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 전산정보학과 이규봉 교수, 마라톤-철인3종경기-백두대간 '도전기'

"중년 인생이 즐겁다"며 청년처럼 당찬 도전을 즐기는 한 남자가 있다. 지난 15일 오전 출근길. 산악자전거로 대전의 거리를 누비며 배재대학교의 정문을 통과하는 남자가 있다. 힘차게 페달을 구르며 교수실로 들어가는 뒷모습에는 거침이 없다. 다부진 체구에 원색의 유니폼을 입고 얼굴을 반쯤 가린 고글까지 끼니 영락없는 대학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사람이 불과 3년 전만 해도 36인치의 허리를 가진 평범한 중년 남자라면 믿을 수 있을까.

이제 배재대 전산정보학과 이규봉(49) 교수는 평범한 양복보다는 원색의 유니폼이 더 잘 어울리는 젊은 남자다. 그의 출퇴근은 여느 중년 남자와는 사뭇 다르다. 보통 깔끔한 기성복을 입고 자동차로 출근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산악용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순간 그의 도전은 시작된다.

대부분 성인이 되어 책임감을 갖고 사회에서 열심히 생활하지만 40대 중반이 되면 어느덧 '퇴출'을 걱정한다. 남들이 한숨 쉬고 걱정하고 있을 때, 이 교수는 한계를 뛰어넘으며 제 2의 전성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교수실로 향하는 이규봉 교수. ⓒ2005 HelloDD.com
 그는 "40대 중반까지 남들과 경쟁했다면 이제는 나와의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는 "스스로 중년의 우물에 빠지지 않고 더 젊게 살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 이 교수가 처음부터 이랬을까. 3년 전 레저스포츠의 천국인 뉴질랜드로 안식년을 떠나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 곳에서 우연히 하프마라톤대회 광고를 본 순간 '도전해야겠다'는 작은 불씨가 생겼다. 이제는 작은 불씨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성과를 만들었다. 그는 지금도 새로운 도전을 찾고 있다. '이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아직 50이 되려면 1년 남았는데···'하며 말이다. 이 교수는 50살이 되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도전 3가지를 정했다. 바로 42.195km 마라톤 완주와 백두대간 종주, 철인삼종경기 도전이다.

내 생애 첫 장거리 기록 42.195km...'마라톤 완주'

50살이 되기 전 꼭 하고 싶은 도전의 첫 시작은 마라톤이다. 뉴질랜드에서 한 달간 연습한 후 '무릎 통증이 발생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면서 완주에 성공했다. 2시간 5분 29초의 기록이었다.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출발선에서 몸을 풀고 있는 이 교수. ⓒ2005 HelloDD.com
 

그 후 2005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참여해 42.195km를 4시간 29분 5초에 완주했다. 끝이 안 보이는 구간을 달리면서 이 교수는 밀려오는 고통에 세 번을 울었다.

처음은 마라톤에 참가한 것이 감격스러워 울었고, 두 번째는 너무 고통스러워서였고 마지막은 완주했다는 기쁨에 울었다. 4년 전 대전시민마라톤대회에서 10km를 완주했던 것을 생각하면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이 교수는 "당시 10km를 완주했다는 사실도 가슴 벅찬 감동이었지만 풀 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을 수 없는 큰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50세가 되기 전에 이루어야 할 한 가지 소망이 이뤄졌다.

마라톤 완주에 성공한 그의 가슴에는 강한 자신감이 자리 잡았다. 그 후 국내로 돌아온 그는 서울 시내를 달리는 마라톤에 참가했다. 처음 마라톤에 도전했던 것 같은 고통은 없었다. 이 교수는 "달리기는 상상의 나래를 펴며 신체를 단련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라며 "중년이라고 포기하지 말고 이제라도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고 걷고 달리는 것을 일상에서 해 보라"고 권했다.

등산 애호가의 꿈...'백두대간 종주'

50세가 되기 전에 이루어야 할 두 번째의 도전은 백두대간 종주 산행이다. 평소 등산을 좋아하는 그가 가장 이루고 싶은 소망이기도 했다. 그 도전은 지난 5월 백두대간의 제1구간인 지리산 천왕봉에서 성삼재까지 종주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뻗어 내린 우리 땅의 뼈대를 이루는 산줄기로 총 길이는 1천625km이고, 남한 구간인 지리산에서 향로봉까지는 도상 690km가 된다.

지리산 종주를 위해 그는 2005년 5월 7일 오전 5시에 대전을 출발했다. 지금도 지리산 봉우리의 뽀족한 칼바위와 주변의 녹음은 바로 어제의 일처럼 기억에 생생하다. 바위 아래에서 콸콸 솟아오르는 샘물이 지친 육체를 달래줬다. 경상남도와 전라남북도의 경계가 만나는 삼도봉을 거쳐 노루목에 도착한 그는 노루목에서 반야봉을 지나 임걸령샘터에 도착했다. 마침내 백두대간의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꿈도 꾸지 못했던 마지막 도전...철인3종경기

지난 6월 26일 마지막 도전을 향해 속초로 떠나는 이 교수의 마음은 설레임 반 걱정 반이었다.

▲속초에서 열린 국제철인삼종경기장. 수영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기 위해 달려하고 있다. ⓒ2005 HelloDD.com
올림픽 종목인 수영 1.5km, 자전거 40km, 달리기 10km를 완주해야 하는 국제트라이애쓰론대회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철인삼종경기를 완주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라고 그를 만류했다. 하지만 1년 전 뉴질랜드에서 철인삼종경기를 꾸준히 준비한 그는 두렵지 않았다. 뉴질랜드 동네 스포츠센터에서 철인삼종경기 올림픽 종목 출전을 목표로 매주 한번씩 3개월간 수영강습을 받았다.

그의 목표는 1.5km를 완주하는 것. 그러나 100m도 못 가 항상 숨이 찼다. 호흡하는 법을 터득하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 킥판을 잡고 오직 발길질로만 수영하며 호흡하는 것이다. 코로 물이 들어가면서 비염 증세가 오더니 정신없이 아팠다. 비염기가 있으면 수영을 그만 두라는 코치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수영을 계속했다. 마침내 수영한지 4개월에 접어들어서 1.5km를 완주할 수 있었다.

드디어 결전의 날. 국제철인삼종경기가 열리고 있는 속초 앞바다. 수백 명의 철인이 모인 곳에서 경기복 위에 Ÿ‡슈트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삼각형으로 된 구간을 두 바퀴 도는 경기이다. 난생 처음으로 먼 거리를 수영했다. 방향을 잘못 잡아 되돌아오기도 하고 바닷물을 여러 번 마셔야 했다.

1.5km를 수영해 바다에서 나와 물품보관소로 뛰어가서 Ÿ‡슈트를 벗고 자전거에 올라탔다. 남들은 거의 다 전용 싸이클을 이용했지만 그는 산악자전거로 달렸다. 이미 기력이 바닥 나 8km 구간을 달리는 동안 이 교수는 다른 선수를 앞질러 가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그를 앞질러 갔고, 얼마 있지 않아 그의 뒤에는 거의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겨우 완주하고 보관소에 자전거를 걸고 다시 마라톤을 시작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처음에는 엉덩이가 매우 아프고 다리도 후들후들 떨렸다. 달리는 도중에 엉덩이 아픈 곳은 다 풀어졌으나 속도를 낼 수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수영 48분 29초, 자전거 1시간 45분 7초, 달리기 1시간 11분 53초로 전부 3시간 45분 28초로 완주했다.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철인삼종경기에 입문하였다는 사실, 그리고 50이 되기 전에 이루어야 할 모든 소망을 다 이루었다는 기쁨에 한없이 기뻤다.

특히 철인삼종경기를 완주하는 순간 마침내 '50세가 되기 전에 이루어야 할 세 가지 소망' 모두를 성공했다는 성취감이 그간의 고통을 사라지게 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중년이 인생을 즐기는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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