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비바람 동반 태풍2호 '송다' 북상…방사성 물질 유출 위험

강력한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 2호 '송다'가 29일 오전 일본 남부의 규슈(九州) 지역에 상륙한 뒤 일본 열도를 타고 북상하면서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도호쿠(東北) 지역의 후쿠시마 제 1원전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기상청은 29일부터 30일까지 일본 규슈 지역을 덮친 태풍이 시간당 50㎞의 속도로 북상하고 있으며 태풍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은 35m, 순간 최대 풍속은 50m에 달하고 있다. 2호 태풍 '송다'가 몰고 온 집중호우로 이날 오전까지 도호쿠 지역에는 180㎜(24시간 기준)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문제는 후쿠시마 원전이다. 호우를 동반한 태풍이 사고 원전을 강타할 경우,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은 비상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각종 장비가 침수되지 않도록 높은 곳으로 옮기는 한편, 창고 등 각 건물 입구에 흙을 쌓는 등으로 침수에 대비하고 있다.

각종 기자재가 태풍에 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도 강화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는 사고 당시 수소 폭발 등으로 지붕이 날아가거나 벽이 무너진 상태여서 심각함이 더해지고 있다.

비와 바람에 노출돼 빗물에 쓸린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바다에 흘러들 가능성이 있다. 원전 곳곳에 방사성 물질 오염수의 증가도 예상되고 있다. 일본 매스컴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원전 건물 입구에 흙 자루를 쌓고, 2, 3호기의 오염수를 저장하는 철제 인공섬을 밧줄로 고정시키는 등 집중호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력한 비바람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늘어나는 것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순흥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자로 안으로 빗물이 안 들어가게끔 하는 게 최선이지만, 현재 후쿠시마 원전 상황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염수가 넘치는 상황에서 빗물로 인해 오염수의 양이 증가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제일 좋은 방법은 빗물을 필터링해 다시 사용하는 방법인데, 현재 일본 측이 처리 장치가 없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만드는 중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태풍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일본 방사성 물질의 한반도 유입에 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태풍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에 일본지역에 상륙할 경우 방사성 물질을 한반도 쪽으로 실어나르는 동풍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병환 KINS 방사선안전본부장은 "우리나라 역시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 있기 때문에 조금은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까지 들어올 정도면 방사성 물질이 상당히 희석된 상태이기 때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며 "현재 매일 환경방사능 분석을 진행 중에 있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원장 윤철호)는 30일 각 지방측정소에서 대기 부유진 방사능을 측정한 결과, 전 지역에서 방사성 요오드는 검출되지 않았으나, 강릉 및 부산지역에서 방사성세슘이 극미량 수준에서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불검출되기 직전의 최소 검출치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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