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연 웹진 1월호, 글 : 황병철 선임연구원

2006년 12월, 한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가 2명 탄생했다. 이들 중 1명은 2008년 4월 러시아 우주왕복선 소유즈를 타고 지구로부터 350 km 떨어진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해 8일 정도 머물면서 각종 과학실험을 수행한 뒤 지구로 귀환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작년 7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우주인 후보 공모에 지원한 3만 6천여 명 중에서 4차례 엄격한 평가를 거쳐 무려 1만 8천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었다. 이번 ‘한국 최초 우주인 선발’은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기 위한 프로젝트 성격이 강했지만,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우주개척 사업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우리나라 기술 경쟁력을 세계 6위, 과학 경쟁력을 세계 12위로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이제 세계 상위권에 속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들 사이에서 과학은 여전히 ‘어렵고 복잡한 것’으로 인식되고, 낮은 보수수준과 사회적 위상 등으로 인하여 우수한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과학기술 경쟁력의 후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행사가 이벤트성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정부가 26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우주인 배출사업에 나선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과학기술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자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미 2001년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하여 과학기술문화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2003년 12월 이를 세부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과학기술문화창달 5개년 계획을 마련하여 과학기술중심사회의 문화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 국민이 참여하는 과학문화운동이 절실하다는 인식하에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하여 사이언스 코리아 운동을 2004년도 과학의 날에 선포하여 추진해 오고 있다.

그 주요활동으로는 영상/디지털/인쇄 매체콘텐츠 구축과 인터넷 활용을 통한 과학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사업, 각종 과학축전 및 과학문화행사 개최와 국제교류협력 등의 범국민 과학문화 확산사업, 청소년 과학문화 확산사업, 과학문화 기반구축사업 등이 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과학기술은 일반인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학기술은 사회역사적 산물로 과학자들에 의한 연구 성과지만, 과학자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를 위한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진정한 성과는 대중과 공유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즉 과학자와 대중의 교류를 통해 과학자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를 대중들에게 쉽게 알리고, 대중들은 과학자들의 연구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된 과학적 연구나 사업들은 대중들에 의해 비난을 받거나 외면당하기 쉽다. 최근 줄기세포 연구에서 빚어진 ‘난자 윤리’ 문제나 중 저준위 방사능 핵폐기물 처리장의 유치 문제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는 올바른 과학문화의 뒷받침 없이는 지속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이 어렵다는 것을 알려 준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일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그 연구 성과를 일반 국민들에게 알려 올바른 과학문화를 만드는 데도 일조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연구비의 일정부분을 연구홍보에 쓰고 있으며, 유럽연합(EU)에서는 연구비를 받는 과학자들이 일년에 한번 이상 과학 강연이나 포스터발표, 과학축제참여 등을 통해 과학연구홍보에 참여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과학도 다른 사회·예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문화로 볼 수 있다. 과학자와 일반 국민들 사이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합리적인 과학문화가 정착된다면, 사회는 보다 건전하고 투명해지며, 과학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이번 우주인 후보 선발을 계기로 해서 일반 국민들에게 과학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 간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앞으로 많은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더 좋은 이벤트와 홍보를 통하여 한국사회에서 과학이 하나의 대중문화로 정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이 콘텐츠는 '기계연구원'의 저작권을 갖고 있습니다. 기계연구원 본지의 허가 없이 이 내용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