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생명정보'를 살아 숨쉬게 하다
분석자료 교육용 콘텐츠로 제작, 사업화까지 '성공가도'

"예전에 살인의 추억이란 영화 아시죠. 용의자의 DNA를 채취해 범행 현장의 증거물과 일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외국으로 보내는 장면이 있죠. 우리나라는 그동안 국가 인프라 중심으로 생명정보 분석이 이뤄졌어요. 개인 기업에서도 생명정보 분석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규모가 크지 않고 담당연구자가 없다보니 외국에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어요."

민간의 생명정보 연구개발 서비스 사업 가능성을 보고 연구원 출신들이 뭉쳤다. 모두 10년 이상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연구원 생활을 펼친 바이오 연구 베테랑들.

각자의 연구 분석 기술력, 컴퓨터 3대만 가지고 2008년 회사를 차렸다. '오믹시스(Omicsis·대표 우태하)'란 생명정보 분석 전문기업이다. 생명현상을 밝히기 위한 학문인 '오믹스(Omics)'에 정보(information) 시스템(system)을 합성한 말로 '생명정보를 다루는 곳' 이란 뜻을 가졌다.

"주위에서 우려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럴수밖에 없죠. 당시 연구개발 서비스 분야 회사가 전국에 60여곳 뿐이었죠. 그나마 수도권에 집중됐고 생명정보 분야는 전무했으니까요."

우태하 대표는 "생명정보 분석 비용이 예전보다 많이 낮아지고 정보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분석해야할 업무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전체 매출의 3배 이상 늘었다"고 앞으로의 회사 미래를 자신있는 어조로 말했다.

생명정보 필요성 급격히 늘어, 콘텐츠로 개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내에 입주한 오믹시스의 사무실을 방문하던 날. 오믹시스는 새로운 팀이 합류하면서 비좁아진 사무실을 그나마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자리 배치를 다시 하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먼지를 툴툴 털고 사무실을 나선 우태하 대표와 직원들 얼굴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우태하 대표 ⓒ2010 HelloDD.com
우 대표는 "우리 회사 직원들은 박사급이 대부분으로 분석기술의 달인들이다.

초기에는 연구개발 서비스 기업이란 이름조차 생소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많이 알려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특히 유전체 사업에서 생명정보 분석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 외국정보까지 파악하고 분석하려면 정보량이 방대해 쉽지않다"고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말 삼성이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선포하면서 생명공학 분석 시장이 점점 커지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생물정보 분석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오믹시스는 생명정보 분석이 주력사업이지만 관련 인프라를 이용한 다양한 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우선 의학, 생물학, 농학 등 생물종을 구분해 분자마커(DNA 바코드) 제품형태로 제작,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 기업에서도 생명정보 분석이 늘고 있지만 일반 기업에서 부담해야 하는 분석 비용이 여전히 커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사업화 했다. 또 유전자 해독 작업 후 콘텐츠가 그냥 삭제되는게 안타까워 이를 자원화 했다. 평소 쉽게 볼 수 없었던 생물체의 유전체 이미지를 바로바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시장 반응이 뜨겁다.

오믹시스는 검역, 생물자원 곤충수, 유전자원은행 운영도 적극 추진중이다. 여기에 컴퓨터 시스템을 새로운 상품군으로 선정했다. 필요 장비, 시스템 구축을 필요 기업에 컨설팅한다. 그동안 연구개발 서비스를 해 오면서 쌓인 노하우를 관련 기업에 나누기 위함이다. 우 대표는 "입소문이 나면서 1분기 매출만도 지난해 매출의 3배 정도를 달성해 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는데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콘텐츠 살리기 위해 체험장 마련

생명정보 대중화를 위해 교육사업에도 진출했다. 연구개발 서비스업에서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생명정보를 어릴적부터 접하고 친숙하게 하기 위해서다. 생명과학영재 육성을 목표로 기존 자료를 제품화해 학생들이 평소 보지 못했던 생명정보 분야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생명정보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충남 공주에 체험장을 마련했다. 야생화 전시관, 열대 식물관, 분재 공원, 곤충 사육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직접 곤충체험을 할 수 있다. 방학을 이용해 자녀와 찾는 부모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7월부터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명기원 과학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우 대표는 "생명과학 분야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

사업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릴적부터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다양성 교육은 필드에서 해야 한다. 그래서 체험장 마련하고 교육사업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명정보 연구개발 서비스는 여전히 정부과제가 대부분이다. 정부출연연구원과 대학 중심으로 진행된다. 분석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오믹시스 직원 대부분 정부과제의 연구파트너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우 대표는 "연구 파트너로 참여하는 경우 재무제표 상 회사 매출로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다보니 중소기업청의 R&D 지원자금 등 사업 지원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는 연구개발 서비스 기업 대부분이 겪는 고충이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는 "우리회사는 최근 다양한 사업으로 매출 실적이 꾸준이 늘고 있지만 연구개발 서비스 기업의 어려움을 정부에서 알고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사업경험이 3년 정도지만 오픈 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연구결과가 필요하고 연구현장에서는 산업계의 요구 사항을 제대로 모르면서 서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다.

우 대표는 서로를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 대표는 "우리 사업은 연구현장과 산업계에서 동시에 이뤄진다. 양쪽을 다 보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연결할 수 있는 역할을 누군가 해야한다"면서 "앞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이를 연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관련 업계 퇴임 연구원들을 위한 시니어 일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며 "원로들이 가진 전문성을 살리고 보다 많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생명 정보 이미지들.  ⓒ2010 HelloDD.com

▲몸속 구조를 알기위해 개구리를 해부해 보고 있다. 사진으로 한컷 찰칵~. ⓒ2010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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