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사업’VS‘환경 오염’ 대립 속에 9홀 타협점 제시

“벤처단지에 골프장을 짓는다는 건 약간 언밸런스 아닌가요.” “벤처인은 시간이 없어서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죠. 때문에 골프장 건립은 필수입니다.” 한국 벤처산업의 요람 대덕밸리에는 요즈음 새롭게 조성되는 한 벤처단지에 들어설 예정인 골프장을 놓고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덕밸리에 세워지는 벤처단지는 대전시 유성구 관평동 일대 1백28만평으로 한화그룹과 대전시, 그리고 한국산업은행이 공동으로 출자한 ㈜대덕테크노밸리가 주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단지를 2007년까지 1천여개의 벤처기업이 들어서는 한국 최대의 전문 벤처단지로 조성할 예정이다. 지난달 1단계 사업으로 2003년까지 벤처용지 16만5천평과 주거용지 10만평 등 26만5천평에 대한 개발에 착수한 바 있다.

문제의 발단은 이 회사가 벤처단지 내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립하겠다고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 대덕테크노밸리는 바쁜 벤처인들에게 생산과 여가 그리고 레저를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벤처단지 건설 계획을 내놓았다. 대규모 주거단지, 백화점을 포함한 상업용지와 함께 골프장 등을 포함한 레저단지를 하나의 공간에 구비해 편리성을 극대화 한다는 개념이다. 골프 인구가 급증하고 있고 벤처인들이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 골프장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인근에 대덕밸리 정부출연연 연구원들을 위한 9홀 규모의 골프장이 있지만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도 작용했다.

사실 대덕테크노밸리가 개발하려는 벤처단지는 일반 공단과는 다른 개념이다. 인근에 대전3.4 공단이 위치해 있고, 일부 부지는 남아 있는 상황에서 똑같이 산업단지 개념을 도입해서는 ‘입맛’이 까다로운 벤처인들이 벤처단지에 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덕테크노밸리 기획팀 유성곤 팀장은 “정확한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생산과 여가를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벤처단지를 만들 생각”이라면서 “골프장도 이런 측면에서 봐 달라”고 밝혔다.

반면 반대하는 측은 대덕테크노밸리측이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벤처단지 조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교묘하게 땅 장사에만 열을 올린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6일 대덕테크노밸리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단계 사업 중 지원기관 용지 등 4만평가량이 이미 분양을 완료했다.

환경단체도 제동을 걸었다. 바로 인근에 금강의 지류인 갑천이 흐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전충남 녹색연합 박정현 사무국장은 “대덕테크노밸리가 골프장을 건설하면 각종 오염물질이 갑천으로 스며들어갈 것은 뻔한 일”이라면서 “연구를 하는 벤처들이 일하는 곳에 과연 골프장이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대덕밸리 벤처인들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물론 ‘골프파’와 ‘비골프파’로 갈라졌다. 여가를 위해서 당연히 생겨야 한다는 게 골프파의 주장이고, 비골프파는 다른 운동시설도 많은데 아직은 사치로 여겨지는 골프장을 만들어야 하느냐는 반론이다. 이와 관련 대덕밸리의 한 벤처기업인은 “벤처기업인들이 연구·개발하고 정신 없이 뛰어다니는데 한가하게 골프칠 시간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면 퍼블릭 수준인 9홀 정도면 괜찮지 않겠나”라고 타협점을 제시했다.

출판호수 616 호 글 구남평 대덕넷 기자 (flint70@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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