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퇴원한 우주인… 아직 불편한 모습 보여

"제가 우주에 가서 배운 것은 과학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인, 대통령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과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가 14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이하 항의원)을 퇴원해 밝힌 말이다.

이씨는 "과학에 대한 관심 문제는 전세계의 우주인들이 모두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알게 됐다"며 "우주인들과 대화하며 정치인들과 대통령께 과학투자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 앞으로 내가 할 일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ISS에서 화상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께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로 과학계를 도와달라는 말을 했었는데 오늘 뵙고 또 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소유즈호 귀환모듈 착륙 당시의 충격으로 허리에 통증을 호소, 지난달 29일부터 항의원에 입원, 집중 치료를 받고 있었다.

14일 항의원을 퇴원한 이씨는 오전 10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 출근해 백홍렬 원장과의 면담을 마친 후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항의원 입원 후 2주 만에 모습을 나타낸 이씨는 걸음걸이가 어색하고 소파에 앉을 때 허리에 쿠션을 대는 등 아직은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몸이 완전치는 않지만 항의원에서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집중 치료를 받아 많이 좋아졌다"고 몸 상태를 설명했다.

이씨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우주인 사업과 관련된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털어놨다.

◆"나는 관광객이 아닌 우주인"

이씨는 소유즈호 탑승 명단 상에 '승무원'(crew)가 아닌 '탑승객'(passenger)로 표기돼 있어 "러시아, NASA 등에서 우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씨는 "러시아 우주인이 직접 나를 승무원으로 인정했다"고 잘라 말했다.

소유즈 귀환모듈이 예상 착륙지점에서 400km이상 떨어진 곳에 착륙했고, 귀환모듈을 찾는데 1시간 이상이 걸린 것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이미 훈련과정에서 산 속에 떨어져 이틀 간 버티는 훈련을 했기 때문에 1시간 정도 늦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며 "러시아 측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훈련을 준비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 많은 돈을 들여 러시아 우주선에 탑승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란에 대해서는 "자동차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이미 만들어진 좋은 차를 타보지 않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며 "우주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러시아의 오랜 경험이 축적된 좋은 우주선을 먼저 타보는 것은 정답"이라고 말했다.

'우주인이 되면 CF를 많이 찍어서 부모님께 집을 사드리겠다'는 내용이 담겨 인터넷에 유포됐던 UCC에 대해 이씨는 "우주인이 되기 전 사적인 자리에서 그냥 한번 해본 얘기"라며 "우주인이 됐으면 절대 하지 못했고, 하면 안 되는 얘기며 출처가 불분명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항의원을 퇴원한 이소연 씨는 14일 KAIST를 방문, 공식 외부 활동을 시작했다. ⓒ2008 HelloDD.com

이씨는 이에 앞서 서남표 KAIST(한국과학기술원) 총장 등 모교 관계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ISS에서는 움직이는 것도 어렵지만 움직임을 멈추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우주생활을 이야기했다.

그는 "여러 가지 우주 실험 중 교육실험이 가장 어려웠지만 가장 재밌었고 기억에 남는다"며 "러시아 우주인들이 자신들도 자국의 아이들을 위해 교육실험을 하고 싶다고 말해 교육실험 장비를 ISS 러시아 모듈에 남겨두고 왔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서 서 총장은 "이소연 박사는 우리나라의 영웅"이라며 "KAIST 학생들에게 세계인이 되는 길을 가르치는 겸직교수로 일하게 하고 싶다"고 이씨에게 제안했다.

이후 이씨는 '소음측정 장비'를 개발한 이덕주 KAIST 항공우주학과 교수를 만나 이씨가 ISS에서 수행한 실험 데이터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씨는 "지금까지 저에게 관심을 가지고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등에 엄청난 짐에 얹혀 있음 느낀다. 내가 받을 것을 갚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KAIST 방문 이후 청와대로 출발했다. 이씨는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나 우주비행의 결과를 보고하게 된다. 18일에는 러시아로 출국, 러시아측과 우주 비행에 관한 회의를 갖고 비행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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