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②]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원장..."한 우물만 팠다"

'서러운 지방캠퍼스 한계를 뛰어넘자.' 원주 의료기기 산업 성장의 모토다. 산업 불모지였던 원주를 의료기기 산업의 메카로 부상시킨 한 지역 일꾼의 생존 모토이기도 하다. 주위에서는 이미 '소원 성취 했다'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이 지역 일꾼은 아직도 이 말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원주가 국가 혁신 클러스터의 최대 모범지역으로 외부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면에는 이 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숨겨져 있다. 화제의 주역은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윤형로(57) 원장. 원주시의 보물로 통하는 인물이다.

워낙 지역의 일꾼이라서 그가 가지고 있는 명함만 해도 여러가지다. 지역 산업 육성을 도맡아 하고 있는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원장을 비롯해 연세대 의료공학교육혁신사업단장·의료공학연구원장·첨단의료기기 기술혁신센터 소장·의용전자공학과 교수 등이다.

본래 연세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윤 원장은 82년 모교 교수로 부임해 지방인 원주에서 '후배농사'를 지으려 보니 가진게 아무것도 없었다. 변변한 연구장비 하나 없었던 황량한 연구실뿐이었다. 후배들을 가르치면서도 한숨만 푹푹 내쉬었던 시간을 반복했다.

대신 윤 원장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지방 캠퍼스의 한계를 반드시 뛰어넘어 보겠다'는 신념이다. 지난 79년 원주에 연세대 의공학과가 신설된 이래 20여년 동안 남다른 고민과 노력 끝에 그는 지방 캠퍼스의 위기를 벗어나는데 '의료기기 분야가 생존 통로가 될 수 있겠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당시 국내에서는 의료기기 산업을 특화하려고 생각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특화산업을 키울 수 있다는 확신에 찼다. 또 산업 육성을 위한 잠재력도 높았다. 국내 최대 관련분야 교수진(14명)들과 연구인력이 이미 양성되고 있었고, 지자체의 강력한 지원의사도 곁들여 졌다. '원주를 의료기기 메카로 키우자'라고 부르짖고 다닐 무렵, 남들은 비웃었다.

같은 지역의 기업인과 공무원들도 의아해 했다. 그럼에도 윤 원장은 일관되게 '의료기기' 한 우물만 팠다. 강원도를 'IT도시로 키우자', '한방의 메카가 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윤 원장은 누구보다 발빠르고 열정적으로 움직이며 현재 적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원주' 하면 '의료기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의료기기 산업으로 지방 한계를 벗어나보자'는 움직임이 시작된 이후 불과 7년여 만이다. 7년 전과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서울 신촌의 연세대 본원이 의료공학 거점이 아니라 연세대 원주캠퍼스가 의공학 중심이 됐다. 중심을 서울이 아닌 지방으로 이동시켜 소원 성취한 셈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학교건물 외관을 보면 그의 열정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내 연세의료공학연구원 정문 앞에는 수년 전부터 차근차근 금빛 문구들이 무리지어 새겨져 있다. '산자부 의용계측 및 재활공학 연구센터', '산자부 첨단의료기기 기술혁신센터', '산자부 의료공학교육센터', '보건부 재택건강관리시스템 연구센터', '교육부 의료공학교육혁신사업단(NURI 대형사업)' 등이다.

"클러스터요? 개인의 희생이 필요하죠"

윤 원장은 "원주를 자생적 클러스터로 육성하는데 적지 않은 개인의 희생이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재 건강이 좋지가 못하다. 기업과 기업을 엮고, 정부와 지자체를 엮고, 학교와 기업을 네트워킹하는데 이리저리 좇아다니다 보니 그렇게 됐단다. 본분이 교수인데도 몇년째 연구와 강의를 못하고 있다.

윤 원장은 "진정한 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려면 반드시 개인의 희생이 필요한 것 같다"면서 "현재 전국 각 지역에서 클러스터 붐이 일고 있는데, 결국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클러스터는 결성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까지 윤 원장은 지역 산업을 활성화시키면서 확실히 깨닫게 된 것이 한가지 있다고 말했다. 다름아닌 집중력이다. 그는 "지역의 특화산업을 일으키는데 집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고 있다"며 "각 지역들이 그 지역에서만이 해낼 수 있는 독창적인 아이템을 발굴해 꾸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피력했다.

남들이 다 하는 IT, BT분야를 갖고 특화한다는 것 자체가 성공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원주는 지금이 위기다..."허약한 기업들, 구조적 체질개선해야"

어느정도 지역 경제가 살아나도록 만든 윤 원장은 "원주는 오히려 지금이 위기"라고 평했다. 그는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를 해주는 현 단계가 원주로서는 가장 위기라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는 단기간에 산업이 팽창하면서 기업들의 구조적인 체질이 건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가적으로 보나 원주시로 보나 의료산업의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시점에서 적시의 기술혁신을 이루기 위해 기업 체질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윤 원장은 "위기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고민들이 많다"며 "대덕R&D특구를 비롯한 국가 전역의 클러스터들이 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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