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욱 표준연 박사, NIST 초전도 100주년 대표성과에 포함
3차원 조셉슨 접합 제작공정 개발…동일한 면적에 2배 집적

"제가 생각해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화합물 찾는 게 원래 운이 나쁘면 20년 정도 걸리는데요. 저는 3번 만에 성공했어요. 몰리브덴-실리콘 화합물을 찾는 과정에서 변수가 많은데, 잘 진행이 됐어요. 제게 찾아온 운과 아이디어가 합쳐져서 좋은 결과가 나온 셈이에요.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초전도 발견.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원(이하 NIST)은 이를 기념해 초전도를 이용한 대표 성과인 조셉슨 전압표준에 관한 온라인 박물관(http://www.nist.gov/pml/history-volt/)을 꾸몄다. 여기에 정연욱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나노양자연구단 박사의 연구 결과가 포함돼 있어 주목받고 있다.

1970년대까지 전압 표준은 배터리를 사용해왔다. 1970년대 후반부터 조셉슨 전압 표준 연구가 시작됐고, 1980년대에는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조셉슨 효과는 두개의 초전도체 사이의 거리를 수 나노미터 정도로 접근시키면(조셉슨 접합) 초전도체끼리 접촉돼 있지 않더라도 이 사이에 전류는 흐르지만 전압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뚫리지 않던 벽에 가로막혀 지지부진했던 조셉슨 전압 표준 연구는 1997년대를 기점으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NIST에서 초전도 니오비윰과 팔라듐-금 합금 물질을 이용해 프로그램이 가능한 1V 조셉슨 전압 표준(PJVS:programmable josephson voltage standard)을 개발했던 것. 이때 개발된 1V PJVS에는 하나의 칩에 3만여 개의 조셉슨 접합이 들어갔는데, 그 이상의 용량을 소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정 박사는 "3만 개 이상의 조셉슨 접합을 넣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팔라듐-금 합금이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8년 동안 진전이 없었다"며 "처음 성과를 얻었던 팔라듐-금 합금을 포기하는 게 어려웠다. NIST에서도 내세우는 브랜드 제품이었고, 연구자에게도 버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화합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고 말했다. 당시 NIST에서 근무하던 정 박사는 이전의 소자보다 안정적이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몰리브덴-실리콘 화합물을 이용한 3차원 조셉슨 접합 제작공정을 개발했고, 이를 성공적으로 PJVS 제작에 적용해 보고했다. 첫 데이터에서 1V 칩과 동일한 면적에 6만 개의 조셉슨 접합을 집적하는 데 성공했다.

바로 2개월 후에는 이전의 3배인 9만 개의 접합이 들어간 3.9V PJVS를 개발해 더욱 넓은 범위를 측정할 수 있는 PJVS 제작 가능성을 열었다. 3만 개 이상 넣을 수 없다던 생각을 깨버렸던 계기는 바로 3차원 구조의 발견이었다.

조셉슨 접합을 3층으로 층층이 쌓았던 게 해결책이었다. 정 박사는 "1㎠ 넓이의 칩에 3만 개 이상의 조셉슨 접합을 집적한다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라며 "그래서 위로 쌓았다. 이것을 계기로 2011년에는 10V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막혀있던 장벽이 뻥 뚫리고 나니 연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외국인 연구자들의 성과를 인정하는 데 인색했던 NIST에서도 정 박사의 연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 박사는 "이 연구 성과를 계기로 각자의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해오던 일본과 독일 연구지들이 자신들의 고유 조셉슨 기술을 포기하고 실리콘 합금 계열의 PJVS를 도입하게 됐다"며 "조셉슨 소자 기술의 개발 과정에서 이같은 기여도를 인정해 100대 성과에 올려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1등만 살아남는 세상"
 

▲2005년 연구 성과에 제1저자로 오른 정연욱 박사. ⓒ2011 HelloDD.com

"미국이 1등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없어요. 좋은 연구 환경에 똑똑한 연구자들이 모이는 건 당연하죠. 예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개인이 연구해서 개발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어요. 여러 사람들이 합심해서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도입해야 하죠.

NIST 역시 마찬가지에요. 그들이 중심이 되고 싶어할 뿐이죠." NIST와 표준연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정 박사는 "규모가 커지면 얼마나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느냐가 핵심이 된다. 그

래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한국은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코어네트워크 안에서 일하는 게 좋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코어 그룹에는 무조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표준 분야도 반도체 분야와 똑같다.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1등만 살아남을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는 "수준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단순했던 작업도 복잡하게 변해간다"며 "NIST 외의 여러 국가들과 협력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국제적인 그룹에 속해 팀으로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 표준연이 세계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연구 개발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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