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연구원, 글: 박문규 책임연구원

"아빠, GPS에 왜 엑셀 프로그램이 있어?" 차에 붙어있던 GPS를 이리저리 눌러보고 있던 아이가 물었다. 대단한 기계다. GPS를 사기는 했는데 그 용처가 애매할 정도로 2GB 메모리에 MP3 플레이어, PMP는 물론 스프레드쉬트, 워드프로세서까지 들어있다.

이 대단한 물건이 그리 똑똑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아는 길도 GPS를 보고 갈 정도로 필자의 운전모드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 GPS)"은 우주에 떠 있는 정지 위성 24개 중 일부로부터 시간 정보를 수신하여 위치를 파악한다.

즉, GPS위성의 시간과 GPS단말기가 가진 시계 사이의 시간 차이를 알게 되면 GPS 위성으로부터 자신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다음의 공식으로 알 수 있다. 거리 = 빛의 속력 x 시간 차이 GPS위성으로부터 같은 거리만큼 떨어진 곳은 지표면 위에 타원 모양으로 표시되니 3개의 위성신호를 사용해서 타원을 그리면 겹치는 점이 한 개 생기는데 (2개 위성을 쓰면 두 점이 생긴다.) 그 곳이 바로 나의 위치가 된다.

위성이 하나 더 있으면 내가 있는 장소의 높이까지도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 GPS와 같이 여러 곳에서 측정한 신호를 이용해 특정한 점을 결정하는 문제는 수학에서 2차 연립 방정식을 푸는 문제와 같다. 그 이유는 거리를 측정하는 공식이 기본적으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GPS가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지리정보는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데이터로 자리 잡았고 그 정확도는 이전의 종이 지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보아온 '메르카토르 도법 (Mercator Projection)'에 의한 세계지도는 과거 방향만이 중요하던 항해용 지도의 필요성에 의해 고안된 도법으로 고위도 지방이 심하게 확대된 시각적 오류가 거의 고정 관념화 되어있다. 그림은 실제 면적에 따라 나타낸 세계지도로 상대적으로 축소되어 보이던 아프리카대륙이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크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프리카 대륙은 약 3,032만 평방킬로미터, 그렇게 커보이던 구소련은 약 2,200만 평방킬로미터 이다.

실제로 아프리카대륙은 미국, 중국, 인도, 유럽, 아르헨티나, 뉴질랜드를 다 합친 것보다도 조금 크다. 게다가 유명한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 (Google)'사가 제공하는 '구글 어스(Google Earth)' 서비스는 우리로 하여금 컴퓨터 모니터로 세계 구석구석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구글 어스 지도의 미국 주요 도시 인공위성 사진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보일 정도이며, 최근 우리나라의 핵분열성 동위원소분리 사건 덕택(?)으로 대덕연구단지의 해상도가 대폭 개선되었다. 시범서비스되고 있는 '구글 택시(Google Ride Finder)'는 운행하는 택시의 위치가 풍선 모양으로 지도상에 표시되고 이를 클릭하면 택시업체의 전화번호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엔진으로서의 구글의 위상은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Maid in Manhattan'이란 영화에 나오는 대사로도 확인할 수 있다. 여주인공의 아들이 유명한 팝 듀오인 Simon and Garfunkel이 헤어진 이유를 엄마에게 물었을 때 제니퍼 로페즈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You can google it at school." 구글이 "인터넷을 검색하다"라는 의미의 동사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구글의 어원에도 수학적 사실이 숨어있다. 구글의 어원인 구골(googol)은 10의 100제곱을 의미하는 수학 용어로 미국의 수학자 애드워드 캐스너의 조카 밀튼 실로타(당시 9세)가 만들었다. 인터넷상의 모든 정보를 담겠다는 구글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캐스너는 이 수를 매우 큰 수와 무한대의 차이를 보이기 위해 고안했다. 구글은 실제로 우주의 모든 원자의 수보다 많은 상당히 큰 수임에도 불구하고 십진법 표기법으로 쓰기는 매우 쉽다. 즉, 1 google = 10100 =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이다.

그러면 수학적 증명에 실제로 사용된 가장 큰 수는 무엇일까? 조합론 분야 램지이론 (Ramsey Theory)의 정리 증명에 AT&T의 수학자인 Ronald Graham이 사용한 Graham's number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어 있다. (구글 검색엔진으로 'Graham's number'를 검색하면 약 729,000개의 페이지가 뜬다.)

구골이 그렇게 큰 수임에도 불구하고 두 줄이면 십진법 표기법으로 나타낼 수 있으나 Graham's number는 기존의 지수 표기법으로는 종이 위에 쓸 수가 없다. 우주의 모든 물질을 펜과 잉크로 사용해도 부족하다고 한다.

유명한 기호학자인 Donald Knuth는 이의 표기를 위해 특별한 표기법을 새로 고안해 내야 했다. 그 표기법도 이 곳에 적기에는 여백이 부족하니 관심 있는 독자께서는 http://math.ucsd.edu/~fan/ron/images/guiness.html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사족: 구글을 이용해서 검색하면 너무나 많은 페이지가 뜬다. 범위를 좁히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Hydrogen에 관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상업용 사이트 제외하고 미국 대학의 자료 중에서만 검색하고 싶으면 다음과 같이 입력한다. 'hydrogen +ppt +edu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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