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스펙 아닌 열정·인성 중시
선배들의 조언 "자신과 함께 성장할 벤처기업 찾아라"

청년백수 400만 시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 위기로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사실상 실업자가 400만 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실업자가 아무리 늘어나도 취업준비생들의 중소기업과 지방 기피는 여전하다. 또 준비생 대부분 대기업과 공기업을 목표로 스펙 중심의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스펙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했으나 지금은 인성과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중시 여기는 양상이다. 그리고 지방의 특색있고, 경쟁력있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보다 오히려 직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며, 복지혜택이 마련돼 있어 관점을 조금만 달리하면 취업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이 말하는 취업 전략은 무엇일까. 소신있는 선택으로 탄탄한 자신의 앞날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의 후배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인관관계는 회사의 핵심…"人性 준비하세요"
 

▲이지숙 파워21 해외사업팀 사원. ⓒ2010 HelloDD.com
"인성이 가장 중요해요." 딱 부러지는 말투에서 배어나오는 확신은 신뢰감마저 엿보이게 했다.

이지숙 파워21 해외사업팀 사원은 취업 준비생들이 준비해야 할 스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성'이라고 못박았다.

"회사에 들어올 때도 인성을 많이 보더라고요. 살면서 가장 어려웠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어떻게 대응했는지 말해보세요' 등의 질문을 자신의 인성을 기반으로 이야기 해야 하니까요. 면접관 분들은 저희보다 인생도, 일에서도 선배시니 조금 말해도 다 알아들으시잖아요."

이 씨 역시 몇 개월 전에는 취업준비생이었다. 기본적인 스펙 외에도 취업 스터디 등에 참가하며 실력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이 씨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인성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한 번의 도전만에 철썩 붙었다.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선배인 이 씨의 조언 역시 인간관계(인성)였다.

"회사에 들어와서 보니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스펙은 들어와서도 쌓을 수 있어요. 그러나 인간관계는 그렇지 않거든요. 친화력이 기본이 돼야 합니다. 친화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이 쌓은 스펙이라도 사용할 곳이 없게돼요.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준비를 했으면 좋겠어요."

◆ "자신의 분야 확고히…꿈을 가지고 도전하세요"

▲최영완 쎄트렉아이 수석연구원. ⓒ2010 HelloDD.com

최영완 쎄트렉아이 수석연구원. 올해로 설립 10년을 맞이한 쎄트렉아이의 발기인이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취직을 할 수 있었지만 최 박사는 자신의 꿈과 도전을 택했다.

1999년은 신혼을 막지나 첫 아이가 태어난 해로 안정된 직장이었던 센터를 떠나 중소기업을 선택하면서 아내는 그만두려던 간호사 생활을 연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최 박사는 행운아인 편. 쎄트렉아이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원들 중에는 항공관련 연구원에 다니는 줄 알고 선을 봤다가 작은 벤처에 다닌다는 이야기에 퇴짜를 맞은 동료도 있었다.

쎄트렉아이는 우리나라 유일의 소형과학위성개발 업체로 지난해에는 쎄트렉아이에서 수출한 위성 '라작샛'과 '두바이샛'이 별다른 사고없이 우주에 진입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자신있게 자신이 선택한 회사지만 그런 그에게도 좌절은 있었다. 2003년 MAC 카메라의 지상시험모델의 정렬을 마치고 환경시험을 하던 중 광학부품 하나가 틀어지는 일이 발생했던 것. 당시 말레이시아 위성은 회사의 명맥을 유지하게 해 주는 중요 사업이었고, 이 중 카메라는 핵심 시스템이었다.

최 박사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정렬을 위해 밤을 새우던 그 몇 달간의 노력이 파노라마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말했다. 시험장에서 철수하고 카메라만을 분리해서 원인규명을 하기 위해 실험실에 앉아 있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그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무대뽀 정신. 목표를 향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서로를 격려했고, 경영진 또한 인내를 가지고 해결의 순간을 기다려 주었다. 결국 원인을 파악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 수 있었다.

이 문제로 인해 최 박사는 카메라 설계를 다시 한 번 들여다 보게 됐고, 해결방안을 마련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보다 힘들었던 것은 주변의 인식이었다.

"인공위성을 팔기 위해 회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가족들은 KAIST 물리학과를 졸업한 박사 실업자가 생기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거나 대학의 교수가 될 것으로 믿고 있었던 가족들이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죠."

그가 생각하는 무한경쟁시대 백수 탈출법은 단순하다.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것. "좀 아쉬워요. 젊은 친구들이 시야를 넓혀서 원하는 것을 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금전적인 문제로 지방에 오려고 하지 않아요. 서울권 아니면 대기업 위주로 취업을 준비하잖아요. 그런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해요.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취업이 해결되지 않을까요."

또 최 박사는 회사 동료들과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꿈을 꾸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지금까지의 모든 어려움을 이겨낸 것도 앞으로 나간것도 꿈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회사가 성공하고 나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한가지 꿈을 꿀 때 가능합니다."

◆"생계수단보다는 하고 싶은 일 찾아야"
 

▲이경석 웅진에너지 기술차장. ⓒ2010 HelloDD.com
"지금같은 경쟁시대에는 단순한 기술만으로는 취업이 어렵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그 부분에 전력을 다해 매진해야 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아닌데 단순히 생계수단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회사를 그만두곤 하죠."

이경석 웅진에너지 기술차장. 실리콘 크리스털 그로잉, 잉곳 가공, 웨이퍼링 중 크리스털 그로잉 생산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원자재인 폴리 실리콘을 성장로에 넣고 흑연 가열체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해 성장하는 고체 상태의 실리콘 잉곳이 끝까지 격자 구조가 바뀌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6년 웅진에너지에 입사한 그는 입사하기 전 직장에서 지금하고 있는 일과 유사한 반도체용 잉곳을 생산하는 일을 했다. 그 당시 바로 옆에 태양 전지를 생산하는 라인이 있었는데 대학때 물리를 전공했던 그는 평소 에너지에 관심이 많아 그 곳을 많이 찾았다. 그러면서 에너지에 관련된 일을 바래왔다.

전에 있던 직장까지 포함해 그는 학업을 마친 후 지금까지 14년 동안 그로잉 분야에서 일해온 핵심인물이다. 작업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현장 작업자를 선발하고 평소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점도 있었다.

"현장에서 작업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안타까운 점이 많습니다. 머리도 좋고 사고력도 뛰어나고 재능도 있는데 여러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경석 차장은 그런 친구들을 볼때마다 아직 젊고 성장할 기회가 많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지금은 좀 힘들더라도 열정을 가지고 적극적인 자세로 일하다 보면 미래전문가로서 그리고 강한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두려움에 당당히 맞서라"
 

▲박찬근 토핀스 연구개발팀 연구원.
ⓒ2010 HelloDD.com
박찬근 토핀스 연구개발팀 연구원에게 취업은 두려움이 아닌 열정과 행운이다. 지난해 9월 입사한 박 연구원에게 취업은 어느날 갑자기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취업을 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토핀스는 광학 및 광기구 설계기술을 활용해 국내 기업체의 최첨단 광학장비와 전자광학장비 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회사. 광학 및 광기구 설계기술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박 씨에게 이와 관련된 전문 지식은 필수였다.

같은 물리계열이었지만 박 씨가 다니는 대학에서 광학 쪽 지식은 접하기 어려운 분야였다. 때문에 그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대학에서 가르쳐 주는 지식만을 접하고, 그쪽 분야의 회사에 취업하는가.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새롭게 배워나갈 것인가. 결국 이긴 것은 현실보다 열정이었다.

광학 쪽 일을 하고 싶어했던 박 연구원은 대학 4학년 때 인정되지 않는 학점에도 불구하고 대학원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광학 및 광기구 설계기술과 이론을 배울 수 있는 대학원 수업이었기에 망설임이 없었다. 남들 다 준비한다는 스펙도 많이 준비하지 못했지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열정적으로 참여했고 준비하면서 행운이 따랐다.

"그때 당시 대학원 수업을 진행하셨던 교수님이 지금의 사장님이셨어요. 대학생인데도 불구하고 수업을 듣기 위해 애썼던 제 모습이 갸륵했었나봐요. 사장님이 저를 인턴으로 채용해 주셨죠."

그는 2008년 인턴으로 채용되고 난 1년 후, 연구원으로 정식 채용됐다. 박 씨의 취업 스토리를 들어보니 '취업=열정+행운'이라고 하는 그의 말도 일리가 있어 보였다. 박 씨는 백수 400만 시대에 그 곳을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한 가지 불화살을 날렸다.

"쉽게 생각하지 마세요. 행운은 준비하는 자에게 찾아오는 법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끈질기게 도전해보세요. 모험 역시 두려워 마시고요. 스펙 쌓을 열정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드세요. 반드시 성공할 수 있습니다. 화이팅."

◆"나와 함께 성장할 히든 챔피언을 찾으세요"

▲서영락 삼진정밀 사원. ⓒ2010 HelloDD.com

입사 2달차 서영락 삼진정밀 사원, 그가 하고 싶은 일은 해외 영업이다. 아직은 수습이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3년전 부터 시작됐다. 그는 2006년 군 제대 후 무작정 호주로 떠났다. 그 곳에서 그가 맡은 일은 파 농장 농부.

하루 8시간내내 긴팔, 긴 바지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채 파 묶음 만드는 일을 했다. 32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 온 몸에 쉰내가 날 정도로 일했다.

당연히 그는 그 분야 최고가 됐고 농신(농사의 신)이란 닉네임을 얻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의 노력도 크다.

"처음에는 일반 근로자였고 언어 장벽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모든 업무에 솔선수범하고 먼저 다가서기로 했죠. 결론은 대 성공. 낯설기만 했던 외국인들이 먼저 인사해 오고 친밀감을 나타내더라고요."

2년동안의 호주 생활을 마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에 복귀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막연히 대기업 취업만을 꿈꿔왔다. 그는 학교 취업프로그램에서 만난 강사의 추천으로 다양한 책을 읽게 됐다. 그리고 자신의 취업 방향을 바꿨다.

"처음에는 대기업만 염두에 뒀는데 책을 읽으면서 내가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를 알게됐어요. 그리곤 이미 잘 갖춰진 대기업이 아닌 나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중소기업을 찾았습니다. 삼진정밀은 역동적인 기업입니다. 대기업에 비하면 부족한 면이 많지만 대표님의 글로벌정책과 사원들의 역량강화, 제가 찾던 회사였죠."

그는 취업을 앞둔 후배들에게 "지금 당장의 급여, 근무조건을 보기보다는 기업의 가치관을 보고 자신이 그 안에서 함께 커 갈수 있는 회사를 찾으라"고 조언하며 "자신의 회사를 히든 챔피언으로 키워가는 일도 멋지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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