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 KAIST에 3백억원 기부...내년도에 바이오 응용공학과 신설

"21세기는 기술융합의 시대입니다. 바이오 분야가 한국에서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BT와 IT의 틈새시장을 뚫으면 우리도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 사재(私財)기부 역사상 최대금액인 3백억원을 KAIST에 기부한 한국 벤처 1세대 정문술 전 미래산업 사장의 기부의 변이다.

정 전 사장은 기부금이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양성과 세계적인 기술력 확보를 위한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21세기는 바이오 산업이 주도하는 바이오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이러한 역할을 과학기술의 영재들이 모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돼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정 전 사장은 전자, 전기, 기계 등 메카트로닉스 분야에 뛰어들어 미래산업을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로 성장시킨 장본인으로 유명한 인물. 또 지난 1월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후임자에게 경영권을 물려줘 뿌리깊은 부의 세습이나 족벌경영을 허문 인물로도 우리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예지력(叡智力)을 지닌 듯 이날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바이오 산업이 우리나라 기술을 이끌어 갈 것 중요한 기술분야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바이오 산업은 미국 등 선진국들이 우리보다 앞서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바이오 산업과 결합된 기술분야는 모든 나라가 출발단계에 있습니다.

이에 남보다 한발 앞서 이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바이오 응용공학과(가칭)’ 신설을 조건으로 KAIST에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국내 즐비한 대학 가운데 3백억원의 행운을 안게 된것은 KAIST가 그동안 미래산업과 꾸준히 산-학 협동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알려진 만큼 정 전 사장의 기부는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저의 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3백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심할때까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제 부인과도 상의하지 않고 결정을 했기 때문에 더욱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그는 이같은 결심을 하는데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는 성경구절이 가장 큰 구심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독실한 크리스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가 신속하게 3백억원이라는 거액을 기부한 것은 자신이 한번 결정한 것은 반드시 실천하는 행동지향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이번 기부를 두고 결정된 사항은 결코 미뤄본 적이 없는 정 전회장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평을 하고 있다.

정 전 사장의 집념과 열정에 KAIST도 즉각 화답했다. 19일 KAIST 홍창선 원장은 정문술 전 미래산업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BT 와 IT 분야 인력양성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하고 내년 가을학기부터 바이오 응용공학과 (가칭)을 신설해 학생을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정 전 사장은 "21세기를 이끌어 갈 인재는 정신이 건강하고 욕심이 없으며 마음이 맑아야 한다"면서 "어려운 조건하에서도 버틸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과 창의력, 진취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치에 진출할 의사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 전 사장은 전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간혹 정치인 후원회나 정치에 입문해 보라는 권유와 제안을 받긴 하지만 지금껏 벤처기업을 하면서 결코 힘이 있는 곳에 가지 않겠다는 것을 원칙으로 살아왔다고 정치 진출설을 일축했다.

<대덕넷 이준기기자>bongchu@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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