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단상]김선화보좌관의 대덕행보가 갖는 의미

16일 아침.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실에서 회의가 열렸습니다. 현 정책의 당위성을 판단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흔히 있는 '그냥' 회의 아니냐고 치부할 법 하지만 이번 회의의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정부출연연구소 현장 과학자들로부터 들은 현 과학계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계 현장의 목소리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대책마련에 보다 고심해야 한다", "정책적 대안이 무엇인지 연구해 보자"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는 것이 보좌관실 직원의 전언입니다.

더구나 이런 내용을 대통령 보좌관이 직접 나서 듣고 왔다는 점에서 '큰 변화가 시작되고 있구나'라는 평가가 들려옵니다. 하루 전인 15일, 정보과학기술분야를 전담하는 김선화 보좌관은 하루내내 투자해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방문했습니다.

흔히 있는 행사 참석이나 연구소 시찰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과학계 현장에서 일하는 기관장 및 보직자를 제외한 '진짜' 연구자들과 대화 나누기가 그 방문 목적이었습니다. 방문한 연구소는 한국화학연구원과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김 보좌관은 두 연구소마다 원장이나 보직자 급 인사를 제외한 15명 가량의 현장사람들과 1시간 이상씩 토론을 가졌습니다.

과학자들도 김 보좌관의 이같은 행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너도 나도 손을 들고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쏟아 냈습니다. "하고 싶은 연구에 집중하게 해 달라", "연구비 집행 체제를 바꾸어야 한다", "인건비 수주가 문제다" 등등. 화학연의 한 박사는 "지금까지 현장연구원과 직접 대화에 나선 정책 결정권자는 본적이 없다"며 "이런 행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약간은 상기띤 얼굴로 평가했습니다.

사실 고위 공무원이라는게 그렇습니다. 중요한 업무와 함께 많은 일을 책임지다 보니 '현장'을 직접 챙길만한 시간을 만들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바쁜 일정을 쪼개 현장을 찾아봐야 각 연구소의 성과물을 자랑하는 홍보관을 둘러보거나, 실험실을 방문해 수박 겉핥기로 둘러보는데 그쳤던 것이 사실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대덕행의 목표 자체를 다르게 설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보좌관은 평소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라는 것이 주변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보좌관으로 있다 보면 만나는 사람이 한정돼 살아 숨쉬는 정보를 얻지 못한다"는 주변의 충고를 흔쾌히 받아 들였다고 합니다.

또 취임 1년이 지나 모든 업무 파악이 끝난 만큼, 본격적으로 '한번 해보자'하는 각오도 한몫했다고 합니다. 최근 학계에 통섭(通涉)이란 단어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단순한 상호 의사소통을 넘어서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과학기술계도, 현장과학자들도 다른 의미의 '통섭'이 필요합니다. 한국 과학기술발전이란 공동의 목표 아래 서로 소통하고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김 보좌관은 이번 대덕방문이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도록 하겠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대덕을 방문해 현장 과학자들과 정부관계자들이 '통섭'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로 여겨집니다. 청와대가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이같은 청와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 세울 필요가 있는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국가 과학 행정의 중심지 '과학기술부'입니다. 마침 이러한 청와대의 행보에 발맞춘 듯 16일에 박종구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대덕을 방문, "현장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본부장은 이날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어 한국원자력연구원, 표준과학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 화학연구원을 각각 방문했습니다.

과기부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더욱 일찍 보여주었어야 했습니다. 늦은 감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러한 움직임이 무척 다행스럽게 느껴집니다. 현장에서도 "늦었지만 과기부를 비롯한 과학계 정책결정자들의 현장성이 강화되길 바란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습니다.

부총리가 현장 과학자들과 차를 마시며 현장 이야기를 나누고, 혁신본부장과 출연연 박사가 함께 식사하며 과학기술의 발전에 관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모습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고대합니다.

그런 문화가 정착되었을 즈음, 분명 한국과학계는 선진국 반열에 우뚝 올라설 것입니다. 과학기술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그 향기가 세계에 퍼질날이 오길 고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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