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위 "지경부 산하 출연연도 평가대상, 기재부와 합의 끝"
과학계 "평가법 국과위로 이관돼 빨리 개선돼야"

국가연구개발사업 성과평가법-. 정부출연연구소를 비롯한 국내 과학계에서 연구개발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향상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가, 아니면 애초의 취지와 달리 진지한 연구개발을 저해하거나 연구 환경악화를 초래하는 등 부작용만 초래하는 잘못된 제도인가.

성과평가법 개정안의 6월 국회 통과 여부가 과학기술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이번 개정안은 과학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통과 여부에 따라서는 해당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예산을 통합 배분·조정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출범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김도연)가 제대로 기능을 할는지도 결정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6월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할 경우 과학기술계가 염원했던 국과위의 실질적 위상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개정안의 요지는 간단하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효율적인 추진과 관리를 위해 종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행하던 연구개발 성과평가기본계획 및 연구개발 성과평가실시계획의 수립과 표준성과지표의 개발, 연구개발사업에 대한 특정평가 및 상위평가의 실시, 자체평가 관련 성과평가 표준지침 마련 및 평가결과의 활용 등에 관한 업무를 앞으로는 국과위가 수행하도록 할 수 있게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지난해 성과평가에 대한 근거를 담은 '국가연구개발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에 관한 법률(평가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상정됐으나 법안심사소위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이유는 여당의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 날치기 통과때문. 야당이 항의 차원에서 심의를 거부해 버렸고, 국과위는 법안 지연을 무릅쓰고 출범을 강행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도 국과위 입장에서는 성과평가법 통과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박구선 국과위 성과관리국장은 "성과평가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국과위가 활동하는 데 있어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게 됐다. (이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6월 국회 통과를 위해 국회의원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후 사정을 들려주었다.

그는 "현재 야당 의원들이 변수다. 과학기술계를 위한 선택을 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박 국장에 따르면 성과평가법과 관련해 부처간의 합의는 이미 완료된 상태다.

그는 "최대한 6월 국회에서 통과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은 하겠지만 만약 통과가 안되면 그 다음 국회를 기대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이미 기재부와 합의가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준비는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은 야당 의원들도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감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성과평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지경부 산하 출연연이 수행 중인 국가연구개발사업 역시 국과위의 평가 대상이 된다. 박 국장은 "소속은 지경부겠지만 평가는 국과위에서 하게 될 것"이라며 "아무쪼록 6월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 역시 이번 국회에서 성과평가법이 통과돼야 하지 않겠냐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정정훈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장은 "일을 잘 하려면 도구를 쥐어줘야 한다. 그런데 국과위는 도구가 없는 상황이다. 도구가 있어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 한 인사는 "국과위가 실질적 기능을 하려면 평가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며 "과학기술계의 염원은 R&D평가권이 국과위로 이관돼 연구현장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평가 선진화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H연구원 C박사는 "성과평가법이 초미의 관심사인만큼 과학자들도 많은 의견을 교류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모든 권한은 국회에 있다. 농담이지만 국회에서 성과평가법을 핑퐁게임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이야기도 한다"고 우려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기재부에서 국과위로 평가 주체가 바뀌는 데 대해선 찬성한다. 하루빨리 연구현장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경우 여당인 만큼 국과위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일반 국가사업에서 분리해 예산 배분과 평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설립 목적에 맞게 국과위를 출범시키기 위해 성과평가법 개정안의 통과에 긍정적 입장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정부와 국과위, 과학기술인들의 기대와 달리 성과평가법의 국회 통과가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과위 소속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은 "국과위 출범이 출연연 선진화 논의로부터 시작된 것인데 출연연 문제는 그대로 놔두고 국과위만 출범한 것은 문제"라며 "민간위원의 위원회 참여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본래 취지와는 어긋났기에 성과평가법 통과에 대해 찬성할 수 없었다. 솔직히 지금도 고민 중이다. 무엇 하나도 포기할 수 없기에 여러가지로 신중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솔직히 말하면 현재 출연연 선진화 방안과 민간위원 확보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측과의 협상에서 성과평가법 통과 여부가 지렛대로 이용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선택을 해야 한다. 국과위가 출범한 상태에서 성과평가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과학기술계를 위한 선택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과평가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는 사실상 이 의원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민주당의 안민석 의원도 "이상민 의원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한 상황"이라며 "(당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과학기술계 앞날을 위한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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