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조성재 출연연 연구발전협의회 회장

청와대의 신임 교육과학문화수석으로 교육자 출신이 임명된데 이어 신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마저 교육자 출신으로 내정되었다. 이로써 국가의 과학기술을 책임지고 이끌 비중 있는 정부 부처 자리에 과학기술자 출신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과학기술은 미래를 대비하는 중요한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실제로는 정책을 거꾸로 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의 과학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제대로 설정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교육 현안에 매달리다 보면 과학기술이 소홀하게 되기 쉬운 판에 비과학기술자 출신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취임하게 됨으로써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방향 잃고 표류하는 난파선이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우리의 과학기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공감할 수 있는 답을 이끌어낼 수 없다면 우리의 과학기술은 이미 반쯤 난파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 다른 문제는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의욕 문제이다.

그러잖아도 교육과학기술부 내에서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교육 현안들을 다루는 공무원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감이 없지 않다.

과학기술자 출신의 장관이 낙마하고 그 자리가 교육자 출신으로 채워지게 됨으로써 이제 정신적 지주마저 잃게 된 그들의 의욕이 꺾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공무원들의 의욕이 꺾인다면 그 여파는 몇 배로 증폭되어 연구현장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일선 연구원들의 그나마 남아 있는 의욕이 더욱 꺾일 것은 물론이다.

우리는 IMF 환란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으며 국민들은 출구 없는 고통의 터널 속에서 희망을 잃고 있다. 고유가 등 불가항력적인 요인이 있다고는 하나 경제 성장률이 물가 상승률을 밑돌고 있고 성장 없이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과학기술이 힘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힘들어도 우리에겐 과학기술이 있다"라는 국민적 희망이 되어야 한다. 정부, 출연연의 연구원, 대학의 교수, 산업의 연구원 등 모든 과학기술계 종사자들이 힘을 합하여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과학기술 콘트롤 타워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우리의 과학기술, 우리의 미래, 정말 괜찮은 것인가? 애초에 과학 담당 부처를 교육 담당 부처에 통합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과학기술 전문가보다 국민적으로 보다 큰 관심사인 교육 문제의 전문가가 교육과학기술부의 수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과학기술 담당 부처가 교육 담당 부처와 통합된 순간 과학기술 콘트롤 타워의 기능 약화가 이미 예견되었다는 말이다.

과학기술 담당 부처의 기능을 원상회복하는 것 밖에는 다른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 정부 내에 과학기술 전담 부처를 다시 설치하는 것이 어렵다면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상설화하여 장관급으로 위원장을 임명하고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콘트롤 타워로서 기능을 하도록 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 부처라는 논리적 함정에 빠져 국가 미래의 싹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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