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중무 정보화기술본부장이 한 일간지에 기고한 벤처관련 칼럼입니다. 한국 벤처가 다시 한번 도약하기를 기대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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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거 IMF체제라는 불명예스런 시기에서 국가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의 대기업 위주의 정책에서 벤처기업 육성정책으로 전환하여 많은 벤처기업 탄생과 고용창출의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최근에 자주 불거지고 있는 벤처를 둘러싼 잇단 게이트, 비리사건 등으로 인하여 이들이 극히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벤처인의 사기를 떨어뜨렸고,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불신감을 갖게 했다. 또한 세계경제의 불황속에서 미국 테러사건의 악재가 겹쳐 전반적으로 세계경제 침체는 더욱 가속화됐고, 국내의 많은 벤처인들은 생사를 가름하는 한해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코스닥 시장엔 134개의 벤처기업이 등록되고, 월 평균 250여개의 기업이 신규로 벤처로 지정받기도 하는 등 벤처의 열기는 식지 않고 희망의 씨앗을 계속 뿌리고 있다. 이처럼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는 시점에서 우리는 임오년 새로운 해를 맞이하게 됐다.

힘들게 찾은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느냐 활활 타오르게 하느냐는 올해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가에 달려 있다. 특히 우리나라 실물경제의 현장에 서 있는 벤처기업인에게 올해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기회를 얻는데 더더욱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에 대하여 같이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벤처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도덕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기업경영의 자세와 실패가 허용되는 풍토조성이 필요하다. 벤처기업이 위기에 처하는 원인은 실패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실패의 경험을 재기의 발판으로 만들 수 있는 사회환경과 분위기 조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해의 베스트셀러인 상도에서 상인이 가져야 할 덕목에 대해서 잘 지적하고 있은데 작은 장사는 이문(利文)을 남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큰 장사는 결국 사람을 남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즉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야 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며, 따라서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인 것이다.

또 벤처기업은 모험과 도전이고 아이디어와 기술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녀야 한다. 외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입과 국내기업의 외국시장 진출 기회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즉 팔 제품보다는 팔릴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따라서 기술집약 경제에서 혁신의 원동력(engine)은 시장을 바탕으로 한 미래기술의 연구개발이 중요하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제품이 높은 부가가치를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최초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시잠점유도도 크기 때문이다. 시장을 바탕으로 한 기술개발이란 기술적 우위나 학문적 논리성 추구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가를 예측, 다른 사람보다 빨리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결국 성공의 원천은 기술과 사업성, 그리고 스피드 경쟁인 것이다. 기업이 글로벌 시장경제에 존속하면서 계속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적합한 최고의 기술로, 남보다 앞선 스피드 경쟁을 하여 높은 사업성과를 얻는 것이다. 결국은 이러한 능력을 갖는 벤처기업이 미래산업을 개척하는 핵심이 될 것이며, 이들이 신산업구조를 형성하여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것이다. 그러므로 고성장 산업분야의 첨단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이 많이 탄생해 건실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성장환경을 가꾸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고급기술 인력공급, 기존산업과의 협력관계, 하이테크 기업의 글로벌 전략 및 네트워크 체제를 잘 갖추어서 벤처기업은 신제품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벤처기업도 지속적으로 시장상황(marketsensitivity)을 분석하고 경쟁기업을 확인하여 기업위상(positioning)을 확보하는데 소홀히 해서는 안되며 새로운 길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Challenge)하는 모험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야 말로 생존의 밑바탕이 될 것이다.

박중무 ETRI 정보화기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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