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8일까지 3일간 경기도 용인 소재 중소기업개발원에서 계속된 '제9차 글로벌벤처경영자과정'에서 박선영 파이슨 대표는 '벤처기업의 마케팅 및 해외진출전략'이란 주제의 강의에서 "마케팅은 고도의 전략하에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사장은 "우리나라의 기본 문화는 '마케터'가 나오기 힘든 문화"라며 "이 부분에 대한 혁신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다음은 박 사장의 주요 강의내용

벤처기업 사장들이 외국에 나가 바이어를 만나고 돌아와서는 '마케팅하고 왔다'고 하는데 마케팅과 세일즈(영업)은 다르다.

짝사랑하는 여자가 있는데 지저분하고 꼬질꼬질하게 나타나서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결혼해주십시요"하는 것은 세일즈는 될 수 있지만 마케팅은 아니다. "이 여자를 어떻게 하면 내 여자로 잡을까" 계획하고 궁리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행하는 모든 전 단계 작업이 마케팅이다. 이처럼 마케팅은 고도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마케팅은 기껏해야 '홍보'밖에 없다. 마케팅개념의 변화를 보면 생산성과 생산량이 주관심사인 생산지향, 타사제품과 차별화를 도모하는 제품지향, 경쟁시대에 판매활동에 주력하는 판매지향, 고객의 욕구를 기업이 아닌 고객입장에서 고려하는 소비자지향, 기존의 마케팅컨셉에 사회복지요소까지 가미된 사회지향 순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직도 '제품지향'에 머물러 있다. 일례로 어떤 기업은 2년간 90명의 인원으로 30억원을 들여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나가봤더니 마케팅이 '막막'하더라고 하소연한다. 제품개발하는 2년간 단 1명만이라도 마케팅 플랜 수립에 매진했더라도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이 기업은 어느날 가봤더니 사장이 교체됐다.

한국의 벤처캐피털들도 문제가 있다. 이들이 기업을 망치고 있다. 기업을 볼 때 이들은 대부분 사장, 재무구조, 기술, IPO의 시점 등만 따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마케팅에 대한 아이디어·대안·시장을 바라보는 눈·전략 등이 있는지 "마케팅 플랜을 1백페이지가량 만들어 제출하라"고 하면 그 기업에 대해 한 눈에 알 수 있다.

기업평가에 있어 가장 양질의 평가방법은 '마케팅'이다. 경쟁사와 비교한 SWOT분석만 하더라도 엄청난 분량의 자료가 나올텐데 이 부분에 대해 우리나라 벤처들은 1∼2페이지 정도만을 준비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내실보다 외형을 더 중시하고 이방인을 업신여기는 우리나라 문화도 문제다.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뼈속 깊숙이 고객(상대방) 지향적이어야 함에도 우리 민족은 오랜 외적의 침략때문이어서인지 이방인들을 '쪽바리', '떼놈', '코쟁이'라며 멸시하고 깔아뭉갠다. 하지만 이들에게 제품을 팔려면 이들을 고객으로 수용해야 한다. 외형중심의 문화를 보자.

일전에 차관급 인사와 함께 우리나라 기업들이 남미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각종 신문에서는 이 일을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남미에서의 '한국관'은 썰렁 그 자체였다. 반면 인도관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알아본 결과 인도는 이미 3개월 전부터 관련 업체와 국가에 프리마케팅을 벌였다고 한다. 이런 것이 차별화다. 마케팅의 아주 작은 '홍보'임에도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

마케팅의 기본인 STP(Segment, Targeting, Positioning)전략이나 4P(Place, Promotion, Price, Product)를 수립함에 있어서도 그 관련근거가 정확한 정보하에 세부적으로 수립돼야 한다. 또 4P는 최근 4C(Convenience, Cost, Communication, Consumer)로 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커뮤니케이션은 해외마케팅에 있어 옵션이 아닌 필수요소로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엔지니어 출신 CEO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랩 디벨로퍼(개발을 위한 개발자)가 될 것인가? 마켓 디벨로퍼가 될 것인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당신기업의 성패는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