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2개 코스 단장 끝내고 '시민 품으로'

대덕연구단지 일대를 둘러볼 수 있는 전문 산책로가 탄생했다. 이름은 대덕사이언스 길. 어떤 코스이기에 사이언스 길로 이름 붙여졌을까.

8일 오후 2시 대덕사이언스 길을 직접 걸어보기 위해 제1코스의 시작점 엑스포과학공원 꿈돌이랜드 입구에 당도했다. 대덕사이언스 길은 대전광역시(시장 염홍철)가 대덕특구내 주요 산과 공원, 산책로를 연결해 시민에게 레저는 물론 자연과학 학습을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설계, 추진됐다.

10일 전격 개통됐다. 공원 입구 왼편에 대덕사이언스 길 안내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판에 적힌 대로 주요 지점을 메모하고 나서 바로 옆 우성이산 등산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 중간 중간에서 만날 수 있는 이정표. 방향과 거리를
가늠할 수 있다.
ⓒ2011 HelloDD.com

올라가며 갈라지는 길 곳곳에 표지판이 길손을 맞이하고 있어 도룡정을 지나 화봉산 휴게소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오르막의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편이라 걷기 편하다. 노약자나 어린이도 어려움 없이 올라갈 수 있는 수준이다.

도룡정에 오르니 자그마한 감탄이 터져나온다. 과학공원을 비롯해 특구 일대가 한 눈에 들어왔다. 도룡정에서 조금만 더 가면 화봉산 휴게소가 나온다. 서로 반대방향을 마주보게 끔 위치해 있어 두 곳을 오르면 대덕특구의 동서남북을 대부분 파악할 수 있다. 절묘한 배치다.

다만 화봉산 휴게소는 여름철이라 울창한 나무숲이 전면 배경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일부 전망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화봉산 휴게소에서 화암4거리까지의 능선코스는 자연이 준 선물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환상의 코스다.

여름철 숲이 주는 짙은 녹음은 정신까지 맑고 상쾌하게 해준다. 오솔길 곳곳에서 만나는 다람쥐와 청솔모, 나뭇가지 위에서 여름을 노래하는 뻐꾸기와 꾀꼬리 등 철새들의 노랫소리가 자연과학의 학습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갖게끔 한다.

등산로 곳곳에 마련된 벤치, 철봉 등 휴게와 체육시설도 등산객에게 좋은 편의를 제공한다. 그늘에 앉아 친구들과 모여 게임을 하고 있는 초등학생들, 벤치에 길게 누워 오수를 즐기는 남자, 운동기구를 이용해 열심히 체력단련을 하고 있는 등산객의 모습 등 시민 휴식처로 손색이 없다.
 

▲화봉산 휴게소. 이곳부터 화암4가까지 내리막이 시작된다. ⓒ2011 HelloDD.com

산에서 내려와 화암4거리에서 태전사로 가는 길은 대로를 건너고 절을 찾아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안내 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주민과 행인에게 길을 묻는 수고를 해야 했다. 화암4거리에서 동물원 표지판이 보이는 방향으로 올라오다 보면 식당 간판이 눈에 띈다.

그 오른편으로 트여있는 길로 들어서서 계속 산을 올라가다 보면 태전사 입구 현수막이 보인다. 태전사까지 도착하면 다음 길을 찾기가 복잡해진다. 태전사 입구에서 50미터 정도 내려오다 보면 왼편 산기슭으로 올라가는 작은 오르막길이 있다.

다소 길이 좁고 쉽게 무너지는 흙길이라서 주의를 요한다. 하지만 그만큼 인적은 드물고 야생동물들이 곳곳에서 얼굴을 내민다. 태전사 뒷편 숲길을 지나 철조망길을 따라 능선을 타고 내려오면 도룡 3가로 나오게 된다. 도룡 3가에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정문까지 일반 도로를 걷도록 돼 있다.

대덕테크비즈 건물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나오는 표준연 정문에서 맞은 편에 있는 매봉산으로 다시 올라가면 정상에서 매봉공원을 만나게 된다.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로 내려가는 숲길을 거쳐 과학공원까지 가면 제1코스가 끝난다.

제 1코스에서는 대덕특구 동쪽 부근의 정부출연연구원과 벤처기업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자연을 가까이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학습의 장으로서도 시민들에게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동네인 대덕특구를 한눈에 살피며 동시에 자연과학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새이름을 짓고 재탄생하는 것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화봉산 휴게소에서 화암 4가로 내려가는 갈림길에 정확한 표지판이 없다는 점, 화암 4가에서 태전사로 가는 길 안내표지가 없다는 점, 태전사에서 이어지는 길을 찾기 어렵다는 점 등이 모처럼 대덕사이언스 길을 찾은 시민에게 불편을 준다.

시민 김 모씨는 "모처럼 휴일을 내 사이언스길을 찾았는데 길 안내가 친절하지 못하다"면서 "중요한 길목에 좀 더 자세한 안내표지를 설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좋은 의도만큼이나 꼼꼼한 디테일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 경로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과의 소통은 대덕사이언스길이 선사하는 최고의 매력 포인트다.

태전사의 주지스님은 "시민의 편의와 복지를 제공하려는 대전시의 의도는 훌륭하고 좋은데 추진 과정상 다소 성급함이 엿보인다"면서 "절 우회로를 마련해 수도승들의 수행이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등 좀 더 내실있고 배려가 담긴 공공사업을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화봉산 휴게소 내리막길. 약 20미터 내려가다가 갈랫길에서 왼쪽으로 가야 맞다.
안내 표지가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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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암4가로 가는 긴 능선코스의 곳곳에서 외부 전경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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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뽕나무 열매)가 까맣게 익은 모습. ⓒ2011 HelloDD.com

▲태전사 입구에 걸린 현수막. 입구 좌우 어디에도 안내표지판이 없다. 이곳에서 아래로 50 미터 정도 내려가면 왼쪽 부근에 산으로 오르는 오솔길이 있다. 그곳으로 오르면 된다. ⓒ2011 HelloDD.com

▲태전사 뒷편부터 도룡3가로 내려오는 구간의 시작부근에
철조망이 쳐져 있다. 철조망 사이가
대덕사이언스길. ⓒ2011 HelloDD.com

▲숲속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다람쥐. ⓒ2011 HelloDD.com

▲대덕사이언스길을 안내하는 노란색 리본이  나무에 걸려 있다.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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