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단상]기재부 A씨 특구 이사장 내정설에 반발 '극심'
"공무원 아닌 열정 있고 검증된 민간인으로"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소란스럽다.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출연연 구조개편. 발등의 불로 떨어지며 곳곳에서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꼭 같이 거론되는 것은 16일 공모 마감 예정인 차기 특구본부 이사장 인사.

2005년 출범한 특구의 성적이 내외부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차기 이사장은 특구 앞날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기득권을 가진 것으로 주장되는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의 내정설이 나오며 현장 여론은 매우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덕특구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표방하면서 지난 2005년 출범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한 연구성과를 사업화시켜 국가의 부를 축적하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야심차게 돛을 올렸다. 기획재정부 공무원 출신이 예산권을 배경으로 초대와 2대 특구본부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러면서 5년이 지난 지금 “기대에 한참 못미친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퇴보를 거듭하며 국가대표 연구개발 특구가 보통 특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초대와 2대에 이어 3대 이사장 마저 낙하산으로 인선되고, 퇴직 공무원의 노후보장 자리로 굳어지면 국가 장래가 위험하다는 우려이다. 공모 초기의 기재부 관료 내정설에 이어, 최근 실명까지 거론되는 등 설이 기정사실화되며 우려와 안타까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구인들은 "특구본부 이사장은 국가 백년지대계를 이끌어 가야 할 중요한 자리"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이 마치 기득권을 가진 것처럼 당연히 자신들의 몫으로 여기고, 인사권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청와대도 민심을 읽지 못하는 것에 대해 "역사에 책임져야할 MB정부의 대표적 실정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구본부의 지난 5년이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두 사람의 이사장들이 과학에는 문외한이었다는 것. 평소 대덕특구나 과학에 대해 별관심이 없다가 발령받고 나서야 공부를 시작해 현장에 대한 이해가 떨어졌고 리더십 발휘도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대덕특구와 과학에 대해 별 관련이 없던 인사가, 단순히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재부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로 선임되려는 현실에 특구내 기업인과 과학자들은 "공복이 아니라 공인된 마피아"라며 명백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현장의 반응에 기획재정부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기재부는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 공무원들로 구성된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조직을 새로 만들고, 운영하는 일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과학계는 전문성도 요구되고, 특구 이사장이란 자리는 무엇보다 사명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대덕특구는 윗세대가 국민 1인당 2백달러 시대에 피와 땀을 쏟아 30년간 투자했고, 앞으로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창출이란 역사적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현장에 대한 이해와 목숨 걸고 일하겠다는 각오가 이사장에게는 요구된다.

퇴임을 앞두고, 조직에서 밀려나며 챙기는 마지막 자리로 알면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이다. 3명의 이사장이 다 기재부 사람들로 채워지며, 특구가 실패로 판명될 경우 기재부는 국가 대표 대덕특구를 국제수준은 커녕 동네축구 수준으로 전락시켰다고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수 있다. 그 부담감과 책임을 진다는 심정으로 인사에 숙고에 숙고를 거듭해야 한다.

◆ "공무원 노후보장책 안돼…역사앞에 책임지는 결정해야"

청와대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대덕특구본부 이사장은 '기재부 몫'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청와대의 결정은 ‘역사앞에 떳떳한가’란 신념아래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 최근 총리를 비롯해 장관과 차관 인사가 줄을 잇는 가운데 자칫 특구 이사장은 별것 아니라는 생각에 관행적으로 특정부서의 몫으로 판단해 인사를 결정하면 안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통령은 아무리 소통을 강조해도 민심을 한참 못 읽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이다. MB정부 집권 후반기 들며 과학의 경우 인사 스타일이 바뀌었다. 전반기가 선거 공신들 중심이었다면 최근 인사에서는 과학계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들로 참모들을 교체했다.

이에 대해 과학계는 신선감과 기대감을 갖고 보고 있다. 때문에 현재 정권차원에서 추진하는 출연연 구조개편에 무리가 있음을 알면서도 과학계에서는 협조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렇지만 특구본부 이사장 인사를 이전처럼 공무원 퇴임자리로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그동안 어렵게 쌓은 과학계와의 신뢰도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다.

특구본부 이사장 자리는 그저 그런 여러 자리 가운데 한 자리가 아니다. 과학기술 활성화의 중심축으로 미래 먹거리 마련은 물론 국가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자리이다. 그러기에 열정이 있으며 능력이 검증된 인사가 와야 한다.

현장에 대한 이해와 사명감이 결여된 인사가 어떤 결과를 낳는가는 이미 충분히 보여졌다고 주변에서는 지적한다. 대덕특구인들이 바라는 바는 단순하다. 대덕특구를 발전시켜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인물로 인사를 해달라는 것이다.

공무원들끼리의 나눠먹기에 의해 현장도 모르고, 검증도 안된 낙하산은 제발 피해달라는 것이다. 특구 설립 초기부터 관여한 B씨는 말한다. "대덕특구는 기초자치단체가 하는 수많은 일반 특구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대덕은 산업화 시대의 피와 땀으로 30년 이상 투자된 곳이다. 그러기에 기득권을 가진 기재부 공무원이라고 낙하산 타고 오는 것은 안된다. 국가백년대계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진 열정 있는 인사가 와야한다.

이를 위해 차라리 청와대와 정부는 '공무원 배제, 민간인 영입'이란 방침을 밝히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에 실패하면 대덕특구는 존립 의미가 없다. 이는 한국의 미래가 상실되는 것으로 이어진다. 정말 역사적 책임감을 갖고 이번 인사가 결정돼야 한다.

필요하면 본인이라도 과천에 가서 낙하산 반대 1인 시위를 하겠다. 청와대와 정부는 현장에서의 민심을 제대로 읽고 검증된 인사로 이사장을 선임해야 한다."

B씨의 이야기는 대덕특구에 관심있는 말없는 대다수의 의견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청와대와 정부가 미래를 내다보며 대승적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현장에서 뛰는 사람으로서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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