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서승관사장의 전시회 경험담

최근 미국 애너하임에서 막을 내린 'OFC 2002'는 철저한 장삿속에 많은 참가자들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습니다. 이번 OFC에 참가한 아이티의 서승관사장이 이런 장삿속 가운데 한가지 경험담을 보내왔습니다. [편집자 주]

'OFC 2002'가 열리기 바로 전날인 지난 18일에 OFC 전시회가 열린 애너하임컨벤션센터를 찾았다. 근데 왠일인가. 주차료가 전날보다 1달러가 올라있었다. 전날에는 7달러였는데 하룻밤사이에 8달러로 올라있었다. 주차요금 표시에는 7달러에서 8달러로 고친 흔적이 역력했다. 쓴 입맛을 다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전시관을 찾았다. 혹시 9달러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전날과는 또 달랐다. 전날에는 8달러만 내면 여러차례 오고갈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한번들어가서 나가면 다시 들어올때 8달러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가 찼다.

전시회가 열리기 하루전인 지난 18일 오전. 이날은 전시관 부스를 디스플레이 하기 위해서 우리 일행은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이리저리 전시관에 접근이 용이한 곳을 찾다가 마침내 건물 앞에 짐을 내렸다. 8개 정도의 짐이었는데 각종 장비가 들어 있어서 1명이 한개를 들어 옮기기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어쨌든 4명(여성 1명 포함)은 끙끙거리면서 8개의 짐을 힘겹게 들고 전시관 앞으로 여러차례 오가면서 옮겼다.

그 과정에서 캐나디안 직원인 데이브가 짐을 옮길수 있는 도르래 달린 손수레를 가져왔다. 우리는 쉽게 옮길수 있게됐다면서 손뼉을 쳤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전시관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그런데 갑자기 청바지 차림의 흑인 한명이 일행을 가로막는 게 아닌가. 그는 손수레를 이용해서 짐을 옮길수 없다는 말을 해주었다.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전시 제품을 가져가야 하는데 무거운 박스를 손수레로 옮길 수 없다니... 우리는 어이가 없었다.

도르래를 이용하면 안되는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막무가내다. 왜 그런지는 알아보니 이해 관계가 얽혀있었다. 컨벤션센터에는 'Poter'들의 노조가 있는데 이들이 자신들의 'Job'을 유지하기 위해 짐은 자신들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조금은 이해가 갔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이기에 충분히 우리가 옮길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사람씩 짐을 옮기기로 하고 거의 끌듯이 하면서 들어갔다. 여자 연구원에게 짐을 지키게 하고 다시 돌아와 옮기려 하는데 청바지의 흑인이 다시 가로 막는게 아닌가. 이유를 따져보니 한번 짐을 들고간 사람은 다시 짐을 옮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한번 어이가 없어졌다. 하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기부터는 은근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오기가 발동하기도 했다. 사람이 없어서 할수 없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항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시다시피 미국사회는 한번 방침이 결정되면 거의 우리가 말하는 '유도리'나 '봐주는'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잘아는 다른 한국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문으로 진입한 후 가까스로 전시관 안으로 진입할 수밖에 없었다. 진입만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전시회 부스까지는 50여 미터. 어이쿠.... OFC는 세계 최대광통신전시회다. 전시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시작된 'OFC 장삿속'은 전시회 기간내내 계속됐다.

아이티 서승관 seosk@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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