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JRTR' 국제 입찰 수주 성공
원자력연-대우건설 컨소시엄, 5MW 원자로 건설사업
사상 첫 원자력 시스템 수출‧‧‧상용 원전 진출 기반 확보

토종 '연구용 원자로'가 시스템 통째로 요르단에 수출된다. 우리나라가 원자력 연구개발을 시작한 1959년 이후 50년 만의 쾌거다. 연구용 원자로가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양명승)에서 가동된지는 15년 만이다. 계약 금액은 한화 약 2000억 원 수준. 앞으로 대형 상용 원전 수출의 결정적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가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건설 국제 경쟁입찰에서 최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곧 계약 절차에 착수하게 됐다. 원자력연과 대우건설(대표이사 서종욱) 컨소시엄은 요르단이 국제 경쟁 입찰로 발주한 연구 교육용 원자로 'JRTR'(Jordan Research and Training Reactor) 건설사업의 최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4일 밝혔다.

그동안 부분적으로 연구로 일부 관련 장비와 부품들을 수출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구로 전체 플랜트 시스템을 수출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자동차 부품만을 해외에 팔다가 자동차 자체를 수출하게 된 셈이다.

한국 원전 수출 가능성의 큰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이번 입찰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새로운 틈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연구로 세계 시장의 주요 공급자로 부상하게 됐다. 연구로 일괄 시스템 공급이 가능한 나라는 세계에서 프랑스,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 다섯손가락에 꼽는다.

◆ 세계 1위 아르헨티나 인밥, 어떻게 이겼나?

이번 JRTR 입찰에는 연구용 원자로 4대 강국과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연구용 원자로 세계 시장에서 최근 수 년간 독보적인 수주 실적을 내 온 아르헨티나 인밥(INVAP)과 경쟁이 붙어 결국 우리나라가 입찰권을 최종 거머쥐게 됐다.

중국 CNNC(중국핵공업집단공사)와 러시아 원자력수출공사 등도 경쟁 대열에 합류했지만 한국의 연구용 원자로 기술력에는 밀렸다. 요르단이 한국의 연구용 원자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기술력에 있다고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번 입찰에서 연구로 건설 경험이 적고 연구로를 포함한 원자력 시스템 해외 수출 경험이 전무한 점 등 경쟁국에 비해 여러가지 불리한 요인이 있었다. 원자력연-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이번 입찰 성공요인을 크게 5가지로 꼽고 있다.

우선 세계 10위권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자력 설계·건설·운영하면서 축적한 풍부한 경험을 내세운다. 경험을 통한 높은 기술력과 인력이 가장 큰 강점이었다고 연구소 측은 평가하고 있다. 또, 대우건설의 풍부한 해외사업 경험과 우수한 사업관리 능력이 크게 주효했다. 대우건설은 요르단과의 사업 경험은 처음이지만 중동 건설사업 비즈니스에 능통하다고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아울러 ▲원자력연의 OPR1000·APR1400·SMART 등 다양한 원자로 설계 및 개발 경험 ▲풍부한 원전 건설 경험과 튼튼한 국내 원자력 산업 기반 ▲정부의 강력한 원자력 지원 정책 등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이번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JRTR 원자로 구조물. ⓒ2009 HelloDD.com

◆ JRTR, 어디에 어떻게 건설되나?

요르단 최초의 원자로 건설사업인 JRTR은 열출력 5MW(10MW로 성능 향상 가능)급 연구로와 관련 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요르단이 원자력 발전소 도입을 앞두고 인프라 구축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원자력 요원 교육 훈련과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중성자 과학 연구 등에 활용할 계획이며, 개방수조형 다목적 원자로와 동위원소 생산시설 등을 2014년까지 건설할 예정이다.

원자력연-대우건설 컨소시엄은 2010년 3월까지 건설 계약을 체결한 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북쪽으로 70 ㎞ 떨어진 이르비드(Irbid)에 위치한 요르단과학기술대학교(JUST:Jordan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내 부지에서 연구로 건설에 착수할 예정이다.

최종 입찰서를 통해 제안한 개념설계를 토대로 계약 체결 후 2년 내에 원자로 상세설계를 완료하고, 계약 후 4년 이내에 원자로 건설을 완료할 예정이다. 원자로 건설은 원자력연이 △원자로 및 계통 설계 △운영요원 교육 및 훈련 등을 담당하고, 대우건설이 △종합 설계(A/E) △건설 및 인허가 △프로젝트 관리 등을 담당하게 된다.

▲JRTR 부지 조감도. ⓒ2009 HelloDD.com

▲요르단 연구로 건설 부지 위치. ⓒ2009 HelloDD.com

◆ 토종 연구로 세계 시장 진출 전망은?‧‧‧태국, 베트남 등 적극 러브콜

한국의 연구로 수출. 이번이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현재 원자력연에 태국, 베트남, 남아공, 터키, 아제르바이잔, 몽골, 나이지리아, 카타르, UAE 등 10여 개국이 직·간접적으로 연구로 건설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태국과 베트남 등이 연구로 건설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요르단의 경우 상용 원전 수출 가능성도 1~2년 사이 결정될 수 있는 희망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원자력연은 이들 희망 국가를 대상으로 인력 양성 지원, 법령 체제 구축 지원 등 국제협력과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원자력연은 이번 요르단 연구로 수주 과정에서 국내 관련 기관과 컨소시엄을 통해 연구용 원자로 설계-엔지니어링-건설-사업관리의 종합 협력 체계가 구축됨에 따라, 이를 토대로 연구로 세계 시장을 적극 개척할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 50여개 국에서 240여 기 연구로가 운전되고 있다. 이 중 80%는 20년 이상, 65%는 30년 이상 된 노후 원자로로 점진적인 대체 수요 발생이 예상된다. 10~20MW급 중형 연구로 대체 수요는 110기 정도로 예상되며, 50여 기가 향후 15년 내 국제 시장 조달에 의해 건설될 것으로 분석된다. 10~20MW급 연구로 건설비로 1기당 2000~4000억 원이 소요돼 향후 연구용 원자로 세계 시장 규모는 10~20조 원으로 예상된다.

양명승 원장은 "하나로의 설계, 건조, 운영 경험을 토대로 지난 2003년부터 수출용 연구용 원자로 개발을 추진해 왔다"며 "원자력연은 소-중-대형 3가지 모델 연구용 원자로를 개발하고 핵심 기술 검증을 통해 연구용 원자로 해외 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요르단 연구로 수주 주요 일지

2009. 2. 9 : 요르단 원자력위원회(JAEC)로부터 '연구 교육용 원자로 설계 및 건설 응찰제안요구서(RFP)' 접수

2009. 4. 19~20 : 컨소시엄 실무자들, RFP 명확화 등을 위해 JAEC 방문

2009. 5. 17 : 기술 제안서 및 사업비 제안서 제출

2009. 7. 27~28 : 설계 설명회 개최 (JAEC, 암만)

2009. 9. 29~30 : 민관 대표단 요르단 방문 (단장: 교과부 원자력국장)

2009. 11. 8 ~12 : 기술 실사단 한국 방문 (단장: Ned Xoubi, JAEC 연구로위원회 위원장)

2009. 12. 3 : 한국 컨소시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 발표

※ 연구용 원자로(research reactor)는 우라늄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용 원자로(원자력 발전소 또는 상용 원전)와 달리, 핵분열 시 생성되는 중성자를 활용해서 여러 가지 연구를 수행하는 원자로다.

연구용 원자로는 중성자 산란장치를 이용한 물질의 구조 연구 및 신물질 개발 등 중성자 과학, 의료용 및 산업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핵연료와 원자로 구조재 등 재료의 안전성과 건전성을 시험하는 조사시험 등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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