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경현 기계연 원장, "에너지·환경 연구 주력, 세계적인 연구소로 거듭날 것"

"기계산업은 결코 죽지 않습니다. 장비 없이 가능한 산업은 없습니다. 기계 연구는 모든 산업의 기반이며 어느 산업과도 다 연관이 될 수 있습니다." 황경현 한국기계연구원장은 기계분야가 융합기술의 꽃을 피울 텃밭임을 확신에 찬 목소리로 강조했다.

기계기술이 지금까지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었듯이 IT·BT·ET·NT 등 미래 성장산업에 있어 차지할 비중 역시 크고 중요하다는 의미다. 기계연은 현재 나노급의 계측·가공기술과 관련 장비 개발로 나노제품 시장의 포문을 열고, 환경·에너지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바늘에서 기차까지'? 이젠 '나노에서 자기부상열차까지'

기계연의 넓은 연구 분야를 빗대어 "기계연은 바늘에서 기차까지 만들어 낸다"는 말이 있었다. 작은 기계 부품에서 대형 기계 장치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제 그 표현은 '나노에서 자기부상열차까지'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기계연이 머리카락의 1/1000 크기에 해당하는 50나노 미만의 크기까지 가공할 수 있는 연구기술을 보유함은 물론 차량을 공중에 띄워 달리도록 하는 열차까지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연 특유의 중후장대형 이미지를 그대로 담고 있는 연구원 전경. 자기부상열차 선로가 설치돼 있다. ⓒ2008 HelloDD.com

특히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이미지를 가진 기계연에서 나노급의 초정밀 기술을 연구한다는 사실이 새롭다. 황경현 원장은 "나노연구는 그것 자체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 하나의 '도구'"라며 "밀리미터 단위도 굉장히 정밀하다고 여기던 기계연이 나노연구를 시작하면서 기존의 새로울 것 없는 연구가 다양한 가능성을 갖게 됐다"고 설명한다.

나노의 단위에서는 밀리미터나 마이크로미터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성분을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물리적·전기적·화학적 특성마저 달라지기 때문이다. 황 원장은 "아직까지 나노급 제품들의 시장은 크게 열리지 않았지만 조만간 연간 100조 단위의 시장이 생성된다"며 "일차적으로 시장이 형성되는 계측·제조 장비들은 물론, 재료와 소자의 공정에 있어서도 초정밀 기계기술이 빠질 수 없기 때문에 기계산업은 나노시장의 첫 번째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나노공정팀의 나노임프린트(nano imprint) 장비는 기존보다 더 싸고 쉽게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이라며 "신뢰도 문제만 범위 안에 들어오면 반도체·디스플레이·바이오센서 등의 제조에도 혁명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노임프리팅 장비 ⓒ2008 HelloDD.com

◆"에너지·환경·IT·BT 분야 관련 기계기술 담당…융합기술로 진화하겠다"

"현재 기계연은 전자통신연구원과 IT 관련 협력 연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또 화학연과는 유해물질·공해물질을 저감시키는 환경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있지요. 앞으로도 다른 분야와의 협력분야를 더욱 많이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황경현 원장은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진화조직'을 늘려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진화조직은 연구원들이 본래 전공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를 연구해 융합기술을 만들어내는 연구팀이다. 현재 기계연에는 자연의 기본구조와 원리를 공학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바이오메카트로닉스팀 등 5개 조직이 활동 중이다.

황 원장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연구, 되풀이하는 연구로는 큰 성과를 거둘 수 없다"며 "기계연이 차별성 있는 기술로 큰 파급효과를 내고 세계적인 연구소가 되기 위해서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황 원장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에너지와 환경 분야. 그는 "앞으로의 전세계적인 관심과 방향은 에너지와 환경이 될 것"이라며 "에너지와 환경 관련 기계기술 쪽을 기계연이 담당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황 원장은 마지막으로 "모든 변화는 외부에서 하는 것보다 내부에서 하는 것이 힘도 있고 실천력도 있다"며 "외부의 변화에 발맞춰 내부에서도 연구역량을 계발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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