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추병길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고 놈 참 이름 고약하다. 하고 많은 이름은 다 제쳐두고 왜 '개불알'일까? 처음엔 이 풀의 이름을 듣기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도 어색했었는데, 자꾸 들어서 인지 이제는 이름도 모양도 친숙하고 귀엽기만 하다. 큰개불알풀은 '봄까치꽃'이라고도 부르는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봄까치꽃 보다는 큰개불알풀이 더 맘에 든다.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한번 들으면 잊어버리지 않게 하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큰개불알풀은 개불알풀의 꽃보다 2배정도 큰 꽃을 피우기 때문에 앞에 접두사 '큰'이 붙었다. 개불알풀의 두 배라고 하니 꽃 크기를 상상하고 있겠지만, 크다고 해야 1cm도 안되는 6mm정도의 꽃을 피운다. 아주 작은 꽃에 수술이 마주보고 서있는데, 수술위에는 누가 가져다 놨는지 아주 작은 검정고무신을 얹어 놓았다.

꽃잎의 모양도, 수술의 모양도 보면 볼수록 빠져든다. 봄볕에 파란잎을 반짝거리며 꽃을 피웠다가 며칠 뒤면 토실토실한 연두색의 열매를 꽃받침 사이로 내민다.

큰개불알풀은 두해살이풀인데, 씨앗에서 싹이 터 한해를 자라고, 겨울이 오면 뿌리를 땅속에 숨겨 뒀다가 이듬해 봄에 빨간 훈장을 단 튼실할 줄기를 낸다. 줄기의 빛은 전 해 보다 붉은색을 띠고 있고 한 뿌리에서 많은 수의 줄기를 올리며 조금 더 두터워진 잎도 많이 낸다.

▲큰개불알풀의 꽃가루와 열매. ⓒ2009 HelloDD.com

큰개불알풀(Veronica persica)은 현삼과의 식물로 종명인 persica는 지역을 나타내는 persicus(페르시아)에서 유래됐다. 학명에서 알 수 있듯이 큰개불알풀은 원산지가 유럽과 서아시아, 아프리카인 귀화식물이다.

큰개불알풀의 생김을 보면, 잎은 아래쪽은 마주나고 위쪽 부분은 어긋나서 달린다. 모양은 삼각형이나 계란모양의 삼각형이고 잎몸에는 흰색의 털이 있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봄부터 여름까지 피고, 짙은 남색의 줄을 가지고 있는 하늘색의 꽃이다. 양쪽 두개의 꽃잎은 대칭을 이루고 있고 위와 아래에 달리는 잎은 모양도, 크기도 다르다.

꽃 안에 두개의 수술과 한 개의 암술이 달리는데, 수술대가 암술대 보다 키가 크다. 그 이유는 수술대 위에 달고 있는 꽃가루주머니는 꽃가루가 익으면 터지게 되는데, 꽃가루받이가 안 된 수술은 꼬부라지면서 수술대가 암술머리에 닿아 제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도록 설계돼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풀은 꽃이 핀 자리에 항상 열매를 맺는다.

삭과의 씨앗 주머니는 끝이 파져있고, 주머니 안의 종자는 타원형으로 잔주름이 있다. 한방에서는 큰개불알풀의 전초를 신자초라 부르는데, 이름에서 이 풀은 신장과 관계되는 풀이려니 짐작이 될 것이다. 아니면 종자의 모양이 신장의 모양을 닮아서 이렇게 부를지도 모르는 일이다.

문헌에서는 맛은 시고, 쓰고, 짠맛이 나며 성질은 평이하고, 전초에는 aucubin, catalpol, veronicoside 등이 함유돼 있으며, 항암작용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신자초는 풍사(風邪)와 습사(濕邪)가 체내에 머물러 있다가 통증을 유발하는 증상을 치료하고, 허리를 튼튼하게 하며,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말라리아에 효능이 있기 때문에, 주로 풍습 때문에 저리고 아프거나 신장이 약해서 오는 요통과 말라리아의 열과 땀이 나는 증상에 사용한다. 약으로 사용할 때에는 여름철에 채취해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린 것을 달여서 먹는다.

▲큰개불알풀 꽃밭. ⓒ2009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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