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권수용 박사팀, 열전소자 평가 핵심기술 개발

대학생 A양은 또래 친구들보다 휴대전화 통화량이 많다. 과대표를 맡은 탓에 이래저래, 여기저기, 전화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배터리가 금방 닳겠다고? 답은 No! 배터리 충전 때문에 곤란한 경우는 거의 없다.

A양은 평소에 주로 부츠를 신는다. 비밀은 바로 이 부츠에 들어 있다. 그녀가 신는 부츠에는 인체의 열과 외부와의 온도차를 이용해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기능이 있다. 열전발전기술이 적용된 사례다.

'열전발전'이라고 뭐 특별한 개념은 아니다. 자연계에서 온도 차이가 발생하면 열은 이동하게 마련이다. 이 이동하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직접 변환하는 기술을 말한다. 열이 나는 것은 모두다 에너지원이다.

태양열, 해양열, 지열, 인체열, 공업 폐열, 자동차 폐열 등 다양한 분야에 에너지원이 있다. 인체의 열을 이용하는 손목시계, 태양의 온도차를 전력으로 사용하는 우주선도 열전소자를 이용한 열전발전의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같은 원리를 이용해 자동차 연비를 10% 상승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지원중이며, BMW사는 이미 열전소자를 이용한 폐열 활용을 통해 엔진의 효율을 10% 상승시킨 시제품을 선보였다. 국내에선 최근 비철소재와 전기전자, 자동차 관련 기업 등에서 이 열전소자 개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 정확한 열전도도 측정이 열전성능평가의 핵심
 

▲권수용 박사는 열을 원하는 방향으로 잘
흐를수 있게  해야 열전도도 측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2011 HelloDD.com
"열전발전은 버려지는 열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대표적인 그린에너지 기술이지만 열전소자의 전기 변환 효율이 낮아 응용 분야가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열전도도 측정의 정확도가 떨어져 발전 효율의 정확한 측정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원장 김명수) 기반표준본부 온도센터 권수용 박사팀이 최근 보호열판법을 이용해 측정오차를 최소화한 열전소자 성능평가 장치를 개발해 고효율의 열전소자 개발에 물꼬가 트였다.

이전에는 열전소자의 열전도도 측정의 정확도가 떨어져 발전 효율의 정확한 측정 자체가 어려웠다. 권 박사팀의 열전소자 성능평가 장치가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준 셈이다.

"그동안 정확한 열전도도 측정이 어려웠던 것은 열에너지는 길이 없어도 전도와 대류, 복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동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없어지는 열을 측정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잘 흐를 수 있게 해야 정확한 열전도도 측정이 가능합니다."

이번에 권 박사 팀이 개발한 열전소자의 정확한 측정 기술에서 숨겨진 효자 노릇을 한 것이 있다. 기존 방법을 응용한 '보호열판법'이다. 바로 여기에 권 박사팀의 집념과 열정이 꾹꾹 눌러 담겨 있다.

예측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사라지는 열에너지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열판을 잘 설계하여 제작해야 하고, 측정의 정확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열전도도가 균질한 열판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연구 과정에서는 소재 자체가 무른 특성 등이 있어 기초 판작업부터 쉽지 않았다고 한다. 판 소재로 사용한 알루미늄 합금은 온도에 따른 변형이 우려되는데, 이것을 방지하면서 미세한 홈을 파고 미세한 열선을 매우 좁은 간격으로 심기 위해선 우선 소재를 열변형에 강하게 만들어야 했다.

연구팀은 주물과 금형, 단조 작업으로 판의 기계적 강도를 높여나갔다. 하지만 단단해진 3X3 cm판에 1mm 간격으로 홈을 파 균질한 열을 내는 열선을 놓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열판을 만드는 이 과정에 손이 많이 가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권 박사는 "이 공정을 작업한 업체에서도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라 힘들어했다. 이런 시도는 국내에서는 처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전소자성능 평가 원천기술, 국내 표준의 선도적 역할 기대
 

▲열전소자는 전기발생(좌측a)과 냉각효과(우측b),
두 분야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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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효율의 소자를 개발할 수 있도록 측정 표준을 제공하고, 제대로 평가해 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직접 성능 좋은 열전소재를 개발하기 보다는 국내 학교와 기업, 연구소들이 고효율의 소재를 개발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해 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보호열판법을 이용한 열전도도 측정법을 발표한 권 박사는 기존에 몇 십 년 동안 쓰여온 측정방법이 있어, 관심을 받을 수 있을 지 약간의 의문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측정 테스트를 해보니 근거 있는 데이터들이 나왔고, 이 기술을 발표하자 일본 쓰쿠바에서 열리는 전자재료 국제학회로부터 초청을 받기까지 했다. 우수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권 박사는 "국내외적으로 이번 연구 성과에 관심을 가져주고 가치를 높게 평가해 주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열전소자 성능평가 원천기술로 국내 특허를 출원했고, 현재는 해외특허 출원과 국제학술지 게재를 준비 중이다.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극저온·초고온 등 극한 환경에서도 열전소자의 성능을 정밀하게 측정 평가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다. 이것이 성공하면 일반 가전과 폐열활용 소형발전을 넘어 항공과 우주 등 대규모 발전 등에 활용될 열전시스템 개발의 원천기술을 제공할 수 있을 걸로 기대된다.

에너지 소비 97%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청청 에너지를 확보하는 일이야말로 국가적 화두다. 고효율 열전소자 개발은 바로 이 국가적 화두를 깨쳐가는 선도적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권 박사가 열전효율을 측정하기 위해 열전소자를 측정장치 내에 설치하고 있다.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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