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직 사퇴의사 밝혀..."과학도로 돌아가 못다한 과제 마칠 것"

"윤리문제에 대한 채찍과 돌팔매는 나에게 해달라. 과학자와 미래 과학도들이 힘을 잃지 않고 연구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 언론에 계속적인 성원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황우석 교수는 24일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에서 난자출처 의혹의 전말을 직접 해명하며 이번 사태로 인해 과학계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이 식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상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국민들이 이렇게 따스한 마음을 보낸 적이 없었다"며 "이번 사태로 과학발전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과학자들에 대한 애정과 함께 과학도가 되려는 아이들의 의지가 꺾이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외신기자를 포함해 300여명의 취재진과 관계자 앞에서 황 교수는 기자간담회 도중 그간의 논란에 감정이 복받쳐 목이 메이는 듯 중간중간 말을 끊었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도 못한 연구성과를 눈 앞에 두고 있었는데 난자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내가 만약 여성이었다면 내 난자를 뽑아 실험하고 싶을 정도로 절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황 교수는 또 "헬싱키 선언이 있다는 것도 윤리적인 문제가 본격 논의된 최근에야 알았다"면서 "나의 이런 미숙함과 옹졸함이 모처럼 찾아온 과학발전 기회를 상실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책임지고 세계줄기세포허브 소장직을 비롯해 모든 공직 자리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기자들에 둘러싸여 준비한 회견문을 읽고 있는 황우석 교수. ⓒ2005 HelloDD.com
 황 교수는 "모든 논란과 파문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 처음부터 사실대로 털어 놨더라면 이 같은 염려를 드리지 않아도 됐을 것인데 후회가 막급하다. 현재의 심정으로는 연구직까지 사퇴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줄기세포 소장직을 비롯해 학내외 직함 사퇴문제는 전적으로 혼자 결정했다"며 "윤리적인 측면에 있어 충격을 안겨드린 점을 생각하면 연구직에서도 사퇴해야 하는게 아닌가 고민했으나 그동안 보내온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는 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백의종군(白衣從軍)하는 자세로 이루지 못한 실험실의 숙제를 해결하고 떠나는 것이 그동안 국민들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또 섀튼 교수와의 결별 과정을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해 "섀튼 박사는 연구결과를 과학적으로 잘 해석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논문으로 이끌어주는 견인 역할을 하는 등 그동안 연구의 전체적인 흐름을 잘 잡아 이끌어줬다"며 "결별을 선언한 정확한 이유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불가피한 사연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5 HelloDD.com

그는 "현재 나도 매우 슬프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언젠가 문제가 해결되면 우정을 되찾고 미래를 향한 발전적인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섀튼 박사 연구팀에서 근무 중인 연구원들에 대해서는 섀튼 박사와 피츠버그 의대, 또 당사자들과 상의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최근 제기된 의혹 이외에 밝힐 것이 더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너무나 황당한 루머가 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 다시 확인한 결과 전혀 이상이 없다고 확인했다"고 답했다. 서울대 = 문정선 기자 jsmoon@hellodd.com
 

황 교수 기자회견문 전문

1. 여성 연구원의 난자 제공에 대해서


저희 연구팀은 2002년 말부터 2003년에 이르기까지 인간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이식하여 줄기세포주를 만들었고 그 특성을 검증하여 결과를 2004년 2월 사이언스지에 발표하였습니다. 당시 연구를 위해 총 16명의 여성들이 난자를 제공했으며 그 중 242개 양질의 난자를 이용하여 1개의 줄기세포주를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여성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하였다는 의혹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명의 여성연구원이 난자를 기증한 것은 사실입니다. 당시의 연구에는 많은 난자가 필요했지만 줄기세포 확립에 성공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난자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 연구에 참여 중이었던 한 여성 연구원이 제게 찾아와 난자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 연구원이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나이 어린 대학원생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난자가 부족한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교수 입장에서 그 의사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 뒤에도 난자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이 난자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두번 더 밝혔으나 저는 거절했습니다. 또 다른 여성 연구원 한명도 약 1개월 반 후 비슷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이후 2004년 5월 <네이처> 기자가 연구팀의 연구원 중 한 명이 난자를 제공했다고 밝혔다면서 제게 확인을 요청하였습니다. 저는 두 명의 연구원에게 사실여부를 물어봤습니다. 그 분들은 난자를 제공했다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난자 제공이란 여성으로서는 민감한 사안이므로 공개되길 원치 않는다고 제게 밝혔습니다. 저로서는 네이처지에 당시에 본인은 몰랐지만 결국 연구원들의 난자가 제공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어야 했음에도 제공자 한명이 매우 강력히 프라이버시 보호를 요청했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제공된 연구원 난자 때문에 윤리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 답답하여 네이처지에 사실과 달리 답변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 그 사실을 있는 대로 털어놓았다면 국민 여러분에게 지금같은 염려를 드리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듭니다.

2. 미즈메디병원의 난자제공과 관련하여

2002년 3월경 저는 노성일 이사장과 서울의대 문신용교수와 함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연구에 온 힘을 기울이기로 뜻을 같이 하였습니다. 당시 미즈메디 병원은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있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고 있었으며 불임 클리닉 운영을 통해 난자와 관련된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난자의 획득도 가능하여 이 두 부분을 책임지고 저희 연구팀은 체세포 핵이식 분야를 맡기로 역할 분담이 되었습니다. 노 이사장의 이러한 기여는 우리 연구에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후일 특허권에 대한 지분도 공유하게 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두 개도 아닌 많은 난자가 미즈메디 병원으로부터 공급되는 상황에서 이들 중 일부라도 특별한 방법에 의해 조달되지 않겠는가라는 의구심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 이사장 특유의 직선적이고 솔직담백한 답변으로는 별 문제가 없는 난자들이니 연구에만 전념하라는 말씀에 더 이상 확인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한 난자중에 노 이사장이 실비제공에 의해 취득한 난자가 있음을 직접 확인한 것은 지난 2005년 10월말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 취재과정에서 사실대로 밝혔다며 저에게 전화를 해 와서 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본의 아니게 그러한 난자가 사용되었던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현재 저희들이 수행하는 연구는 매단계마다 세계 최초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저희 연구진들은 눈 덮인 들판에 처음 발자국을 남기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현재 법규정이나 윤리항목에 비추어볼 때 과거 저희들에게 깊은 통찰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윤리와 과학은 인류문명을 이끌어가는 두 수레바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연구는 윤리의 테두리 속에서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현실은 앞서가는 과학을 뒷받침하는 윤리규정이 마련되지 못하는 예가 드물지 않습니다. 저희들의 연구도 그와 같은 경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저희들의 2005년도 사이언스 논문은 국제적 윤리기준에 부합되도록 생명윤리학자들의 도움도 받았고 검증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환자유래 줄기세포주 확립에 성공한 나라는 저희밖에 없으며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보유, 공급할 수 있는 나라도 저희밖에 없습니다. 줄기세포 연구가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변함없이 성원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번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응하여 냉정하고 신중하게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본 연구를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본의아니게 어려움을 겪고 있을 한양대학교 기관윤리심의위원회와 미즈메디 병원 연구진들에게도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모든 논란과 파문의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속죄하기 위해 오늘부터 세계줄기세포허브 소장직을 비롯한 정부와 사회 각 단체의 모든 겸직을 사퇴합니다. 현재의 심정으로는 연구직까지도 사퇴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그동안 보내줬던 따뜻한 성원과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등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오로지 순수한 과학도로서의 길만 걷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어떤 질책과 비판 그리고 충고도 달게 받겠습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과 국내외 과학계에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005.11.24. 황우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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