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생명정책포럼, '바이오시대 농림수산식품 산업의 진로' 주제로 진행

"시대변화에 맞춰 패러다임도 변화해야한다. 자원·금융·기계기술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한계에 봉착하면서 경제성장의 원천이 IT기술에서 바이오기술로 변화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사회·문화 패러다임은 삶의 질을 중시하고 글로벌화로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이는 이미 모두가 공감하는 트렌드다." 20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정혁)에서 개최된 제24회 생명공학정책연구포럼(사회자 현병환 센터장)에서 유병린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은 ‘21세기 바이오시대의 핵심과제는 무엇인가’에 대해 이같은 화두를 던졌다.

그는 바이오기술의 진보로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이 창출되는 한편 인구증가, 물 부족, 다양한 기후변화, 에너지고갈, 식품안전 등의 전 지구적문제에서도 바이오기술을 통해 해결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라 기대했다.

더 많은 식량을 공급해야 하며 바이오에너지 시장의 수요에 대비, 개발도상국 발전에의 기여, 기후변화에의 적응 등 여러 가지 과제들이 2030년 바이오 경제 실현의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지 않아도 세계 농식품 시장 규모는 4조4000억원으로 IT나 자동차 분야보다 큰 시장 규모로 확대될 것이다. 또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저탄소 녹색산업의 신개념이 대두되고 있으며 환경생태산업, 관광·휴양산업, 웰빙 건강산업등 가치 창조기반으로 관심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생명자원을 활용해 인간에게 유익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창출하는 미래산업을 발굴 육성하기 위한 생명산업 2020 발전전략을 수립했다.

생명자원 확보관리 및 활용기반구축, 생명산업 R&D 및 산업화 기술개발, 산업체 육성 등 중점 추진전략을 세웠으며 이는 모두 생명자원의 생산·응용·관리를 통한 고부가가치생명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침이다.

유 원장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생명자원의 발굴·생산·응용·유지관리가 조화롭게 발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여러 부처 공동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하며 국민 삶의 질, 복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본적·장기적·글로벌 이슈를 해결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농림수산식품산업, 공격적 R&D를 통한 전략적·국가적 접근 필요해
 

▲제24회 생명공학정책연구포럼에 패널로 참여한 유장렬 생명연 책임연구원, 유용만
충남대 교수, 이용욱 젠닥스 대표, 이희찬 세종대 교수.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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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럼에 참가한 정혁 생명연 원장은 식량문제는 현재 먹고 사는데 큰 문제가 없지만 만에 하나 어느 한구석 문제가 발생할 때는 바로 정책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곡물 포함 식량자원의 75%를 해외에서 수입해야하며 자동차·반도체·배를 만들어 판매한다 해도 식량 자급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현재 식량 자급률 25%를 적어도 60-70%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 머지않은 장래에 농업이 천덕꾸러기가 아닌 국민을 먹여살릴 수 있는 중요한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에 따르면 네덜란드·덴마크·이스라엘 등의 경우 땅덩어리가 좁고 인건비가 비쌈에도 불구하고 농업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정 원장은 "그런 사례를 분석하고 우리의 가야 할 길을 찾아야한다. 우리의 역량에 따라 농업은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종자산업 등의 고부가가치 연구를 통해 국가적·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장렬 생명연 책임연구원은 "농기평을 통해 농림수산식품부가 공격적 R&D를 시작했고 앞으로 수년내 예산 증액과 함께 더욱 발전해 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R&D에 대한 분명한 방향과 철학을 세워나가야 하며 간혹 개별사업에서는 일부 중복을 피할 수 없고 정부 부처간 R&D 중복성에 대한 충돌이 있겠지만 방향과 철학에 대해 확연한 부분이 정립되면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자동차·반도체 등 규모의 경제에서 기적을 보이고 있는데, 농식품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수준의 육종기술과 유전체기술등을 통하면 안 될 것 없으며 보다 공격적인 R&D, 삼성· LG 등의 대기업에서 하는 식의 R&D 서포트를 통해 방향을 선도하고 세계 일류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농기평이 연구자들이 놀랄만한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유 원장은 "시스템적으로 산업을 뒷받침하는 한편 중복을 피하기 위해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철학의 공유를 위한 틀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고도화·성숙화의 과정은 여전히 우리가 안고 있는 숙제"라고 말했다.

유용만 충남대 교수는 "대학현장에 있어보니 연구에 대한 전문가가 사실 별로 없음을 목격하게 된다. 연구비 규모가 작고 과제 기간이 짧으므로 전문성의 깊이가 없다. 이와 같은 현장의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급률이 낮은 식량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정책적 방안 제시가 필요하며 앞으로 국가 생물산업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전체적 그림을 그리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공스토리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8500억원의 국가 예산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아웃풋이 없는 현상황에서, 연구자들에게 쓴소리를 해달라고 유 원장에게 주문했다. 유 원장은 "R&D의 정부 예산은 국민세금이므로 투입만큼의 효과와 성과를 만드는데 노력해야한다"고 답했다.

"단지 정확하게 썼다고 해서 의무를 다한 것은 아니며 이를 위해 정부는 연구자도 충분히 수용가능하고 서로 간에 믿을 수 있는 시스템과 연구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용욱 젠닥스 대표는 "농식품부에서 보는 산업화 주체에는 농민, 식품업체, 일반 벤처 등 다양한 주체가 있겠지만 산업주체들에 대한 역할 논의가 필요하다"며 "1차원적 대상인 농어민 외에 새로운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가 산업화로 간다면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컨소시엄을 해나갈 필요도 있으며, 과감한 투자, 예산증액 등을 통해 미래기술 창출하는 등 농식품부 R&D 패러다임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해외 농지확보, 기업의 해외진출 등을 많이 거론하지만 아직 R&D 부분에서는 여건이 많이 부족하다"고 분석하며, "국제공동연구 기반이 확대될 수 있도록 농기평이 제 역할을 다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희찬 세종대 교수는 "모든 연구에서 기술의 최종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농업쪽에서보면 혁명적 발상이 최근 많이 거론되고 있다. 식품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으며 지역축제 등을 포함한 국내 농촌관광등도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적 입장에서 보면 항상 긍정적인 면만 있지는 않다며 이 교수는 "바이오농산물이라고 하면 발전적 측면으로 보지만 GMO와 같은 유전적 조작식품, 대체에너지개발을 위한 환경훼손, 탄소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곡물가격 폭등 등 부정적 측면의 관련분야 이슈가 거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하는 입장이라면 어떻게 소비자에 인식되고 반응을 일으키는지도 함께 고민해야하며 기술측면이 정책적 대외적 환경을 반영하지 않는 기술은 위험하지 않은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각 분야별로 국민들에 납득시키기 위한 프로젝트가 중요하며 소비자들에게 친화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과 바이오라는 개념을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도록 소비자와 연계되는 정책들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원장은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농식품 새로운 변화에 대한 초석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지금이며 새로운 융합기술을 통해 바이오성과물을 이끌어내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좀더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제시할 수 있는 제안의 시대가 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럼이 끝난 후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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