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연구회 창립 1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열려
한창수·손종찬·안지환 등 연구원 3인 이사장 표창 수상

"한국은 늦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IT 분야의 강자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녹색성장이라는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IT 융합 기술을 발전시켜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박찬모 대통령실 과학기술특별보좌관은 16일 코엑스 장보고홀에서 열린 산업기술연구회(이사장 한욱) 창립 10주년 국제심포지엄에서 녹색기술로 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특보는 한국의 녹색기술 관련 현황을 주제로 한 초청강연을 통해 "녹색기술은 저탄소 녹색성장에 이바지해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선순환되는 전략적 구심점"이라며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IT, BT, NT 등을 융합해 기존 기술 한계를 극복하고 신규 기술 영업을 창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 특보는 "녹색기술 수준을 2012년 선진국 대비 80%, 2020년 9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라며 "세계시장 점유율도 2012년 7%까지 높여 16만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이런 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폐쇄형 연구 시스템에서 오픈된 연구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박 특보는 "융합기술을 순수과학기술의 뒤를 잇는 시대적 발전단계로 인식하고, 물리학, 수학, 화학, 생물학, 컴퓨터과학 등 핵심과학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다쿠야 하토리 일본 원자력산업협회 이사장이 일본의 녹색기술 관련 현황과 전망에 대해 강연했으며, 칼 게티스 독일 슈투트가르트대학 명예교수, 도시미 시미쓰 일본 AIST 나노튜브연구센터 부장, 랜디스 캔버그 바텔코리아 책임연구원 등 국내외 녹색기술 전문가들도 강연에 나섰다.

심포지엄에 앞서 열린 10주년 기념행사에는 정장선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 박영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등 각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이윤호 장관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과가 큰 것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며 "시장 친화적이고 개방적인 연구 시스템을 통해 기술 혁신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R&D도 속도전이 필요하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의 모습을 기대한다"며 "산학연관이 힘을 모은다면 충분히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R&D를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장선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얼마 전 몽고 대사와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몽고는 자원이 많아 좋겠다'고 했더니, 몽고 대사가 '한국은 두뇌가 있어서 얼마나 좋습니까'라고 했다"며 "해외에서도 인정하듯 이 자리에 계신 과학기술 관계자들이 힘을 합쳐 녹색성장을 기반으로한 기술을 개발해 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종찬 화학연 책임연구원이 이사장 표창을 받고 있다. ⓒ2009 HelloDD.com

축사에 이어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김태우·홍성관 산업기술연구회 직원이 장관 표창을, 한창수 한국기계연구원 박사가 최우수연구자 이사장 표창을, 손종찬 한국화학연구원 박사와 안지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가 각각 우수연구자 이사장 표창을 수상했다.

한욱 이사장은 "이번 시상은 국가 R&D 수행을 통해 세계적인 첨단기술개발과 기술이전 및 국산화, 국내 기술 혁신 등에 기여한 유공자의 공로를 치하해 출연연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이번 수상은 지나친 상의 남발을 막기 위해 엄격한 심사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됐기 때문에 더욱 의미있다"고 수상에 대한 의의를 설명했다.

산업기술연구회는 생산기술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국가보안기술연구소, 건설기술연구원, 철도기술연구원, 식품연구원, 지질자원연구원, 기계연구원, 재료연구소, 에너지기술연구원, 전기연구원, 화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 등 13개 산업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육성, 지원하는 지식경제부 산하기관으로, 1999년 3월15일 설립됐다.

◆ 수상자 인터뷰

▲최우수연구자 - 한창수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한창수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2009 HelloDD.com


산업기술연구회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영광의 최우수연구자로 이사장 표창을 받은 연구원은 다름아닌 한창수 한국기계연구원 박사였다. 그는 수상 소식에 "정말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며 놀라워 했다.

수상자 중 가장 최연소(?!)인 한창수 박사. 그는 오늘 날의 모든 공을 함께 연구를 한 연구원들에게 돌렸다. "각 연구소마다 좋은 실적을 내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수상자로 뽑힐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수상자에 선정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가장 생각이 났던 것은 그동안 연구하면서 도와줬던 사람들이었다. 연구를 잘 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이 잘 받쳐줬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 박사는 세계 최초로 원자현미경용 탄소나노튜브 탐침의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해 기술이전 및 상용화와 미국 특허등록, 나노코리아 수상 등의 성과를 올렸다.

단일벽 탄소나노튜브와 관련해서는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개발하고 국내외 특허출원했으며, 민간기업인 탑나노시스에 2500만원 및 경상기술료 5%를 받고 이전했다. 아울러 금속성 및 반도체성 탄소나노튜브의 연속 동시 분리 기술을 개발, 관련 기술이 지난 1월 탑엔지니어링에 기술이전돼 이전료 1억원 및 경상기술료 5%를 받는 등의 성과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그는 웃는 얼굴이 선한, 그야말로 연구만을 위해 태어난 듯 했다. 탄소나노튜브와 관련된 연구만 20년간 해왔다. 그는 "소재 자체는 굉장히 좋은에 응용하는 쪽에서 제품들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응용 제품을 개발하려면 생산기술이 개발돼야 하는데 우리는 그쪽으로 포커스를 빨리 맞춰 연구를 했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과학자들이 제일 원하는 환경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주위 환경을 갖춰주는 것. 한 박사는 이에 대해 "연구환경이나 예산 면에서 신경쓰지 않고 연구할 수 있도록 신경써 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성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하나에만 집중해서 오랫동안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학자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욕심이 없었다. 지금까지 받아왔던 연구비 역시 넘치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았단다. 한 박사는 "연구하면서 인력도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며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그에게 힘든 일은 없었을까? 한 박사는 연구가 벽에 부딪혔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목표가 있는데 중간에 길이 끊어질 때의 막막함은 너무 극복하기 힘들다"며 "그럴 때 좌절하지 않고 계속 연구를 하면 그 벽을 깰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생각이 나거나 힌트를 찾게 된다"는 팁을 제공했다.

마지막으로 한 박사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자기 자녀에게 자신처럼 연구 분야에서 계속 연구를 하라고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환경이 아직은 구축이 안됐다고 생각한다"며 "연구원들이 자녀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면이나 관심에서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수연구자 - 손종찬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손종찬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2009 HelloDD.com
"상받을 자격이 없는데 이렇게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훌륭한 일들을 한 분들이 대덕연구개발특구 내에 많이 계신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상을 받게 돼 염치가 없어요." 산업기술연구회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우수연구자로 선정돼 이사장 표창을 받은 손종찬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그는 10여년의 연구 끝에 마침내 에이즈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 세계적 제약회사인 길리아드(Gilead)사에 수천억원대의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초기 기술료는 100만 달러, 실적실시료로 570만 달러 및 2028년까지 러닝 로열티를 받는다.

손 박사팀은 1998년부터 정부연구개발사업 ㅈ원과 2006년부터 길리아드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총 27억 4000만원을 들여 이번 후보물질 개발에 성공했으며, 이번 성과로 기존 에이즈치료제에 비해 독성이 낮고 부작용이 적으며 1일 1회 소량의 경구 투여만으로도 약효가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될 때까지 하고, 안되면 되게 해야 한다"면서 "이는 나 뿐만이 아닌 모든 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손 박사는 화학연 내에서도 손꼽히는 외골수로 통한다. 그는 "과학자들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연구를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면서 "정부에 자본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먼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선진국과 붙고 싶은데 이것만 밀어주시오'라는 포부를 갖고 일을 꾸준히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부가 바뀔 때 마다 흔들리는 과학계를 보며 손 박사는 "대한민국에서 과학자를 해야 하나 안해야 하나 라는 회한이 들기도 했다"며 "그러나 이렇게 평생을 실험실에서 보내니 기술이전과 같은 좋은 소식도 있다"며 훈훈한 웃음을 지었다.

손 박사는 "과학자라면 직접 실험을 통해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면서 "아직까지 내가 진행하는 연구를 누군가에게 시켜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에이즈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기술이전 대상 회사를 찾는 것.

국책 연구의 경우 최종 목표는 기술이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자본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나서는 기업이 없었다.

손 박사는 국내 기업을 포기하고 국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우왕좌왕하다가 2년 전 결국 지인을 통해 만난 곳이 길리아드사였다.

마침 한국인 출신 연구원도 있어 연구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마침내 기술이전까지 성공하게 됐다. 그는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노력한다면 어디엔가 희망은 보이기 마련"이라고 조언했다. 손 박사가 과학계를 향해 던진 말이 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끝까지 연구를 완성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끈질기게 진행시켜 왔다.

과학자는 과학을 해야 한다. 과학자로서 무언가 할 것을 결판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희망은 젊은 후배들이 꽃 피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기본을 닦아 나가는 토양이다. 과학기술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우수연구자 - 안지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안지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2009 HelloDD.com


우수연구자로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안지환 한국지잘자원연구원 박사를 보면 프로페셔널한 여성의 이미지가 단번에 떠오른다.

이미지 뿐만 아니라 실력 역시 프로답다. 녹색 성장을 위한 '한국형'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친환경 저에너지 자원순환 건설재료 기술 개발' 및 시범사업화를 통해 열악한 자원환경분야에 녹색산업을 조성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기여했다.

또한 이산화탄소 가스를 활용한 '한국형' 생활폐기물 소각재 재활용 기술 개발을 통해 철강 산업 슬래그, 생화폐기물 소각 바닥재 등의 자원화를 위한 원천 기술 확립에 기여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최초로 대전시와 생활폐기물 소각바닥재의 재활용 시범화 시설을 도입하면서 연간 49 억원의 소각재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시트산업에서의 이산화탄소 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한 산업부산물 원료화 연구 확립에도 참여해 건설부산물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 제정에 기여했다. 일일이 열거하자니 끝이 없다.

안 박사야 말로 선견지명으로 녹색성장을 기반으로한 과학기술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미리 알고 관련 연구에 집중한 얼마 안돼는 연구원 중 하나다. 그는 수상 소식에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좋은 소식을 들어 기분이 좋다.

이번 수상은 우리 연구원이 향후 산업기술연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준 것 같아 더욱 기쁘다. 이것만 고집스럽게 20년을 연구해왔다.

아시아에서는 아무도 하지 않는 연구였기 때문에 뜻밖에 들려온 소식에 감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 박사의 별명은 '마이다스 터치'다. 안 박사가 손만대면 거의 다 재활용이 된다는 뜻이란다. 쉽게 얘기하지만 그가 일하는 곳은 완전 3D다.

남자들도 체력이 안돼 못하는 일을 안 박사는 사명감으로 해냈다. 일에 있어서 따라올 자 없다는 안 박사에게도 한 가지 걱정은 있다. 그는 "연구원들 중 너무나 실력이 뛰어난 분들이 많지만 이쪽으로는 연구 인력이 너무 없다"며 "인력을 1명 정도 겨우 양성해서 그것을 인력으로 쓰고 있는 실정이어서 안타까운게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주위에서 이런 연구를 왜 하느냐고 묻더라. 왜 이것을 해야만 하느냐고. 그러면 나는 도리어 이렇게 반문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누가 합니까'. 꼭 필요한 일이기에 알고 있으면서도 안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안 박사는 "정부에서 주는 이달의 과학자상이나 여성과학자상을 타고 나면 개인적인 일 말고 내가 연구하는 분야가 활성화 될 줄 알았다"며 "그러나 아무것도 변하는게 없어서 안타까웠다"고 실제 심정을 밝혔다.

그는 "상을 수상하는 데 있어 그 분야가 의미 있다고 평가되어졌다면 그 연구 부분을 확대하고 보완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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