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학과 출신의 이상헌 텔레포스 사장…기술진 끌어모아 드림팀 구성

지난해 지구촌에는 3억 대의 휴대폰 단말기가 새롭게 보급됐다. 우리나라의 가입자수는 지난 연말 기준 1천4백만 명. 국민 10명당 3명 꼴이다. 온통 휴대폰 세상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휴대폰단말기의 기본구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품은 단말기간 교신을 할 수 있는 전송장치. 흔히 말하는 RF(Radio Frequency)모듈이다. 2002년 서비스되는 IMT-2000용 단말기에도 RF모듈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에너지환경연구센터에 위치한 텔레포스(대표 이상헌)는 RF모듈의 설계에서 생산까지 처리하는 대덕밸리의 기술벤처. (주)대우에서 다년간 RF모듈 오퍼를 해오던 이상헌 사장이 전문 트레이딩회사를 운영하다 지난해부터 직접 개발, 생산에 나섰다.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으로 기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李사장은 일단 KAIST의 RF모듈 관련 ‘기술자’를 영입해 드림팀을 꾸몄다. 45명의 인력 가운데 절반이 연구인력이고 이 가운데 8명이 이 분야에서 10년 이상 축적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李사장은 “10여 년 동안 RF만을 트레이딩한 마케팅 경험과 KAIST 권영세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텔레포스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면서 “올해에는 그 동안 연구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텔레포스는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여러 개의 반도체칩을 하나의 배선기판상에 패키징하는 초고주파직접회로(RFIC)패키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가 보유한 공정기술은 6인치 실리콘웨이퍼 공정에서 25㎛ 두께로 평평한 산화막을 형성하는 데 걸리는 1주일이 소요되던 시간을 20분으로 단축했다.

트랜지스터 배열을 신개념으로 설계해 단일칩고주파집적회로(MMIC)의 생산단가를 크게 낮춘 신개념의 RFIC 설계기술도 선보였다. 단말기에 들어가는 MMIC를 구성할 때 기존 방식과 같은 성능을 내면서도 값이 비싼 갈륨비소(GaAs) 사용면적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실리콘으로 대체해 가격을 40%로 낮춘 설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텔레포스의 기술력은 세계 유수의 휴대폰 단말기 회사도 인정해 주고 있다. 李사장은 최근 세계 최대 휴대폰 메이커중 하나인 모토로라로부터 RFIC관련 특허 라이선스를 넘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텔레포스는 서울에서 비즈니스를 하다가 기술력을 찾아 대덕밸리로 ‘기술사냥’을 감행한 대표적인 케이스. 대덕밸리의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이 취약한 반면 이 회사는 마케팅과 기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텔레포스는 올해를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대덕밸리의 기계연구원 인근 8천여 평의 부지에 연건평 1천8백 평 규모의 생산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오는 7월 공장이 완성되면 그동안의 기술력을 집중해 곧바로 대량생산에 들어갈 꿈에 부풀어 있다. 공장에서 월 5천~7천 장의 6인치 실리콘 웨이퍼 양산 능력이 확보되면 본격적인 모듈화 공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모두 30억원. 하지만 올 하반기에 공장이 돌아가면 최소한 1백50억원 매출은 어렵지 않다고 자신한다. 마케팅 전문가답게 기술을 연구진에 맡기고 퀄컴이나 CONEXANT 등 RF모듈 수요회사들을 상대로 전략짜기에 여념이 없다. IMT-2000 서비스가 시작되면 시장상황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李사장은 “텔레포스의 경쟁력은 RF모듈의 생산단가를 낮추고 크기를 줄일 수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되고 궤도에 오르면 내후년쯤 나스닥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헬로우디디 구남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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