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밸리 '색소폰부는 의사들'...8일 엑스포아트홀서 두 번째 연주회

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지하 음악 연습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케스트라 연주가 한창이다. 평소 즐겨듣던 음악인지라 한창 음률을 즐기며 삼매경에 빠지려는 순간. 갑자기 '삐익∼'하고 끼어드는 색소폰 소리. '딱딱딱∼' 지휘자가 연주를 중단시킨다. "어허∼ 너무 빨리 들어왔잖아요. '따라리라라'하고 들어와야 하는데 '따라리'하는데 들어오면 어떻게 합니까. 음악을 잘 느끼면서 흐름을 타야죠."

지휘자에게 이런 '타박'을 듣는 5명의 어정쩡한 색소폰 주자들, '면박'을 주지만 웬지 어려운 사람을 대하는 듯한 지휘자, '킥킥'거리는 단원들. 어딘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아무리 연습이라지만 진지한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삑사리(?)'를 냈음에도 화기애애하게 흘러가는 일련의 사태들 속에는 보이지 않는 따스함이 묻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색소폰부는 의사들'. 의사들이 의술연구는 안하고 '웬 색소폰?'하겠지만 이들은 의사의 최고 경지라는 '심의(心醫)'가 되기 위한 '임상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대덕밸리 내 개업의들로 태상호 (상아치과) 원장, 어호용 엑스포내과 원장 , 황선광 전민산부인과 원장, 이성구 원장(이성구이비인후과 ) 원장, 김철우 (김철우내과)원장 등 5인의 '심의 지망생'들은 이미 4년전부터 '수련'을 쌓고 있다.

단지 음악이 좋아 취미로 시작했지만 많은 사람들을 불러놓고 연주회를 갖는다고 생각하자 의사특유의 '직업정신'과 '사명감'이 살아났다. 8일로 예정된 2회 연주회를 앞두고 한달 전부터 매일 저녁 9시부터 11시까지 연습하고 있다. "케니 지 정도의 음악을 들려주지는 못하겠지만 황폐한 마음을 치료해 줄 수 있는 따스함을 전해주자!" 간혹 '삑사리'도 내고 지휘자에게 '지적'도 당하면서 늦은 시간까지 연습에 몰두하느라 힘도 들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해 주겠다는 생각에 즐거운 '심의 수련'은 계속된다.

이렇게 낮에는 환자의 '신체'를 돌보면서 밤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실력도 '꽤나' 늘었다. '수련'을 시작한 지 2년째인 지난 99년 12월 대덕과학문화센터 콘서트홀에서 첫 번째 공연을 성황리에 갖기도 했다. 그리고 또 2년이 흐른 2001년 12월 8일 엑스포아트홀. 이번에는 오케스트라와 협연까지 한다. 대전을 대표하는 순수 민간 밴드인 코리아윈드앙상블(지휘 전완표)가 그 파트너다.

또 연주하는 음악도 어렵고 따분하지 않다. '문리버', '타이타닉', '오버 더 레인보우' 등 쉽고 편안한 연주가 대부분이다. 의사출신 남성4중창단의 '카메오' 출연 등 볼거리도 제공한다.

'색소폰부는 의사들' 중 한 명인 어호용 원장은 "우리나라 경제를 짊어질 대덕밸리 벤처인들이 제품개발하고 시장에 내다 파느라고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였겠습니까"라며 "비록 '몸'은 돈 받고 치료하지만 '마음'만큼은 무료로 치료해 드릴테니 부담없이 와달라"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대전시향 후원회 '높은음자리' 회원인 블루코드테크놀로지 임채환 사장은 "대덕밸리는 첨단과학만 있는 게 아니라 첨단 문화도 있다"며 "이들이 첨단과학을 아낄진데 벤처인들이 첨단문화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윈윈'할 수 없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색소폰부는 의사들, 두 번째 연주회

일시 : 2001. 12. 8(토) 오후 7시
장소 : 엑스포아트홀 요금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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