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환경생명공학연구센터장

 

식량과 에너지는 국가존립에 필수이기 때문에 국방안보와 마찬가지로 '식량안보', '에너지안보'라는 말을 사용한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 27%, 에너지자급률 3%는 국가 식량안보와 에너지안보를 크게 위협하는 수준이다. 국민과 정치권의 에너지안보, 식량안보 의식은 오히려 옛날보다 못하다. 우리 생활은 엄청난 식량을 음식쓰레기로 버리는 에너지 과소비 그 자체이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에너지의 과다사용으로 지구차원의 기후변화 등 기상재앙이 닥쳐왔음에도 우리는 너무 안일한 것 같다. 최근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있지만 모처럼 시작한 에너지절약운동은 더욱 강한 내용으로 진행돼야 한다. 세계 식량문제는 에너지문제, 환경문제와 함께 고려돼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우리가 편리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에너지는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발생하고 있다.

특히 1950년대부터 화석에너지의 사용 증가는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를 증가시켜 지구온난화 등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기상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으로는 세계 10위권이며, 온실가스 증가속도는 세계 1위이다. 한국은 1인당 석유 소비량이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5위이다. 교통수단도 에너지효율이 낮은 승용차 중심체제이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일반 물가도 덩달아 오르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전망이다. 식량안보 대책은 세계 식량수급 사정이 나쁠 때를 고려해야 한다.

세계적 환경단체인 미국 월드워치(Worldwatch)는 급증하는 인구, 농지 부족, 농업용수 부족, 토지생산성 감소, 환경재앙 등으로 식량위기가 조만간 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은 달러만 있으면 필요한 식량을 수입할 수 있지만 돈이 있어도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시기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식량 IMF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인구증가에 따른 환경문제 가운데 사막화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미래 2050년 90억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사막화지역과 같은 한계농지도 개발하여야 한다. 세계 육지의 3분의 1이 사막지역이며 매년 남한면적의 60% 규모인 6만 Km2씩 사막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나무를 심는 등 사막화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매년 새로운 사막이 제주도 면적의 1.3배씩 발생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막화가 확산되면 우리에게는 황사 발생 증가로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며 식량문제도 초래할 것이다.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 식량수입국(대부분 사료용 곡물임)으로 바뀌었다. 소득이 증가하면 식생활 패턴이 식물성 단백질에서 동물성 단백질로 변하면서 막대한 양의 가축사료를 요구한다. 쇠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곡물 7kg이 소요된다. 중국, 인도 등 신흥 개발도상국이 향후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상상을 초월하는 에너지와 식량을 사용할 것이며 심각한 환경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식량안보 구축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재 식량자급률 40%인 일본은 '식품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회의'에서 자급률 목표치를 50%까지 높이겠다고 했다(2008.5). 중국도 '국가식량안보 중장기 계획(2008.7)'에서 현재 90% 자급률을 95%까지 높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일본과 중국보다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는 구체적인 자급률 목표치조차 없는 실정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식량안보를 유지할 최소한의 식량자급률을 확보해야 한다. 미래 식량수급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식량안보 구축을 위한 국가적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상황별 식량수급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개발 로드맵(TRM) 수립이 절실하다. 식탁위의 모든 음식은 인간세포와 마찬가지로 한 개의 세포내에는 수 만개의 유전자로 구성돼 있다.

한 개의 유전자도 A·G·T·C 네 개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고 유전자의 길이, 구조도 사람과 비슷하다. 생명의 본질이 DNA라면 음식을 버리는 것은 생명체를 무시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된다.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와 땀이 필요하다. 음식을 요리하기 위해서도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음식쓰레기가 발생되면 이를 처리하는데 환경비용이 소요된다. OECD국가 가운데 음식이 가장 부족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식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어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음식이 생명체이고 에너지라는 의식과 가치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꼭 필요한 양만큼 섭취하고 절대로 음식쓰레기를 배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식당에서는 밑반찬 종류 줄이기, 기본 반찬 셀프배식, 남은 음식 가져가기 등등 근본적으로 음식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지방정부는 구체적인 실천방안 제시와 각종 인센티브 (친환경 모범식당 지정 등)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언론은 음식쓰레기 제로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국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우선 나부터, 가정부터, 직장부터 솔선수범하여 식탁에서 작은 혁명을 이루어야 할 때다. 2050년 세계 인구는 90억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의 추세로 에너지를 사용하면 적어도 3~5배의 에너지가 더 필요할 것이고 막대한 양의 식량도 요구된다. 우리는 미래를 대비하는 식량·에너지·환경정책을 시급히 수립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식량·에너지·환경은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식탁에서부터 실천해야 한다. 언제 한번이란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식량·에너지·환경은 미래를 준비하는 기술개발과 함께 오늘 당장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따라서 저자의 동의 없이 콘텐츠의 무단 전재 및 배포 등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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