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①] '조용한 대덕' 비판...자발적 참여 절실

"대덕R&D특구에 대해 알아보려고 그 동안 알고 지낸 대덕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런데 대덕의 연구원, 기업인들도 특구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 깜짝 놀랐다. 오히려 대구, 광주, 포항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17일 오후 3시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대덕R&D특구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안 및 시행규칙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 발표자로 참석한 서울대 정철영 교수의 말이다.

이날 토론회는 대구, 광주, 포항 등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산·학·연 관계자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대덕특구에서도 비전위원회를 비롯해 50여명의 관계자들이 특구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 했다.

3시간이 넘게 진행되면서도 자리를 뜨는 참석자들이 없을 정도로 열띤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날 제시된 의견이 특구 입법안에 반영될 예정이라 지정토론자들도 각 지역을 대변하는 의견을 내놓기 바빴다.

특히 자유토론시간에는 발언기회를 얻지 못한 일부 참석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등 다소 격앙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날 토론회장에서 대덕인들은 쓴 소리를 들어야했다. 대덕의 조용한 분위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정책을 담당하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덕인들의 대다수는 특구에 대해 무관심해 보일 정도다.

더군다나 대덕 밖으로 나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구, 포항, 광주 등지에서는 어떻게든 지역 입장을 외부로 전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니 특구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다른 지역의 노력에 비해 조용하기만 한 대덕인들의 모습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정철영 교수는 "다른 지역 사람들도 알고 있는 특구 특별법을 정작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대덕 사람들이 모르고 있으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 뿐만 아니다. 또 다른 토론자로 참석한 이커뮤니티 정회훈 사장 역시 특구가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대덕 내부에서 움직임이 활발하지 못한 것을 지적했다.

"공청회 토론자로 알려진 후 대구, 포항, 광주사람들로부터 전화를 해와 지역 입장을 전했다. 특구 지정에서 소외됐기 때문에 그만큼 절박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반면 대덕에서는 연락해 오는 사람이 없었다. 특구 지정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또 다른 참석자는 "대덕에서 중앙정부만을 의지할 것이 아니라 특구 내에서 자생력을 발휘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줄 때"라며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특구가 산업화에 초점을 두고 진행하는 있는 만큼 대덕에서도 자생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발적인 내부기금을 조성해 중앙정부를 감동시키는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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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구 추진 과정에서의 과학기술정책이 중앙정부에서 탑-다운 방식으로 나온 것들이라면 앞으로는 대덕의 주체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다. 대덕인들이 1만원, 5만원 등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조성해 특구추진기금으로 사용하자는 이야기가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는 대목이었다.

이날 공청회를 다녀온 대전시 한 관계자는 "특구 이야기는 계속 나오는데, 실제로 대덕 주체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특구 특별법이 무엇인지, 어떤 영향이 있는 것인지 특구를 알리고 방향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그는 "예산이 없다고 탓할 것만 아니라 당장 세미나라도 열어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으로 내려가는 길에 봄비인지 여름비인지 모를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앞으로 대덕특구는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 것인가. 대덕특구에서 비가 아니라 맑은 햇살을 보기 위해서는 결국 대덕인들의 노력여하에 달려있음이 분명하다.

 

<대덕넷 문정선 기자> jsmoon@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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