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문성 ETRI 선임연구원

▲문성 ETRI 선임연구원. ⓒ2009 HelloDD.com
유·무선 통합기술은 인터넷의 근간을 이루는 IP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유선망과 무선망을 함께 이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인터넷 전화, 실시간으로 영상을 제공하는 맞춤 영상서비스인 VoD 등…. 이러한 서비스는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지만 데이터가 유선망과 무선망을 오가기에 서비스가 가능하다.

한 자리에 진득하니 앉아 전화를 하고 드라마를 볼 수도 있지만, 집과 거리를 오가며 전화를 하고 드라마를 보는 일 역시 일상이 돼버렸다. 이처럼 앉아 있거나 움직일 때에도 서비스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게 하는 기술이 바로 유·무선 통합기술이다.

ETRI는 처음 유·무선 통합기술을 개발할 때부터 (주)제너시스템즈와 함께했다. 2000년 설립되어 처음 VoIP망을 구축하면서 인터넷 기반의 통신 통합, 멀티미디어 차세대 통신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해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중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ETRI에서 개발된 유·무선 통합기술들은 제너시스템즈에 이전되어 관련 제품들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필자는 ETRI가 개발한 기술들을 제너시스템즈에 이전하는 일을 맡았다. 기술 이전은 물론이고, 관련 기술을 제너시스템즈의 상품에 적용해야만 했다.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하던 일을 그대로 이어간다 하더라도 그곳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고, 그곳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겁먹을 이유도 없었다. 애당초 관련 기술 개발에 함께 힘썼던 까닭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파견 업무에 대해 명확한 개요를 세워 놓았다.

지금도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라 기술 지원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제품 적용에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은 필자처럼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연구원이 있으니 그나마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허나 ETRI에서 관련 기술 개발이 끝나버리면 그때도 부담 없이 기술을 지원해 줄 수 있을지가 의문으로 남았다. 연구소 관계자들은 '저희 기술력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속 시원히 해결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그 당시에 국한되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보다는 '저희가 이전한 기술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지원하겠습니다.' 라는 슬로건이 기술을 이전 받은 기업에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 한다.

필자의 생각처럼 연구소는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물론 기술을 이전하면서 충분한 교육까지 병행하고 있다. 그렇기는 해도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 벌어질 수많은 문제들을 미리 예측하고 교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장기간에 걸쳐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오히려 기업의 기술 정착과 연구소의 기술 발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일 터다. 3개월 간의 파견 기간 중 마지막 일주일은 직원 교육에 할애했다. 필자의 연구 분야에서 직원들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삼았다. 부족한 실력이었지만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며 끊임없이 던지는 학생들의 질문은 필자를 놀라게까지 했다. 이러한 열정은 어디에서는 나오는 것일까? 보통 중소기업이라고 하면 근무 여건도 열악하고 복지도 뒷받침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필자가 본 제너시스템즈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복지 제도도 잘 마련되어 있고, 직원들의 애사심 역시 높은 편이었다. 앞으로도 중소기업들과 연구소의 공동 연구는 계속될 것이다. 연구소와 기업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는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국민이 있어야 기업이 있고, 기업이 있어야 실생활에 유용한 기술 개발에 나설 연구소가 설자리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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