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아텍-래트론...대학·직장에 이어 사업장까지 '옆집'인연

대학에서도 같은 학과, 직장에서도 같은 연구실, 사업을 시작해서도 결국 이웃사촌이 된 웃지 못할 인연의 벤처기업들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래트론(www.lattron.com) 이충국 사장(사진 오른쪽)과 코아텍(www.core-tech.co.kr) 양성석 사장. 이들은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 쌍용연구소 전자재료연구실 선후배 사이로 그리고 지금은 이웃사촌 벤처기업인으로 20여년 남짓 같은 인생행로를 밟고 있다.

대학시절까지만 해도 이들은 서로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나이가 4년가량 연배인 이 사장이 졸업하던 그 해 양 사장은 '프레시맨'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양 사장이 선택한 직장은 대전 신성동에 위치한 쌍용중앙연구소 전자재료연구실. 이 곳에서 만난 이 사장이 "어? 대학 후배네"하며 반겨주었다. 하지만 이들 이외에도 연구실내에는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 출신들이 다수 있어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약 10여년이 흐른 98년 3월 이 사장이 먼저 실험복을 벗었고 2개월 후인 98년 5월 곧바로 양 사장도 연구소를 나와 이 사장은 신탄진 담배인삼공사 부근에, 양 사장은 4공단 내에 각각 임대공장을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1999년 11월 현재의 장영실관 옆 부지에 공장을 신축하고 본격적인 제품생산에 착수한 코아텍 양 사장은 1년여가 흐른 어느날 바로 옆에 들어서는 건물의 로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래·트·론'. "선배님, 여기까지 쫓아오셨습니까?" "이 사람 무슨 소린가? 이 자린 내가 몇 년전부터 눈여겨 본 자릴세." 이들도 다른 점은 있었다.

우선 세라믹을 이용한 전자부품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유사해 보이지만 엄밀히 보면 서로 다른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유사한 부분이 있어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도 했고 실제 '전략적 제휴'도 맺은 적이 있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윈-윈'할 차원은 아닐 정도로 서로의 아이템은 독특했다. 이 사장은 "전략적 제휴의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지만 그 인연으로 아직까지 수시로 기술과 정보 등에 관해 상호 교류하는 등 보이지 않는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차이점은 비즈니스 스타일이다. 양 사장은 "저같은 경우는 일을 할 때 추진력있게 바로바로 처리하는 스타일이지만 이 사장님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듯이' 차근차근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라며 서로의 차이점을 밝혔다. 이 사장은 "양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론 드물게 마케팅 능력과 신규사업 진출 등 사업가적 역량이 탁월한 사람"이라고 지적하며 "사업가로 가장 중요한 시장을 보는 안목과 개척정신을 갖춘 몇 안되는 대덕밸리 벤처기업가 중 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은 서로의 기술이나 인간성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양 사장은 "서로 예민해질 수 있는 부분은 묵계적으로 안 건드리면서도 영업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거나 자재 구입시 자문을 구하는 등 이웃사촌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쁜 비즈니스 일정속에서도 이들은 간혹 점심식사 후 산책 겸 '차 한 잔하러가세, 양 사장, 이 사장'을 부르며 상대방 회사를 방문하는 등 선후배 관계를 넘어 형 동생하는 사이가 되어 버릴 정도로 절친한 기업인이 되어 있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