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뛰어든 과학자⑥] 대표 在美과학자..."은퇴 전 교과서 쓸랍니다"

"55세 연령으로 본다면 이제 저도 곧 교수로써 문을 닫을 나이입니다. 더 일하고 싶은 욕심도 들지만, IT분야에서는 나이가 많으면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죠."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과학자를 꼽으라면 그 대표주자는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김광회((미국명 Kane Kim, 57) 교수일 것이다.

김 교수는 그의 전공인 IT분야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석학일 뿐만 아니라 교포 사회에서도 역량있는 과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1969년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 30년이 넘게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1972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에서 석사를, 1974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박사를 마친 후 1975년부터 1986년까지 10여년 간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등 여러 대학에서 연구와 강의를 했다. 현재는 1986년부터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정교수로 재직 중이다.

20여년간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TMO(Time-triggered Object) 모델이란 분산 실시간 객체를 발명하는 등 IT분야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연구자이다. 그는 국제적인 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2004년에는 국제컴퓨터학회(IEEE)로부터 '2005 쓰토무 가나이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1995년 전 일본 히타치(日立)그룹 회장 쓰토무 가나이의 이름을 따 제정, 매년 컴퓨터 분산 처리 계산기술 및 학문 분야에서 큰 업적을 달성한 학자들에게 주는 상으로 한국인이 이 상을 받기는 그가 처음이었다.

또한 2003년에도 마이크로소프트 회사로부터 '윈도 임베디드 아카데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바인캠퍼스에 임베디드 트레이닝센터와 연구소를 설립해 학생들이 임베디드 시스템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교수로 문 닫기 전 교과서는 쓸 것"

"컴퓨터 사이언스 가운데에서도 제가 연구하고 있는 '리얼타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은 전 세계적으로도 초창기 분야입니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고, 제대로 된 교과서도 겨우 1권 정도밖에 없어요." 그에 따르면 리얼타임 스포트웨어 엔지니어링은 국방, 의학, 원자력 등의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연구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이 기술은 발전 전망이 밝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IT 강국인 한국과의 교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나 대학, IT기업 등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고, 심포지엄과 세미나 등에서 참여하고 있다. 김 교수의 한국行은 앞으로 더욱 잦아질 예정이다. 올 2학기 건국대학 석좌교수로 초빙됐기 때문.

김 교수는 건국대와 공동으로 '분산 실시간 시스템분야에 관한 연구' 등을 공동으로 연구하게 되며, 정보통신대학원에서 특별강의와 세미나 등을 할 예정이다. 안팎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그는 서서히 은퇴준비를 하고 있다. IT분야의 생리상 老학자 보다는 젊은 학자들이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기에 그는 욕심을 부리지 않을 작정이다.

퇴직을 준비하며 그는 관련 분야 교과서 2권을 쓸 생각이다. 1권은 이미 쓰기 시작했다. "은퇴를 준비하는데 있어 가장 큰 미션은 젊은 학자들을 위해 교과서를 쓰는 일입니다. 후학들이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충실한 교과서가 있어야 하거든요."

1세대 한인과학자...재미과협 회장직으로 바쁜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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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김 교수는 교포사회에서는 역량 있는 과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미국 내 한인 과학기술자들의 교류하고 협력하기 위해 71년 만들어진 조직 '재미한인과학자협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김 교수는 1973년부터 협회 회원으로 활동해 오다 1983년 포항공대 박찬모 총장과 함께 공식적인 재미한인과학자협회 창립을 주도했다. 지난해에는 재미과협 부회장을 지내고, 현재 회장으로 한국 과학자들과의 교두보를 자처하고 있다. "제가 한국과 재미 과학자들의 교두보라 생각하고, 협력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 덕분에 지난 8월 개최한 'UKC 2005(The 2005 US-Korea Conference on Science, Technology and Entrepreneurship)' 행사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국내외 과학자들이 몰려 보람이 컸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행사에는 정·재계 인사까지 약 600여명이 참석해 과학기술 정보와 동향을 교류했다. 재미과협을 선장으로써 미국으로 건너오는 과학자도 많아 협회 회원이 5천명까지 달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오랫동안 활동을 하지 않은 회원을 정리해 2천여명 정도 활동하고 있다.

1세대 재미과학자로써 그는 고민이 많다. 바로 1.5세대나 2세대들에게도 재미과학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재미과협의 든든한 회원이 되게 하는 것이다. "재미과협은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 미국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활동 중인 과학자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성장한 젊은 과학자들을 참여시켜야 할 때가 됐죠. 앞으로 재미과협도 1.5세대와 2세대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는 한국 정부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한국 정부에서 길게 보고 과학기술에 투자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재미과협이 더 크게 성장하려면 젊은 세대들의 참여가 필수적이예요. 그들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황무지에 씨를 뿌리는 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후배 세대들도 재미과협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보다 큰 관심과 지원을 부탁하고 싶습니다." 또한 김 교수는 한국이 신흥과학기술 강국으로 떠오른 김에 세계 무대로 뻗쳐갔으면 하는 바람을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맹목적으로 양을 따지기 보다는 질을 따지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세계를 석권하기 위해서 정말 중요한 연구가 무엇인지 길게 내다보는 선진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부가 노력한다면 재미과학자들도 신바람 나서 일할 겁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 문정선 기자 jsmoon@hellodd.com * 이 기사는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www.kosen21.org)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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