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선 "여성 이공계인 위상 강화 목적"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KAIST(한국과학기술원)로부터 명예 이학박사학위를 받는다. 학교 측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이공계 출신 유명인사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키로 했고, 대상자를 선정하다 보니 박 대표가 낙점됐다"고 수여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정권 교체기, 더구나 과학기술관련 부처 폐지가 확실시 되는 상황인 만큼 '정치적 노림수'가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KAIST에서 현재 교육과학부와 지식경제부 사이에서 어느 부처로 이관될지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의 소속기관을 결정하는 와중에,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인사를 지원하면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시각 때문이다.

KAIST는 20일 박근혜 전 대표,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등 2명의 이공계 출신 여성 지도자에게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수여키로 했다고 밝혔다. KAIST가 여성에게 명예박사를 수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학위 수여식은 29일 진행된다. 이같은 정치적 배경설에 대해 KAIST 측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한 KAIST 관계자는 "박 전 대표 등은 이공계 출신으로 활발한 활동을 통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면서 "최근 대학 내에서도 여학생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에게 사회적 역할 모델을 제시하고, 나아가 미래 리더로서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명예박사학위 수여는 지난해부터 진행돼 온 것으로, 올해에는 여성계 리더를 테마로 정했을 뿐"이라며 "순수한 마음에서 선정한 수여자 선정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명예박사 학위 수여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인사를 선정키 위해 노력한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

양지원 KAIST 대외부총장은 이같은 이야기에 대해 "KAIST의 위상에 적합한 인사를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학위 수여 대상과 테마가 바뀐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연구중심 대학에서 정치적 입장을 고려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때 마침 선정시기가 정권교체기와 맞물려 오해가 증폭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근혜(56) 대표, 이길여(75) 회장의 이공계 약력은?

박 전 대표는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회과학기술위원회 위원, 한나라당 대표 등으로 재임하면서 과학관련 정책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박 전 대표는 교육분야 지원에도 많은 관심을 펴 왔다.

이길여 회장은 서울대 의과대학 출신이다. 의료법인 '인천길병원', '가천의과대학' 등을 설립한 의료분야 원로다. 의료취약지 병원 설립, 무의촌 무료진료봉사 등 적극적인 의료지원 활동을 펼쳐왔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