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조경목 재료연구소장

재료연구소는 오는 7월까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을 방문한다. 연구원들은 약 2주간 머물면서 현지 소재 및 부품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애로기술을 상담하고 손상원인 분석에 대한 강연 등을 실시, 우리나라 소재과학의 진면목을 알린다.

기술지원을 다녀온 연구원들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자신들을 찾은 이방인에게 아낌없이 지원해 준 그들의 따뜻함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올 3월께는 경남 창원 재료연구소에서 조촐한 졸업식이 열리기도 했다.

졸업생들은 기술연수를 받은 외국인 연수생이다. 한-아세안 기술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기술연수에 참가한 이들은 베트남,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등 아세안 7개국의 소재 관련 연구소와 관련 정부부처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원과 공무원들로 구성됐다. 연수생들은 이번 연수를 통해 한국과 아세안이 지속적으로 협력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이번에 배운 기술을 통해 우리나라가 이룬 경제 성장처럼 자국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수료증을 전달하고 소감을 듣는 것으로 마무리 된 졸업식이었지만 2주 동안 배우고 가르친 시간이 아쉬웠는지 몇몇 연수생들은 눈물을 훔쳤다.

또 나중에라도 자신의 나라를 방문하게 되면 꼭 연락하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모두 기존의 국제협력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이번 한-아세안 기술협력사업은 국제협력의 새로운 모델이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국제협력은 기반구축과 공동연구, 인력교류, 기술외교로 나눌 수 있다. 기반구축은 공동연구센터 등 협력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것이며 공동연구는 말 그대로 함께 연구 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그리고 자원교류는 해외 연수, 전문가 초청 세미나 등의 활동이다. 그동안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국제협력은 선진국의 기술을 습득해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동연구나 인력교류에 집중돼 왔다. 그리고 상호간 지속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기반구축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기술외교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몇 십 년 전이야 우리나라 역시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지 못한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반도체, LCD, 휴대폰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만큼 국제협력도 달라져야 한다. 그동안 식량이나 생필품 등을 위주로 이뤄진 ‘원조’의 개념에서 벗어나 진정한 협력 파트너로서의 '기술외교'가 필요한 것이다.

기술외교는 앞선 국제협력과 달리 단순한 교류를 넘어 전략적 협력자로서의 관계 정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특히 일부 선진국은 개도국 시장을 진입할 때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부 차원에서 기술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개도국은 자원이나 인력 등이 풍부해 미래의 경제 파트너로 손색이 없어 많은 공을 들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수출 3000억 달성, 세계 8대 R&D투자대국으로서 이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려는 개도국들의 요구가 매우 높은데 반해 기술외교에 대한 인식과 성과, 규모 모두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기술외교를 적극 수행해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때이다.

정부에서 개도국에 경제개발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과학기술, 항만물류, 직업교육, 농어촌 개발 등 분야의 퇴직 전문 인력 100명을 모집해 가나, 스리랑카, 콜롬비아, 베트남 등지에 1년 동안 파견하는 등 과학기술 뿐 만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 우리가 알고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참 다행이다.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법을 알려주라'는 말이 있다.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협력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앞으로 이번 기술협력사업과 같은 국제협력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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