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기업간 제휴가 활발한 때도 없을 것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들간의 '전략적' 제휴체결이 이루어지고 있어 '전략적 제휴의 홍수'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체결되는 MOU는 정보기술(IT)산업이 복잡해 이제는 한 회사만의 독불장군식 사업이 어렵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한 IT기업에 '브로커'를 자칭하는 사람이 "양해각서(MOU)를 사지 않겠냐"는 의사를 타진해왔다고 합니다. 워낙 MOU체결이 많다 보니 이제는 MOU를 사고 파는 거래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브로커는 "서울시지하철공사의 지하철 동영상 방송사업을 수주한 I사가 어려우니 150억원 규모의 담보를 대신 서주면 그 사업권을 양도하겠다"고 제안했답니다. 이 브로커는 "당초 한전KDN이 보증을 서기로 했는데, 한전KDN이 공기업이어서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는 150억원이라는 금액의 계약이행보증을 서기 힘들다"며 "한전KDN과 I사 사이에 체결된 MOU를 사서 대신 보증을 서주면 사업권을 모두 양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답니다.

한전KDN 측에 확인해본 결과 한전KDN은 I사가 지하철공사의 동영상 방송사업권을 따면 계약이행보증을 서기로 MOU를 체결했다가 이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계약이행보증 시일이 너무 촉박한 시점에서 MOU를 체결한 데다, 충분히 검토해본 결과 지하철 동영상 방송사업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랍니다. 항간에 떠돌고 있는 정치권 외압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입니다.

주위 업계 관계자들은 "공기업인 한전KDN이 중소기업에 계약이행보증을 서기로 MOU를 체결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정치권과의 연계 내지는 '모종의 외압'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의 외압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가뜩이나 여야가 '괴문서'로 극한 대립을 겪고 있는 판국에 IT업계까지 공공사업을 둘러싼 정치권의 입김에 휘말리게 될지 우려되는 시점입니다.

<아이뉴스24 윤휘종기자 hwipara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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