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길라잡이①]위기에서 출발한 'CONNECT'...지역발전 디딤돌

성공하는 집단에는 이유가 있다. 현재 미국 7위 도시인 샌디에이고. 20년전에는 10위권 밖에 위치하며 날씨와 해군기지 빼고는 별 특징없는 도시였다.

하지만 현재는 통신과 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서 미국 최고의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당분간 이 역동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산이 두 번 변한 셈인 20년 동안 샌디에이고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샌디에이고를 최근 다녀왔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주관으로 국가 균형위와 교육부 과기부 학술진흥재단 등이 참여한 샌디에이고 벤치마킹팀과 함께. 지역 활성화와 관련해 샌디에이고에서 시작돼 세계적 상품이 된 ‘CONNECT’ 프로그램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방문 결과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1 샌디에이고發 지역혁신의 비밀병기-공동체 2 퀄컴과 샌디에이고의 윈윈 게임 3 대덕특구 무엇을 할 것인가.[편집자의 편지]

▲CONNECT 프로그램의 하나인 스프링보드의 진행 모습. CONVISA란 회사의 임원이 기업코치들 앞에서 사업 설명을 하고 있다. ⓒ2006 HelloDD.com
지역은 살아있다. 생물처럼 변화한다. 번영하다가 쇠퇴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위기에 처해 있다가 도약하는 곳도 있다. 도전과 응전, 위기와 기회. 지역도 소리 없는 전쟁을 통해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는 것이다.

미국내에서 보면 철강도시로 번영을 구가했던 디트로이트가 패자진영이라면, 샌디에이고는 지난 20년의 노력을 통해 앞으로 1백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승자진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천안은 승자진영이고, 최근 LG필립스의 서울 이전으로 공황 상태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구미는 패자진영이라고 할 수 있다.

대전은? 패자와 승자의 기로에 섰다고 할까? 하지만 천안의 경우 지역공동체의 힘에 의해 성취된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란 외부 효과에 의해 이뤄진 번성이란 한계를 지닌다. 구미처럼 얼마든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기업이 옮기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프링보드 졸업기업들의 명패 ⓒ2006 HelloDD.com

구미는 희망이 없는가? 아니다. 지역 공동체가 위기를 느끼고, 일치단합하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됨에 따라 기회를 가진 듯도 하지만 지역 구성원들이 정확하게 타겟을 정하지 못한데다가 일치된 모습을 보이지 못할 경우 쇠퇴의 나락에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러한 것을 샌디에이고의 사례에서 보도록 하겠다.

좌절감 팽배했던 '샌디에이고'...기업 성장 초점맞추며 '성공 꿈틀'
오늘날 샌디에이고의 번영은 아이러니하게도 위기에서 출발했다.

1985년 샌디에이고는 하나의 쓰라린 실패를 맛보았다. 시 발전의 도약대로 생각하고 추진하던 정보통신관련 정부출연연구소의 유치에 쓴맛을 본 것.

지역민들은 실의에 빠졌고, 지역 사회는 새로운 활로를 찾는데 실패함에 따라 좌절감이 팽배해져 있었다. 이러한 때 빌 오터슨이란 은행가 출신의 오피니언 리더가 사람들을 다독거리며 새출발하자고 나섰다.

그는 UCSD(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총장을 비롯해 지역내의 리딩 그룹들에게 외부의 힘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지역활성화를 이루자고 제안했다.

이에 호응해 시작된 프로그램이 CONNECT. 출범 초기에는 UCSD의 공간과 인력, 특허 등을 활용하기 위해 대학명을 사용해 UCSD CONNECT로 이름붙였고, 20주년이 되는 지난해에는 보다 활발한 활동을 위해 대학으로부터 독립해 CONNECT했다.

▲기업인 포럼에서 발표자들의 모습 ⓒ2006 HelloDD.com

CONNECT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기업 활성화. 지역 발전의 지름길은 기업들의 성공에 있다고 보고 모든 역량을 여기에 쏟았다.

기업들이 창업에서부터 연구개발, 제품생산, 해외진출, 기업공개 등등에 있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 개별 기업에 자금 지원 등 물질적 도움을 주기 보다는 비즈니스 플랜 작성, 계약서 작성시 유의사항, 재무관리의 중요성, 벤처캐피탈 유치 노하우, 인력 활용방안 등등의 소프트웨어적인 도움을 주었다.

지역내의 교수와 과학자, 전문직업인들을 중심으로 엔젤도 구성해 지역자금을 기업에 연계시켰다. 기업 성공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가동되며 점차 지역경제는 꿈틀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되며 기업 성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변호사, 회계사, 벤처캐피탈, 은행가 등이 실리콘밸리 등에서 내려와 자리잡기 시작했다.

CONNECT 프로그램을 비롯해 지역 공동체의 기업 성장을 위한 지원이 ‘대박’을 터뜨린 것은 ‘퀄컴’. CDMA 방식이 한국을 통해 새로운 이동통신의 표준이 되고, 기술료 수입 등으로 기업 수익이 발생하자 퀄컴은 이 돈으로 지역내의 교육, 의료, 문화, 복지 등등 지역전반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지원하기 시작했다. 후배 기업 육성을 위해 벤처 캐피탈도 운영했다. 정보통신뿐 아니라 바이오분야에서도 훈풍이 불었다.

UCSD의 한 교수는 하이블텍이란 회사를 만들어 그 기술을 제약회사에 십수억 달러에 팔았고, 이 돈으로 벤처캐피탈을 만들어 다른 바이오 기업을 키우고 있다.

▲사무실 전면의 모습 ⓒ2006 HelloDD.com

새국면 맞은 샌디에이고...상부상조하며 '공동체 힘' 키워
20년이 지나며 샌디에이고는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샌디에이고 기업들을 중심으로한 경제 활동이 세계적 기업들의 참여로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노키아와 모토롤라, LG전자 등 세계적 기업들이 새롭게 둥지를 틀었고, 다른 기업들도 노크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이전에 소규모의 기술 벤처 중심에서 화이자, 노바티스, 존슨&존슨 등 이 분야의 큰 손인 제약 회사들이 입주했다.

이러한 샌디에이고발 지역 혁신의 요체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공동체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CONNECT에서 일하고 있는 마리타는 이를 ‘Magic of San Diego'라고 표현한다.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오늘날의 자신이 있는 것은 지역의 보살핌 덕분이고, 그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에너지와 지식을 공동체에 환원하며 서로 커나간다는 것이다.

CONNECT에서 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상부상조에 의해 운영된다.

▲프로그램 중 특허 사업화 포럼 타이틀. "내게 돈을 보여줘!" ⓒ2006 HelloDD.com

대표적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스프링보드(Springboard). 창업초기 기업이 사업계획서 작성에서부터 벤처캐피탈 유치, 시장 개척, 기업 경영 등등에 있어 선배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기업 코치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짐 코진은 “성공적 삶을 다른 사람에게 환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를 통해 신뢰와 명성을 얻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덤도 있다”고 말한다.

스프링보드 외에도 ‘연구자와 만남’, ‘기업가와 만남’,‘기술금융 포럼’, 우수혁신제품상‘, 'MIT 기업인 포럼’, ‘엔젤 모임’ 등등의 수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CONNECT 프로그램의 특징은 초점을 기업 성공에 명확히 맞추고 있다는 점. 대학 이나 연구소 발전 등으로 초점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활동의 최우선 순위를 생산의 원천인 기업에 두고, 그 과실을 공동체가 향유하고 있었다. 미국 샌디에이고 = 대덕넷 이석봉 대표(factfind@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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