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신생억제제 전문 안지오랩의 김민영 사장…창업 1년 특허출원 16개

지난 1999년 IMF 한파 후 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대기업들이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이제 막 바이오 산업에 야심찬 첫발을 내디딘 한일그룹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연구소(한효과학기술원) 직원들은 정든 직장과 동료직원들을 뒤로 한 채 하나 둘씩 새 보금자리를 찾아 속속 떠나기 시작했다.

연구원을 폐쇄하는 마지막 날 온기가 가신 연구소에 한 여성 연구원이 망연자실한 채 앉아 있었다. 한효과학기술원의 창립멤버이자 주목받던 연구원이었던 김민영씨가 그 주인공. “동료들이 떠나갔고 더 이상 연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죠. 그러나 그동안 해왔던 혈관신생과 전이억제제 연구가 거의 마무리될 무렵이어서 연구를 포기할 수 없었어요. 단지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는 일념(一念)밖에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며칠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혈관신생 억제제 개발 전문 벤처 안지오랩(www.angio-lab.co.kr)을 창업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녀에겐 연구소와 기업들로부터 끊임없이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가족들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도 한결같이 창업을 만류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연구원에서 사장으로 인생행로를 과감하게 수정했다.

우선 옛 연구원에서 사용하던 각종 실험기자재를 자비를 털어 사들인 뒤 동료 연구원과 혈관신생 억제 전문기업을 만들어 보자고 하면서 의기투합한 동지 3명을 규합했다. 첫 둥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첨단기술사업화센터에 틀었다. 이때 ‘바이오 벤처기업 여성 CEO 1호’라는 수식어를 덤으로 얻었다. 김 사장이 이대 약대를 졸업한 지 20년이 되는 해에, 또 89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생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해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나 연구원 출신 여성이 사업을 한다는 자체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창업자금 마련에서부터 사업계획서 작성, 전반적인 회사운영 등 쉽지 않은 숙제가 놓여져 있었다. 다행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마다 남편은 좋은 상담자가 되어줬고, 회사 직원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 문제해결에 나섰다. 덕분에 99년된 창업된 걸음마 회사이지만 혈관신생 억제 분야에서 16건의 특허를 출원할 수 있게 됐다.

혈관신생이란 모세혈관에서 새로운 혈관이 생기는 현상. 건강한 사람의 몸은 필요한 만큼만 모세혈관을 만들지만 자율적인 조절 능력을 잃어버리면 치명적인 병으로 바뀌게 된다. 대표적인 질환은 암과 관절염. 이뿐만 아니라 당뇨병성 망막증과 신생혈관성 녹내장, 건선 등도 모두 혈관신생에 의한 질환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치료할 만한 의약품을 개발하지 못한 상태다.

“혈관신생 억제제의 시장 규모는 세계 제약시장의 20%인 5천억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해외 선진국가들이 앞다퉈 혈관신생 억제제 연구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바로 거대한 시장이 가져다 줄 ‘대박'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사장은 안지오랩이 혈관신생 억제제 후보물질 개발과 혈관신생 검색기술에 매달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시장이 큰 만큼 안지오랩의 몫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안지오랩의 이미 혈관신생 억제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된 후보 물질을 발견, 동물실험 및 임상실험을 마쳤다. 기술력은 어느 정도 검증된 것이다. “앞으로 혈관신생과 전이에 관련된 신규 유전자를 발굴, 진단제 및 치료제를 개발해 명실상부한 혈관신생 억제제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라는 김사장은 현재 혈관신생 억제 후보물질을 상품화할 제약회사와의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