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강봉균 교수 연구팀, 기억 유지·소멸 원인 밝혀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저장되어 있는 기억이 재구성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기억제어연구단의 강봉균 교수 연구팀은 저장되었던 기억이 인출될 때, 기억을 저장하는 시냅스가 허물어지는 메커니즘이 있음을 밝히고, 이 과정이 기억 재구성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임을 확인했다.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단어나 이름 등을 외우는 경우 인간의 뇌에서는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들이 단단하게 강화되는 과정이 나타난다. 이런 과정의 진행으로 인간은 기억을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시냅스가 강화되는 과정에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는 약품을 투입했더니 기억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규명했다.

신경과학계는 이와 함께 기억을 떠올릴 때 뇌에서 기억을 부호화하는 시냅스가 불안정해져 기억을 재구성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으나 이에 대한 이유와 구체적인 과정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강봉균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로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즉 기억을 떠올릴 때 기억을 부호화하며 강화되었던 시냅스가 특수단백질분해과정(ubiquitin-proteasome system)을 통해 허물어지고 결국 기억을 재구성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을 밝혀낸 것.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억을 떠올릴 때 시냅스를 구성하는 신경 세포들은 특수단백질분해과정을 사용해 시냅스의 단백질 분해를 증가시키고 이러한 증가가 결국 기억을 부호화하는 시냅스를 허물어뜨려 기억 재구성을 가능하게 한다.

또 특수단백질분해과정의 활성을 억제하게 되면 기억이 재구성될 수 있는 상태로 가지 못하기 때문에 기억의 변형, 극단적으로는 기억의 소멸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저장되었던 기억이 재구성 가능한 상태가 되는 메커니즘을 밝혔다는 과학적 의미뿐 아니라, 기억을 유지하거나 변형시키는 과정으로 응용되어 의학적으로도 쓰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지원하는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을 통해 이번 연구를 수행했으며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권위지인 사이언스(Science)지 온라인판 2월 8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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