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용 표준연 박사, "반도체 소자 불량원은 잔류수분"

현재의 반도체 집적기술은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장했다. 원자층 단위에서 공정이 이뤄질 정도다. 이런 작업은 초정밀가공인 만큼 원자 수준의 결함조차 불량률과 직결된다. 그러나 반도체의 기본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표면의 결함 발생 원인은 지금까지 완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었다. 이같은 결함의 근본적 원인을 국내 과학기술팀이 최초로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구자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팀은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웨이퍼 위에 남아있는 미세 잔류수분이 원자와 결합, 불량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구 박사팀은 자체 개발한 원자현미경을 이용, 초고진공 환경에서의 실리콘을 관찰했다. 0.01나노미터까지 분석이 가능한 초고정밀 장비다. 0.4nm(나노미터)인 원자의 상태를 충분히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구 박사팀은 15년 전부터 관련연구를 통해 '원자현미경'을 개발, 보완해 왔다. 이 현미경을 이용해 실리콘 위의 원자를 관찰한 지 3년. 구 박사팀은 진공상태에서의 잔류수분이 실리콘 원자들과 결합해 결함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구자용 박사는 "반도체의 원재료인 실리콘 위의 표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른 결함들은 기존 연구들을 통해 규명된 바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계속 논란이 돼 왔던 잔류수분에 의해 생성되는 원자의 마지막 결함 문제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규명은 반도체 산업의 향방을 가릴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이라며 "1조원 매출규모의 반도체 생산회사에서 불량률을 1%만 줄인다면 1백억원 이상의 이익이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박사팀은 앞으로 '유기반도체 분야'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기존의 유기물 반도체의 경우는 대량생산을 위한 저가 공정이라는 것이 구 박사의 시각이다. 그는 "현 시점에서의 반도체 기술은 발전할 만큼 발전했다"며 "앞으로 실리콘 반도체와 유기 반도체를 융합(Hybrid)한다면 최대의 효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다.
 

▲실리콘 웨이퍼(반도체를 만드는 기본 재료) ⓒ2008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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