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수, 과학정책을 논하다]

2011년 3월 11일은 인류의 역사에서 한 페이지를 장식한 날이다. 일본 동북부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이 일어났고, 높이가 10m에 달하는 지진해일(쓰나미)이 인근 마을을 덮쳤다. 그러나 진짜 위험은 그 뒤에 왔다.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들이 지진과 쓰나미에 크고 작은 오작동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 중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은 발전소 외벽이 폭발하고 방사성 물질이 공기 중으로 새는 사고를 맞았다. 완전한 수습에는 앞으로도 9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원자력 발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과학자들이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믿음을 피력하면서 시작되었다. 1954년에는 소련이 원전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1956년과 1957년에는 영국과 미국이 이를 뒤따랐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원자력이 '제3의 불'로 칭해지면서 원전 건설 붐이 조성되었다. 1970년대까지 원자력 발전은 기존의 화력 발전에 비해 저렴한 에너지의 공급이 가능하고 환경오염이 적은 동력 시스템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1979년의 스리마일 아일랜드 사고와 1986년의 체르노빌 사고가 터지면서 원자력 발전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였다. 특히 체르노빌 사고를 계기로 선진 각국은 원자력 발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돌입하면서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은 물론 경제적․환경적 차원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원자력 발전은 화력 발전보다 경제적인 것으로 평가되어 왔지만 나중에 발생할 폐기물 처리비용과 원전 폐기비용을 고려한다면 꼭 그렇게 볼수만은 없다. 또 원자력 발전은 대기오염 물질을 거의 배출하진 않지만 방사성물질과 폐기물처리로 인해서 새로운 유형의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1980년대에 들어와 대부분의 선진 국가들은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여 왔지만, 소수의 몇몇 국가들은 계속해서 원전을 확대하였다. 반면 아직 가동 중인 원전을 조기에 폐쇄하려는 국가도 있었다.

21세기에 들어와 원자력 발전에 대한 반응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고 석유 정점이 거론되면서 원자력 발전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다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발하면서 다시 원자력 발전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비등식이 아닌 가압식이고, 전기가 없어도 냉각수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100% 안전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대형 재해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에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과 관련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건설을 둘러싼 논쟁이나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을 둘러싼 논쟁이 그것이다.

특히 후자와 관련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나라가 보유한 원전의 수명 연장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수명 연장을 매개로 원전의 위험적 요소가 증가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이전과 동일하게 새로운 원전을 계속 건설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 되지 못한다.

이미 건설된 원전을 조기에 폐쇄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거나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는 데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원전의 비중을 점차적으로 줄이면서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려는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원자력의 비중도 높이고 재생에너지의 비중도 높인다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책 형성이나 대학 교육에서 원자력에 몰입된 논의를 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의 관점에서 전체적인 에너지 포트폴리오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송성수 교수  ⓒ2011 HelloDD.com
송성수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산업기술평가원(ITEP) 연구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을 지냈습니다. 또 2006년부터 부산대 기초교육원 교수로 재임 중입니다.

주요 연구실적은 '한국 과학기술정책의 특성에 관한 시론적 고찰' '대중과 과학기술' 등 다수이며, 저서로는 <과학기술의 개척자들>, <과학기술과 문화가 만날 때>, <사람의 역사, 기술의 역사> 등 저술 활동도 활발합니다. 이외에도 '과학기술기본계획' '과학기술문화창달 5개년 계획' 등 정책연구에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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