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에 대덕 이웃 연구소들 무관심?
"서로 격려하며 응원하는 살맛나는 과학동네 만들어야"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보면 연구소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웃 연구소들간 교류가 활발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현장 풍경은 그렇지 않다. 과학기술자들 특유의 깊게 파고드는 특성이 대덕특구에 만연해서인지 다른 연구소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너는 네 할일 열심히 하고 나는 내 연구 최선을 다하자'는 분위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 이주진)의 나로호(KSLV-1)같은 경우 과학기술계 최대 숙원으로 통한다. 러시아와의 기술협력부터 시작하면 수많은 연구진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10년 가까이 고생하며 만든 거대과학 프로젝트다.

이제 결과를 볼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예산도 수천억원 들었지만, 항공우주 분야 기술진들의 열정과 피·땀이 한 순간에 빛을 보느냐 마느냐의 결정적 순간이 도래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과학동네는 조용하다.

이번 나로호 발사 준비과정에서 유일하게 항우연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곳은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나로우주센터에서 수고하는 항우연 연구진 등을 위해 수돗물 5000~1만통을 지원한다.

그러나 항우연의 이웃 연구소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하다 못해 나로호 발사 성공을 기원한다는 현수막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응원이나 지원계획도 들리지 않는다. 이웃 연구소들끼리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연구현장 모든 연구진이 마음으로 나로호 발사 성공을 기원하겠지만, 그 마음이 전혀 공유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항우연도 잘한 것 없다. 평소 이웃 연구소들과의 실질적 교류가 다른 연구소들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

'대덕에 땅을 밟고 함께 사는 이웃으로서 어떤 가치를 나눌 수 있을까' '도대체 왜 대덕에 연구소들이 모여있는 걸까' 다시 한번 나홀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과학기술계가 개혁과 혁신을 늘상 외치지만, 사실 과학기술계의 파이가 더 커지고 국민에게 다가가려면 이웃에 대한 관심·응원·격려 운동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냉기류가 팽팽하게 흐르는 과학동네 보다는 우수한 연구성과나 과학축제가 있을 때 서로 인정하며 응원하는 따뜻한 과학동네가 실현되면 대덕인들도 더 살맛나지 않을까. 우선 당장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면 과학동네에서 이웃 연구소들끼리 축하와 따뜻한 애정의 표현 운동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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