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부산과기원법 발의 이어 녹색과기원법까지 가세
과학벨트 후발효과…"무분별한 科技인력 분산 안돼"

정치권에 때 아닌 '과학기술원법' 발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대전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대구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광주 GIST(광주과학기술원)가 포진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원이 없는 일부 지자체들이 우후죽순격으로 과학기술원 신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연구 현장에서는 정치권과 지자체의 과기원 신설 움직임이 국가의 연구경쟁력 분산에 이어 국력 분산의 부작용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과학기술원법 난립의 배경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과학벨트의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 구성 예산이 주로 대전과 대구·광주 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배분되기 때문에 각 지자체들은 과학기술원 설립으로 과학벨트 예산을 분산 유치하겠다는 속마음이다.

김학송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창원과학기술원 설립을 위해 '창원과학기술원법'을 발의한 상태다. 그는 동남권 사업규모에 걸맞은 인재 양성과 지역산업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이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창원시가 창원과학기술원 설립에 나선 것은 지역에 3500여 기업체가 있고, 한국기계연구원 등 19개 국가연구기관과 800여 연구소가 있으나 국내 30위권 이내 대학이 전무한 데다 동일 연령대 인구 대비 이공계 박사 졸업생이 전국 13위에 그치는 등 과학분야 고급인재 육성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법안은 고급 과학기술 인재 양성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역산업의 혁신과 기술고도화를 이끌 고급·전문인력을 육성한다는 제안 이유와 이사장·총장을 비롯한 인적구성, 출연금 지급 근거 등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창원시는 해양과학·메카트로닉스·조선·자동차·신소재 융복합 등을 연구하는 교육연구시설과 산학연협력센터, 국제센터가 들어서는 66만㎡ 규모의 과학기술원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부산 금정 지역구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도 '부산과학기술원' 설립을 위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산업계와 학계의 협동 연구와 교류를 촉진함으로써 지역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제안 이유를 담고 있다. 김세연 의원은 과학벨트와 첨단의료산업복합단지 사업과 연계 발전을 위해 기장 방사선의학기술원을 탄생시키기 위해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과 부산과학기술원법에 이어 박희태 국회의장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도하기 위한 '한국녹색과학기술원 설립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국회의장이 법안을 직접 발의하는 것은 1954년 이기붕 당시 국회의장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을 발의한 이후 57년 만이다.

박 의장 측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청와대와도 관련 법안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계 한 원로는 "시간이 갈수록 과학기술 수요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국가적으로 과학기술 인력들의 자원관리가 필요한 시대이며, 과학기술원 난립으로 무분별한 과기인력의 분산이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한 과학자는 "지금은 국가적으로 과학벨트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며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과학기술 역량 집중을 위해 신중한 검토와 판단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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