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글:정은미 주력산업실 연구위원

10여 년 전 세계 1위 생산량을 자랑하던 POSCO가 2005년 4위로 내려앉은 사실을 보면 성숙기에 접어든 우리 철강산업의 위상이 위태로워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거대 철강회사들끼리의 통합과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전되는 가운데, 우리 철강업계는 고유기술 확보를 통해 기술자산의 가치를 제고해야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 한국 철강산업의 세계 속 위상

최근 세계 철강산업은 지난 30년간의 저성장에서 탈피, 조강 생산량 10억 톤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눈부신 경제성장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무엇보다 중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2000년대 들어 세계 철강생산능력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급격한 증가세에 따라 전체 세계설비의 20% 정도에 달하는 잉여설비가 예측되고 있는 시점이다.

앞으로도 세계 철강업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현재 20%대에 달하는 수출입 증가세는 2010년까지 5~7%대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인접국인 한국은 물론, 미국과 EU와도 통상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한편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철강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2%로, 2000년에 비해 다소 낮아졌다. 산업구조 고도화가 진행되고, 소재 원단위 절감과 고급화에 맞물려 소비증가세 및 조강생산이 둔화된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1990년대까지 국내 철강산업은 제품 기술 및 성능 차별화, 경쟁적인 품질 향상, 수출증가, 경쟁기업 증가 등 성장기적 특징을 나타냈다. 2000년대 들어서 범용강재와 같은 대량판매시장이 포화점에 이르고, 다양한 품질과 기능으로 시장세분화가 진행되는 것을 볼 때, 산업발전단계상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전환됐음을 알 수 있다.

현재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은 EU, 미국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중국, CIS에 앞선다. 그러나 일본에 비해서는 뒤지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특수강, 판재류 부문에서 우위를 가지며, 중국은 봉형강류에서 거의 비슷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냉연강판, 아연도강판, 전기강판 등에서는 우리 철강제품이 경쟁력을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철강산업의 글로벌․대형화 추세

세계 철강산업에서는 글로벌화에 따른 대형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경제 개방이 확대되고, 자동차 등 철강 수요산업이 글로벌하게 진행됨에 따라 철강업계 역시 사업 범위를 전 세계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 경쟁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철강회사는 타국 회사와의 통합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2005년에는 LNM(네덜란드)과 ISG(미국)가 미탈스틸로 통합, 세계 최대의 철강회사로 탄생했다. 이후에도 대형화 경쟁은 심화돼, 세계 철강산업 경쟁구도 및 철강경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형화는 철강업체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지난 10년간 세계 철강업체 순위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98년 세계 10위 안에 들던 업체 가운데 2005년까지 명맥을 유지한 업체는 단 3개사뿐이다. 당시 생산 1위이던 POSCO는 4위로 내려앉았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탈스틸은 2005년 합병으로 대형화를 이뤄 5천만 톤의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아르셀로는 4천6백70만 톤 생산량을 달성해 미탈스틸을 바짝 뒤쫓고 있다. 업체규모 5천만 톤대의 초대형 기업 출현은 글로벌화, 대형화의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중국의 수요가 급신장하고 있고 원자재 부족현상이 심화되는 등 철강재 가격 불안요인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 철강업체는 대형화를 통해 과점화하는 원료산업 및 수요산업과의 협상력을 높이고, 나아가 원료 구매, 물류 등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리고 있다.

여기서 관련 산업과의 교섭력을 전후방으로 확보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철강업체들의 의도가 읽힌다. 결국 대형화는 시장 수급에 대한 탄력적 공급조절 능력을 갖춤으로써 과당 경쟁을 지양하고 적정가격을 유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 볼 수 있겠다.

실제로 세계 철광석 가격은 2005년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세계 철광석 생산설비의 증설, 아르셀로, 미탈 등 주요 철강업체들의 대형화가 진척됨에 따라 가격협상력이 높아져 최근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스크랩 가격도 지난 3년간 불안정한 인상추세를 보였으나 중국의 전기로제품 생산이 과잉공급으로 전환되면서 가격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각국 철강업체는 원료 확보를 위해 부심중이다. 과거와는 달리 원료 확보가 철강업체 생존과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BRICs를 비롯한 개도국 경제가 급성장함에 따라 천연자원 수요가 증가하고, 각국의 자원획득을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철강 생산에 필요한 원료 및 연료의 안정적․경제적 확보가 중요한 경쟁요소로 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철강원료 보유국들은 자국 철강수요 증가에 대응해 정부 차원에서 원료 수출을 억제하고, 심한 경우 전면적인 수출 금지도 고려하는 한편, 원료 수출의 대가로 자국 내 대규모 철강 프로젝트에 공동투자를 요청하거나, 공급이 부족한 원료의 수입과 연계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자원보유국 철강업체들은 철강원료의 저가 조달로 원가경쟁력이 자원소비국 철강업체 대비 급속히 향상되고 있다. 철강원료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철강산업에서도 ‘자원의 무기화’ 움직임이 확산됨에 따라, 철강업체들은 글로벌화의 필수조건으로 후방통합을 적극 추진 중이다.

◆ 한국 철강산업의 발전방안

중장기적으로 국내 철강 총수요는 2010년 6천9백88만 톤, 2015년에는 7천4백60만 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철강재 생산은 2010년 5천7백69만 톤에서 2015년에는 6천2백만 톤대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치는 국내 철강 수급규모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됨을 나타낸다.

따라서 국내 철강산업은 세계 철강산업의 경쟁구조 변화와 제철원료 확보경쟁,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해 질적인 성장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면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성장 동력 강화를 통한 경쟁력 향상을 추구해야 한다. 세계 철강시장은 대형화․통합화되고 있다.

세계 철강산업의 환경과 업체 간 경쟁상황을 고려할 때 철강산업의 대형화․통합화는 더욱 가속되고, 아울러 철강업체간의 경쟁도 보다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철강업체도 이러한 변화에 미리 대응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철강산업의 구조변화를 미리 읽어내고 그 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전문 인력의 확보와 양성은 물론이고 M&A에 대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검토와 대응이 필요하다. 철강원료의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확보 역시 중요한 사안이다. 철강원료업계의 과점화 및 수요급증에 따른 원료 확보 난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 철강업계는 장기계약 비율확대, 에너지, 원자재 절감노력 등의 기존 전략을 고수해야 한다.

또한 원료생산 현지 생산시설 구축,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 참여 확대 등의 노력으로 자원의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확보가 시급하다. 중요한 원료 중 하나인 철스크랩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서도 철스크랩업계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철스크랩업계 산업화 지원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서 국내 철강산업의 원료구매역량 강화 및 원가경쟁력 제고가 가능하다. 향후 세계 철강업계의 기술경쟁은 강자간의 연합이 가속화되는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철강업체는 교차 라이선싱이 가능한 방향으로 기술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이를 통해 고유기술을 보유해야 한다. 기술자산 가치를 제고시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아직까지 경쟁 철강업체에 의해 선점되지 않은 제휴 분야와 최적의 제휴 파트너를 발굴하려는 노력도 한층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후변화협약을 비롯한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공정의 에너지 절감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한편 친환경 공정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경쟁력을 보유한 주력제품의 지속생산과 신제품 개발을, 중장기적으로는 미래기술과 미래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추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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