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용태 고려대 교수, 주말대학서 강연

"지나친 사랑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아이들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과잉보호로 아이들을 키우게 되면 오히려 더 형편없어 지는 법입니다. 행복을 저절로 느낄 수 있도록, 양질의 행복감을 쥘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대전광역시는 민용태 고려대학교 교수를 초청, 17일 대전시청 대강당에서 제23회 주말대학을 개최했다.

민용태 교수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해 '자녀와 함께 날마다 행복해지는 법'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에서 민 교수는 해마다 부담만 커져가는 영어교육으로 인해 진정한 행복감을 잊고 사는 부모와 자녀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설파했다.

"지금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외국어 교육 열풍, 이거 잘못된 겁니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든 외국어 컴플렉스에 젖어 힘들어 하고 있죠. 제가 오늘 강연을 통해서 여러분께 아스피린을 선물해드릴겁니다. 오늘 가져갈 아스피린으로 교육, 자녀행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시길 바랍니다."

◆ 아스피린1 : 외국어는 서툴게, 인간적인 마음을 담아

그는 한국에서 일고 있는 조기유학 붐에 대해 "아직 제대로 머리가 영글지도 않은 아이들을 내보내서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7살 이하의 아이들에게는 영어 몰입교육을 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 경고했다. 민 교수는 자신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우리 자녀들이 어렸을 적 스페인에서 한 동안 오래 산 적이 있었지만, 한국으로 건너 와 산 후 전혀 스페인어를 기억하지 못하게 됐다"며 "어렸을 적 배운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민 교수는 외국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외국어를 잘 못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간 적막해진 청중을 향해 그는 "외국어를 하는 이유는 전달을 통해 관심을 끌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것은 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인 즉, 모국어도 아닌 외국어를 너무 잘 해버리면 같이 말하기 싫어진다는 것. 민 교수는 "외국어를 하는 것은 외국인과 소통을 하기 위함"이라며 "그것을 이끄는 것은 외국어 실력이 아닌 사람의 진솔한 매력"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외국어를 너무 잘하면 도리어 사기꾼으로 보이기도 한다"며 "특히 언어의 경우 티가 많이 나기 때문에 정식으로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자녀들의 외국어 교육에 대해 한 가지 팁을 제공했다. 바로 '외국어를 위한 외국어를 하지 말라'는 것. 그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영어가 바로 자녀들에게 있어 최상의 교육이 될 것"이라며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로 상대를 감동시킬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 아스피린2 : "사랑스러우면 멀리 키워라"… '믿음'이 중요

논어에서 공자는 이런 말을 했다. "집 안에서는 효도를 중시하고 밖에서는 어른들을 공경하되, 이런 일들을 다 실천하고도 여력이 있으면 비로소 학문을 연구하여라." 민 교수는 이 말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학문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의 텃밭을 일구는 일"이라며 "너무 교육에만 몰두하다보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라 경고했다. 그는 "자녀 교육에 신경쓰다보면 저절로 과잉보호를 하게 된다"며 "그것은 자녀들을 형편없이 만들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다 퍼주기만하는 행복은 편안하지만 두번째의 진정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민 교수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직접 자신들의 행복감을 찾기위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보조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내 자식이 이쁜 건 어느 부모나 다 똑같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보호는 금물이죠. 과잉보호는 다른 면에서의 의심을 낳을 수 있으니까요. 자녀들을 믿고 사랑하면 그들 역시 부모에게 향하는 '효'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민 교수는 강연장을 찾은 많은 부모에게 당부했다. "아이들은 셋 이상 낳아야 합니다. 그래야 저절로 인성 교육이 이뤄지면서 사람이 되거든요. 그 과정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정이 나눠지고 사회화가 저절로 되는 거죠. 그렇게 된다면 더 가르칠 것이 없는 겁니다. 공자님의 말씀처럼 더 가르칠 것 없이 인성교육이 확실히 됐을 때, 학문을 가르치세요. 효과가 남다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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