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오리알 신세 빠진 현대인재개발원 홀로서기 안간힘

현대그룹 직원교육 연수원인 현대인재개발원(대표 이진세·www. hdlc.co.kr)이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을 현대계열사가 아닌 중견기업과 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적극 세일즈에 나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외부기업 연수교육 비율이 지난해 40%를 넘어섰고, 올해는 50%를 바라보고 있다. 매출액만으로 따져도 연간 30억원 규모로 현대인재개발원 연간 수입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1백% 그룹사 직원교육만 진행하는 다른 대기업 연수원과는 운영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현대인재개발원이 외부 기업(업체)에 눈을 돌린 것은 IMF 이후의 긴축경영과 복잡한 집안 사정이 함께 얽혀 있기 때문이다. 당초 현대그룹이 건축비만 7백50억원을 투입해 경기도 구성 마북리에 첨단 연수원시설을 완공한 것은 지난 98년이었다. 그러나 IMF 직후 그룹 차원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영을 하는데다 현대가 몽구·몽헌·몽준 3형제에 의해 소그룹으로 갈라지면서 현대인재개발원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이때 활로로 택한 길이 그룹사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오던 교육프로그램을 외부로 개방하는 일이었다. 독자적인 연수원 시설을 갖고 있지 못한 중견기업들의 교육시장을 파고든 것이다. 전직원(45명)이 마케터가 되어 교육프로그램 세일즈를 나섰다. 학연·지연 등 활용할 수 있는 인맥은 최대한 이용해 교육 수요를 파악, 소개책자를 보내고 강의시설로 교육담당자를 초청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인재개발원이 내세운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리더십 과정. 기업이 성장하면서 신입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의 역할이 주어지는데 대개의 경우 동료나 직원들이 비전을 공유하고 팀워크를 이끌어내는데 서툴다는데 착안한 것. 직위가 바뀔 때마다 역할을 제대로 인식함으로써 업무의 효율을 높이도록 한 이 교육프로그램은 원래 현대 계열사 직원들을 위해 개발됐으나 중견기업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TRB(Team Role Balance) 과정 역시 현대인재개발원이 내세우는 자신 있는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을 통해 동료나 상사들로부터 교육대상자에 대한 평가를 받고 그 결과를 교육에 활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팀이나 부서마다 창조자·자원 탐색자·냉철 판단자·분위기 조성자·실행자·완결자·지휘 조절자 등 크게 9가지 성격을 가진 구성원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가진 강점을 찾아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이밖에도 6개월 이상 연수원에서 생활하면서 해당국가 언어와 국제화 교육을 받는 인터내셔널 과정도 인기 과정으로 꼽힌다.

적극적인 마케팅 덕택에 지난 3년간 현대인재개발원을 거쳐간 기업은 삼일회계법인, 중외제약, 한국전력, 삼호중공업 한라공조, 한국애질런트 등 30여개가 넘는다. 여기에 행자부, 지자체 영월군청, 장성군청, 대구시, 울산 남구청 등 10개 정도의 행정기관과 법무연수원 등에서도 교육프로그램을 연수했다.

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 개방은 일주일 단위로 운영하던 교육과정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시간이 부족한 중견기업들은 대개 1박 2일, 2박 3일 등 단기코스를 원했고, 현대인재개발원측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춘 프로그램을 개발해냈다.

김효창 연구원은 “그룹 계열사 기업들의 경우 ‘직원들을 키워서 쓴다’는 관점에서 웬만하면 교육기간이 보통 1주일이 넘지만 중견·벤처기업은 단기간에 임팩트(impact)가 높은 교육을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중견·벤처기업들을 고객으로 유치 ‘홀로서기’에 나선 현대인재개발원의 시도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지속적인 성장 여부는 중견·벤처기업들의 요구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출판호수 610 호 글 유상연 대덕넷 기자 (ehow@hellodd.com)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