보다 기초과학연구원이 국내 최고의 연구 메카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2월 말 제 17대 과총 회장에 취임한 박상대 회장을 만나 앞으로의 과총 운영방안을 들어봤다. 박 회장의 답변은 그러나 과총에만 머물지 않았다. 과학벨트 사업과 출연연 선진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역할 등 과학기술사안에 대해 거침없는 의견을 내놨다.

먼저 과학벨트에 대해 그는 "대덕에 확정된 것은 주변 여건상 잘 된 일이다. 이제는 50개 연구단이 뭘 할 것인지, 또 기초과학연구원에 누구를 탁월한 수장으로 뽑을 것인지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탁월한 수장이란 어떤 사람일까. 인력구성과 연구비 배분 등을 자유롭게 해야 하는 만큼 행정경험이 있고, 탁월한 연구자이면서 미래 트렌드를 감지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이고 국가관이 확고한, 원내에 국내외 우수 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 국제적 교감을 가진 그런 과학자다.

"50개 연구단을 급하게 출범시킨들 의미가 없다. 미래 지향적이고 좋은 연구를 이끌어가는 단장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시설보다 훌륭한 사람이 모인 곳에서 뛰어난 연구가 나오는 만큼 기초과학연구원은 잘하는 사람을 쫓아가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 "출연연 선진화는 곧 자유로운 연구환경…국과위가 아이디어 제시해야"

"외국의 출연연 명성은 대학보다 못하나 한가지 메리트가 있다면 연구비가 풍족하다는 것이다. 출연연은 국가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외국 출연연은 연구에 있어 가난하지 않다. 따라서 '진짜 연구'가 하고 싶은 사람은 출연연으로 가게 돼 있다. 우리나라 연구원들에게도 연구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 주면 될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박상대 회장은 국내 출연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고 개탄한다. 대학보다 짧은 정년과 PBS 제도, 연금 없는 환경들이 우수 과학자 양성에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그가 출연연 선진방안에 대해 "출연연이 가야 하는 방향은 정해져 있다. 지금은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출연연을 나눠 담당하지만 원래는 한 곳(전 과학기술부)이었고 국과위로 가는 것이 본래 전략"이라며 출연연 선진화 방안에 앞서 본 취지를 잊어선 안됨을 강조했다.

이어 "국과위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함으로써 출연연 선진화 문제는 반듯하게 정리하고 잘 뻗어 나가게끔 해줘야 한다"며 "외국의 출연연처럼 연구비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는, 연구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것임"을 촉구했다.

그에 따르면 외국의 출연연의 명성은 대학보다 좋지 못하다. 하지만 대학의 경우 일의 60%가량이 논문을 쓰는데 시간을 보내야 하고 연구비도 10년에 한번 받을 정도로 연구에 있어 자유롭지 않다. 그에 반해 출연연은 국가발전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인 만큼 연구 자금 때문에 과학자들이 고민하는 일이 없다는 것. 이런 장점이 있어 연구를 하고 싶은 사람은 출연연에 올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돼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또 지난 3월 출범한 국과위가 과학기술분야 예산 배분 조정과 성과평가법 등 실질적 권한을 확보하지 못하고 제대로 힘을 갖추지 못한채 급하게 출범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회장은 "이제는 예산배분조정권을 누가 갖느냐를 따지기 보다, '왜, 어디에, 어떻게 예산을 쓸 것인지'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고 정부와 협의해 절충하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 과총, 과기현안뿐 아니라 정치와 경제적 측면에서 영역 확대할 것

박 회장은 총선과 대선, 새 정부 출범이라는 변화의 시기를 겪게 될 앞으로의 일들을 고려해 과총이 과학기술 측면뿐 아니라 정치, 경제적 측면에서 영역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올해부터 3년간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로 과총이 과기 정치와 경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적극 노력하겠다"며 "특히 과기계 현안 문제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먼저 회원들의 참여도를 높일 방침이다. ▲정기 워크숍 ▲R&D 예산 설명회 관련 콜로키엄 개최 ▲국가연구개발사업 모니터링 제도 도입 ▲국가 과학기술기획 및 평가위원회 위원 추천 ▲과학기술인 이슈 발굴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과총 회원들의 권익 보호와 영향력 확대 그리고 사회적 참여도를 적극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또 과학기술의 정치•경제적 소통을 위해 지역연합회와 과학기술자문단을 활용해 과학기술 현안 이슈를 발굴하고, 이를 정부•국회와 공동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일 예정이다. 그는 "친 과학기술 의정활동 유도를 위해 과학기술인의 국회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며, 우선 오는 10월에 '과학기술인 국회 방문의 날'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과학자의 네트워크 사업도 적극 추진한다. 과총은 전세계 12개국 1만6936명의 해외 한인 과학기술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공 분야별로 인적 정보시스템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UKC(US-Korea Conference on Science), EKC(EU-Korea Conference on Science) 등을 통한 해외 고급과학기술자 활용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일본, 중국, 인도 등 동남아시아권 협력 강화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과학기술의 역할이 점점 부각되고 있는 만큼 '과총 과학진실센터'를 설립해 과학적 관점에서 과학기술과 사회적 이슈를 해석하고 진실을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 행복한 과학자는 스스로 만드는 것…"취미 통한 풍요로운 삶 찾아가길"

돈보다 자존심을 먹고산다는 말도 이젠 점차 퇴색하는 분위기다. 돈만이 아니다. 연구 환경이 자주 바뀌면서 출연연보다 대학이나, 기업 등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과학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박 회장은 과학자들에게 이런 주변 환경에만 영향을 받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운동이나 악기, 연주 등 취미생활을 권장한다. 

"아인슈타인은 죽음이란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지 못하는 것이며, 삶의 기쁨은 대부분 바이올린이 가져다 준다고 말했을 정도로 취미를 즐겼다. 주어진 환경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연구인 스스로 풍요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꽉 찬 하루 일정보다 여가 중이거나 산책할 때 떠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운동과 연주 등 취미생활을 통해 창조적인 정신활동의 재충전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또 연구를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흥미를 갖고 한다면 창의적이고 훌륭한 업적이 나올 것이다"

국가 발전을 위해 연구하는 출연연 과학자들의 행복한 연구를 위해서는 그들의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정부와 국민의 관심도 매우 중요하다. 그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신성장 동력 개발을 통해 선진국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과학기술 투자가 있어야 한다"며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연구가 가능한 환경마련,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원이 지원되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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