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서 '특별강연'···"고객 감성에 호소하라"

"이제 기능에 따라 디자인이 결정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디자인이 존재한 후에 기능이 따라오는 시대가 됐습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는 2일 과학기술창조의 전당에서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이사를 초청, '기업경영과 디자인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개최했다. 이노디자인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세계적인 디자인 업체다. 특히 레인콤의 '아이리버', 삼성전자의 '애니콜' 등을 디자인해 세계적인 명성과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디스카운트숍에서는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디스카운트숍에 아이러니하게도 최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나타나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과연 이것은 무슨 현상인가? 김영세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결혼연령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중·장년층들이 생활필수품에는 소비를 아끼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반면 스타일리쉬한 인생을 즐기기 위해 각종 문화생활과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고급 소비품에 대한 지출은 아끼지 않는다. 김영세 대표는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대덕특구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다음의 두 가지 디자인 전력을 제시했다. 첫째, 디자인은 기능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에 의해 기능이 결정돼야 한다. 둘째, 디자이너이기에 앞서 몽상가여야 한다.

▲이날 강연회에는 약 200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2005 HelloDD.com

◆ 기능의 시대는 갔다. 디자인으로 '감성'에 호소하라 

"50불짜리 노키아 휴대폰에 170달러짜리 고급 휴대폰 케이스를 사용하는 오늘날 미국 여성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김영세 대표는 기업이 아무리 빼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지언정, 소비자들로 하여금 감성의 충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품이 디자인 단계에서 상품진열대에 오르기까지, 휴대폰을 예로 들면 약 8개월에서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김영세 대표는 "디자인이란 움직이는 과녁에 대고 활시위를 당기는 것과 같다"며, "활발하게 변동하는 고객들의 취향과 마켓의 동향에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노디자인은 3단접이식 와이브로 단말기, 디스플레이가 90도 회전하는 삼성의 '가로본능 휴대폰' 등 통념을 깨는 디자인으로 최첨단 상품의 부가가치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

"오늘날 소비자는 '나를 표현하기 위해' 남과는 다른 제품을 쓰고 싶어 합니다. 그런 유니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우리의 숙제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휴대폰들은 기능면에서 상향평준화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품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타사와는 차별화된 '디자인', 즉 '감성'이다.
 

▲좌측부터 이노디자인에서 디자인한 수도꼭지와 150년 동안 변하고 있지 않은 수도꼭지의 전형 ⓒ2005 HelloDD.com

김영세 대표는 150년에 고안돼 아직까지 팔리고 있는 수도꼭지를 예로 들었다.

"지금도 미국에서 이 수도꼭지는 5달러 선에서 팔리고 있지요. 하지만 이노디자인이 만든 수도꼭지를 보십시오. 물론 후자가 가격은 더 비쌉니다. 하지만 어느 것을 사고 싶습니까?"

◆ 고객은 사실,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모른다
 

▲이노디자인에서
디자인한 삼성 3단 폴더식
와이브로 단말기
ⓒ2005 HelloDD.com
"마켓의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취향은 시시각각 변해가는 가운데, 고객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는 것도 사실 말이 안 됩니다."

김영세 대표의 설명인 즉은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 한다"는 것.

김 대표는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사명"이라 주장했다.

"일전에 서울 시내에서 차가 너무 막혀 차 안에서 하늘을 떠 다니는 자동차 디자인을 스케치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꿈 같은 이야기 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Why Not!"이라 반문하며 구체적인 스케치도 그려봤다. 공중을 유유히 떠다니는 자동차는 현재 그 기술이 이미 개발된 상태다.

그는 "디자이너이기 전에 몽상가여야 한다"며, 디자인이 앞서나가고 그에 필요한 기술이 따라오게끔 유도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의 취향을 기업이 제시한다는 것은 리스크가 있지 않느냐?"라는 한 벤처기업 경영자의 질문에 김영세 대표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디자인이야말로 벤처의 전형입니다. 코스트경쟁, 기술경쟁 등의 리스크보다 디자인면에 있어서의 리스크가 더 작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그것이 성공했을 때의 이득은 크지요."

마지막으로 김영세 대표는 "대덕특구 내에는 다양한 특성을 지닌 회사들이 있다"며, "디자인이 강한 회사, 마케팅이 강한 회사 등 서로 간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영세 대표는 "대덕특구본부가 이런 역할에 주도적으로 나서야한다"고 말하며, "이노디자인이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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